代 이은 기부로 거듭나는 종하체육관
代 이은 기부로 거듭나는 종하체육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4.28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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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많든 적든 피 같은 내 돈을 아무 대가 없이 남에게 주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도 왜 기부를 하는 것일까? 이 질문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단어가 하나 있다. ‘공감’이다.

SNS 트위터와 온라인 결제서비스 스퀘어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잭 도시는 자신의 전 재산을 내놓으려 한다. 그의 재산은 49억 달러(약 6조원)에 달한다. 그는 이미 10억 달러(1조2,350억 원) 상당의 스퀘어 주식을 코로나 피해 복구와 기본소득 제정, 여자아이들의 교육 및 건강을 위해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도시는 아직 40대 초반이다. 살아갈 날이 많다. 그에게도 기부하지 못할 이유를 찾으려면 수없이 찾을 수 있다. 도시는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나는 모든 것이 다 연결돼 있다는 원칙에 따라 살고 있기 때문”이라며 “누군가 고통스러워하면 언젠가는 결국 자신도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공감’ 때문이라는 말이다.

자신의 돈을 나주지 못하는 이유는 수만 가지다. 하지만 내 돈을 나누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너의 아픔이 나의 아픔이기 때문이다. 기부는 돈의 문제가 아니라는 시대정신에 직면한다.

우리 주변에는 나눔을 실천하는 훌륭한 이웃들이 많다. 대구의 키다리 아저씨는 작은 회사를 빠듯하게 운영하면서도 지난 20년 동안 10억 원 넘는 돈을 이름도 밝히지 않고 기부해왔다. 전주에 사는 한 중증 장애인 부부는 기초생활수급자이면서 생계유지에도 모자라는 돈을 아껴 12년째 기부를 이어오고 있다는 소식도 접한다.

세계적인 부호에서부터 소시민에 이르기까지 사는 모습은 다르지만 기부하는 이유는 비슷하다. ‘공감’에 이은 ‘행복’이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52조원 이상을 기부한 워런 버핏은 “행복해지기 위해서 기부한다”고 한다. 그의 기부선언문에는 성공을 개인의 몫으로 돌리지 않고 사회와 공동체의 역할, 그리고 무엇보다 행운을 강조한다. 얼마 전 재산의 절반을 기부하겠다는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의장도 자신이 쌓은 부가 단지 개인의 능력과 노력을 넘어 사회적 운과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에 의한 것이라고 기부선언문에 적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왜 기부를 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이렇게 요약해 본다. 생전에 가진 것을 나눠 세상의 선한 변화를 보고 싶다는 욕망이라고. 이토록 장황하게 ‘기부’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울산의 ‘선한 변화’를 기대하는 기부의 이유가 또 하나 있기 때문이다.

울산 최초의 실내체육관, 남구 종하체육관이 44년 만에 철거된다. 종하체육관은 울산을 사랑했던 고 이종하(1889-1978) 선생이 지난 1977년 1억3천만원을 들여 건립한 시설이다. 별다른 문화공간이 없던 시절, 이곳에서는 실내 체육행사는 물론 음악회, 웅변대회, 강연, 정치행사가 줄을 이었다.

종하체육관은 그 많은 세월 동안 울산시민들의 사랑방 구실을 톡톡히 했다. 그렇지만 건물이 워낙 낡아 현대식 건물로 새로 짓자는 여론이 많았다. 이종하 선생의 장남인 이주용 KCC정보통신 회장이 울산시민들이 100년 이상 사랑할 수 있는 시설로 새로 건립해 시민들에게 기부하겠다고 나섰다.

이 회장은 2017년 KCC정보통신 창립 50주년을 맞아 600억원 상당의 개인 사재를 사회에 환원하기로 공언했다. 대를 이은 아름다운 기부가 아닐 수 없다. ‘특권층의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떠올린다. 로마의 2천년 역사를 지탱한 힘이 바로 ‘노블레스 오블리주’ 철학에 있었다면 울산의 앞으로의 100년을 지탱할 힘은 종하체육관의 ‘문화체육복합센터’로의 새로운 변신을 기부한 고 이종하 선생과 이주용 회장의 대를 이은 기부일 것이다.

안수일 울산광역시의회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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