[시민의 지팡이]우리의 생명을 지키는 ‘안전속도 5030’
[시민의 지팡이]우리의 생명을 지키는 ‘안전속도 5030’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5.09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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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근대화를 목표로 빠른 경제성장에 최우선의 가치를 두다 보니 알게 모르게 ‘빨리빨리’ 문화가 뿌리를 내리고 말았다. 이러한 ‘빨리빨리’ 문화는 빠른 인터넷, 빠른 배달 등 우리의 실생활에 편리함을 가져다준 이점도 적지 않다.

하지만 도로교통문화 측면에서는 그와 정반대라고 할 수 있다. 사람보다 자동차의 속도를 우선시하는 바람에 교통사고 위험성을 증가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고 만 것이다. 이는 교통사고 사망률이 OECD 회원국 중 최상위권이라는 통계만 보더라도 금방 알아낼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2021년 4월 17일 울산을 비롯한 전국에서 본격적으로 시행된 것이 ‘안전속도 5030’ 속도정책이었다.

‘안전속도 5030’이란 차량으로 인한 교통사고 가능성을 줄이고 보행자·자전거 등 교통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도심부 도로의 제한속도 기준을 특별히 관리하는 정책을 말한다. 전국 도심부의 주거지역과 상업지역, 공업지역 내 모든 일반도로의 최고 속도를 60km에서 50km로 제한하고, 차도와 보도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주택가와 도로, 어린이보호구역 등 이면도로에서는 최고 속도를 시속 40km에서 30km로 하향 조정했다. 한마디로 운전자와 보행자 교통사고를 한꺼번에 줄이는 보행자 중심의 교통정책인 것이다.

누군가는 ‘차의 성능과 도로 사정은 점차 개선되고 있는데 제한속도를 낮추는 것은 옳지 않다’, ‘출·퇴근 시간이 길어진 것 같다’는 등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경찰관인 필자 역시 ‘안전속도 5030’이 시행된다는 말을 들었을 때 ‘교통체증’ 생각부터 먼저 떠올랐다. 하지만 염려할 일은 못 된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안전속도 5030’ 정책을 시범 운영한 결과 전국 10개 지역 27개 노선(평균 10km)을 시속 50km로 달린 택시와 시속 60km로 달린 택시의 시간상 차이는 단 2분에 불과했다. 또 서울과 부산에서 약 10km의 거리를 시속 60km와 50km로 각각 달렸을 때 택시요금의 차이는 200원 이하로 아주 미미하게 나타났다. 이러한 근거에 비추어 보면 ‘안전속도 5030’ 정책이 우리에게 큰 불편을 가져다주지 않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울산경찰청의 조사 결과도 다르지 않았다. 지난 1월 1일∼3월 31일 사이 울산지역에서 ‘안전속도 5030’을 시범적으로 운영했더니 그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난 것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보행자 교통사망사고’는 40%나 줄었고 전체 교통사망사고도 16.7%나 감소한 것이다. 이 기간의 전체 교통사고는 87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11건)보다 4.1%나 줄었고, 부상사고도 전년 동기 1천272건에서 1천169건으로 8.1% 감소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속도를 줄이면 사람이 보인다’고 한다. 작은 속도의 차이가 누군가의 안전과 행복을 지킬 뿐 아니라 결국에는 나 자신과 우리 가족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 된다. 처음에는 다소 불편하게 느껴지더라도 우리 모두를 위한 정책이라고 생각하고 ‘사람이 우선’인 선진 교통문화가 빨리 자리매김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었으면 좋겠다.

김지혜 울주경찰서 온산파출소 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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