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전면도입 고교학점제 전통적 ‘교육의 틀’ 확 바꾼다
2025년 전면도입 고교학점제 전통적 ‘교육의 틀’ 확 바꾼다
  • 정인준
  • 승인 2021.05.03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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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처럼 학점 이수 제도, 울산 45개 학교서 시범교육
마이스터고 3곳 작년 도입… “학생 만족도 95% 이상”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획일적 ‘교육의 틀’이 일대 혁신을 맞고 있다.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이 고등학생이 되는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에 따른 것이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공통과목 이수 후 진로·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해 이수하고, 이수기준에 도달한 과목에 대해 학점을 취득·누적해 졸업하는 제도다. 쉽게 말하면 현행 대학교육 과정이 고등학교에 적용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우리나라의 교육은 그동안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성취해야 할 교육 목표를 둬왔다. 공통과목과 선택과목이 있지만 넓은 의미에서 보면, 교육부가 정해준 과목을 획일적으로 공부해야 했던 것이다. 교실에 학생이 있고, 교사가 교실을 찾아갔다. 학생들의 다양한 학습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그러나 고교학점제에선 이런 상황이 확 바뀌게 된다. 학생들이 선택과목에 따라 교실을, 교사를 찾아간다. 학생들은 공통과목 외 배우고 싶은 과목(선택과목)을 학교에 요청해 학습선택권을 넓히게 된다. 학교는 교육의 수요자인 학생이 자기주도형 학습을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제로 변화한다. 교육의 시각을 학교에서 학생으로 옮긴 게 고교학점제다.

울산시교육청 이인걸(교육과정지원팀) 장학관은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스스로 공부하는 교육의 취지에서 올바른 방향”이라며 “학교와 교사의 역량을 넘어선 과목개설은 지양돼야 하겠지만, 지역사회연계형이나 학생수요에 따른 과목개설로 교육의 기회가 크게 확대된다”고 밝혔다.

◇고교학점제, 기존 단위 이수보다 1주일 4시간 수업 적어

고교학점제는 지난해 직업계고인 마이스터고(마이스터고, 울산에너지고, 현대공고) 3개 학교부터 도입됐다. 이 학교들의 올해 2학년생들은 고교학점제로 학점을 이수하고 있는 것이다. 마이스터고 고교학점제 담당인 양성필 교사는 “학생들의 고교학점제 만족도가 95% 이상 높다”고 말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자기 전공학과 외 다른 학과과목 24학점을 이수하면 부전공으로 인정해 준다.

양성필 교사는 “전기시스템제어학과 학생이 다른 학과의 용접, 밀링, 선반CNC 등 선택과목을 들으며 전공과목 외 실력을 함양하고 있다”며 “이러한 소양은 학생의 학습 만족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졸업후 대기업에 취업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하반기에는 한국동서발전과 체결된 지역연계형 과목으로 온·오프라인 2학점짜리 과목을 개설한다”며 “공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양성 프로그램에 대해 학생들의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고교학점제는 3년 동안 최소 192학점(1학점 50분 수업 16회)을 이수해야 한다. 이는 기존 204단위(1단위 50분 수업 17회) 이수보다 1주일에 4시간이 적다. 학교에서는 이 시간을 이용해 학생들이 창의활동이나 진로체험 활동 또는 부족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울산시교육청은 2025년 일반계고까지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을 앞두고, 2018년부터 현재까지 45개 학교에서 시범교육을 하고 있다. 시범교육은 시범지구 3곳(△1지구 남목고, 화암고 △2지구 우신고, 제일고, 성광여고 △3지구 중앙고, 문수고)와 선도지구 4개학교(약사고, 성신고, 울산고, 학성여고)를 중심으로 △연구학교 4개교 △선도학교 24개교 △특성화학교 13개교 △교과교실제 운영학교 19개교 △에듀테크 선도고교 1개교 △온라인 공동 거점센터 17개교 △온라인스튜디오 구축 16개교 등을 운영하고 있다.

교고학점제는 올해까지 도입기를 거쳐 2024년까지 부분 도입 후 2025년 본격 시행된다.

◇고교학점제, 대입제도 개선 숙제 남겨

고교학점제가 장밋빛 전망만을 내놓고 있는 건 아니다. 고교학점제가 도입 취지에 맞게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교육과정 개편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교육계는 고교학점제 시행에 앞서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는데, 그 중 첫 번째가 대입제도의 개편이다.

고교학점제는 점수를 서열화 하는 정량평가보다 성취도를 학인하는 과정이 중요한 정성평가를 하고 있다. 이는 내신과 점수 백분율로 따지는 서열화 방식의 현행 대입제도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교육과정 개편과 맞물린 평가제도, 졸업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대학입시를 위해 내신성적이 중요한 일반고까지 완전한 고교학점제 시행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둘째는 소수의 학생들이 외면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소수의 학생이 원하는 수업이 다양하게 개설되기 위해서는 현재의 상대평가 방식이 절대평가 방식으로 전면 도입돼야 한다는 것이다.자율형사립고 등 고교 서열화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고교 간 격차가 더 벌어질 우려도 있다.

셋째, 다수의 과목의 개설되면 이에 대한 교사의 수급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박찬대(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교학점제 시행에 따라 교사 자격증은 없지만 특정 분양에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을 교사로 채용할 수 있도록 입법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교사들의 강력한 반발을 맞고 있다. 교사는 교습과 평가를 하고 있는데, 비전문가는 교습은 할 수 있어도 평가는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례로 현재 시범운영되고 있는 학교 선택과목 개설 강의에는 전문강사와 함께 교사가 코티칭으로 함께 수업을 하며 학생들의 성취도를 평가하고 있다. 울산교총이나 울산교사노조도 전문지식인의 교사채용을 반대하고 있다.

고교학점제는 해결해야 할 문제는 많지만 고교학점제에 대한 기대는 높다. 노옥희 교육감은 “과거 표준화되고 획일화된 시스템 속에서 학생들은 수동적 존재였다면, 고교학점제로 학교는 학생 개개인의 고유성을 발견해 아이를 키우는 곳이 될 수 있다”며 “교육과정 개편을 통한 대입제도 개선을 교육부와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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