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로 태어난 휴대폰
눈물로 태어난 휴대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4.27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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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휴대폰을 바꿀 때마다 지구 건너편 검은 대륙에서는 끔찍한 일이 늘어난다고 한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알아보니 아프리카 중부 콩고란 나라의 국민들이 광산에서 ‘콜탄’이라는 희귀광석을 캐다가 다치거나 죽어간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콜탄’에 들어있는 금속을 뽑아내 불순물을 없애는 과정에서 나오는 금속 분말 ‘탄탄’은 고온에 잘 견디는 성질이 있다. 그래서 휴대폰, 노트북, 제트 엔진, 광섬유 등을 만들 때 없어서는 안 될 핵심재료이다. 옛날에는 그저 돌덩이쯤으로 취급되던 ‘콜탄’이 지금은 1kg에 수십만 원을 호가할 정도로 가격이 올랐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전 세계 ‘콜탄’ 생산량의 80%를 차지하는 이 나라에서는 아직도 내전이 멈추지 않고 있다. 1990년대에는 내전으로 500만명이 숨지기도 했다. 지금도 정부군 후투족과 반정부군 투치족이 서로 양보 없는 전쟁에 목숨을 걸고 있다. 무력으로 광산을 차지한 반정부군은 ‘콜탄’을 우간다와 르완다의 암시장에 팔아서 전쟁 자금으로 이용한다. 심지어 그들은 어른은 물론 학교에 있어야 할 어린아이까지 광산으로 내몰고 있다.

장비는 삽 한 자루뿐, 사고를 예방할 보호 장비 하나 없다. 그들은 목숨을 걸고 지하 60m까지 내려가서 일하고, 한 시간에 한 번씩 신선한 공기를 마시러 밖으로 나온다. 극악한 환경에서 다치거나 죽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게 힘들게 일해도 돈은 힘 있는 중개상들이 거의 다 챙기고 정작 노동자들은 말도 안 되는 푼돈을 일당으로 받아갈 뿐이다.

반정부군은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원시림의 하나인 세계문화유산 ‘카후지-비에가 국립공원’도 파괴하고 말았다. 검은 돌 ‘콜탄’을 찾으려는 인간의 탐욕이 낳은 비극이었다. 그 때문에 그곳에 터전을 잡고 살던 무고한 고릴라들까지 죽어가고 있다. 지금도 ‘콜탄’을 캐기 위해 고릴라들이 살던 숲을 재투성이로 만들고 있다. 휴화산 두 개로 둘러싸여 장관을 이루던 숲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갈 뿐이다.

다국적 기업들과 ‘콜탄’을 불법 거래하는 중개상들은 지금이라도 야만 행위를 멈추어야 한다. 국립공원이 어떻게 황폐해졌고, 그곳에서 살던 고릴라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그리고 ‘콜탄’을 캐는 콩고의 광부들이 어떤 대가를 받고 있는지 두 눈 똑바로 보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길을 찾아야 한다.

휴대폰은 우리나라에서 매년 1천500만대 이상, 전 세계에서 15억대 이상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가 평소 사용하는 핸드폰 때문에, 지구 저편의 많은 사람과 고릴라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드물다.

휴대폰의 교체 시기는 갈수록 짧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혹시 지금 쓰지도 않고 집안 어디엔가 팽개쳐둔 핸드폰은 없는지 살펴볼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폐핸드폰은 열 가구 중 여섯 가구 이상에서 가지고 있다고 한다. 나는 휴대폰이 고장 나면 수리해서 계속 사용하는 편이다. 지금 3년째 사용하는 휴대폰도 시중에서는 100만원에 거래되지만, 중고상에서 40만원대에 사서 큰 고장 없이 잘 쓰고 있다.

우리가 휴대폰을 소중하게 오래도록 사용하려는 노력은, 단순히 비용을 아끼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검은 대륙의 소중한 생명들을 보호하는 일이고, 콩고의 내전이 끝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저 멀리서 들려오는 간절한 호소에 우리 모두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그곳의 사람들과 고릴라들이 더 이상 고통받지 않고, 콩고의 숲이 되살아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이다.

천애란 사단법인 색동회 울산지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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