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야외수업
어느 야외수업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4.26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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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은 수업하는 공간이다. 수업은 가끔 미술실이나 과학실 같은 곳에서도 하지만 그곳도 교실이니 수업은 결국 교실에서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아이들은 교실에 앉아 선생님의 강의를 듣거나 활동을 하면서 교과 내용을 배우고 익힌다. 그런 아이들은 그것도 모자라 학원까지 다닌다. 그런데 이렇게 많이 배우는 교과 내용이 과연 아이들의 삶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필자는 첫 수업 시간에는 수업에 대해 안내한다. 그때 아이들에게 꼭 하는 질문이 있다. 지금까지 수업에서 배운 것 중에 의미 있다고 여기는 것이 있었는지, 실제 삶에 도움 되고 있는지라는 질문이다. 가끔은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솔직히 말해 평가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아이들은 교실에서의 배움을 자신의 삶과 관련된다기보다 성적을 받기 위한 도구로 보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울산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1.5단계였을 때의 일이다. 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학교 건물 밖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아이들은 뭘 들고 다니거나 바닥에 쪼그려 앉아있었다. 수업 시간에 학교 밖을 이렇게 다니는 일은 흔치 않기에 아이들에게 지금이 무슨 시간인지, 왜 돌아다니는지 물어보았다. 아이들은 과학 수업 중이라고 말해주었다. 어떤 수업인지 무척 궁금해졌다.

마침 그날 점심시간에 급식실에서 과학 선생님을 보게 되었다. 선생님께 아이들을 만났던 이야기를 하며 어떤 수업이었는지 여쭤보았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돌을 관찰하는 수업을 했다고 하셨다. 중학교 1학년 과학에서는 지구의 구조를 배우고 암석 등을 관찰해서 그 특징을 파악하는 단원이 있다. 보통은 교과서의 사진이나 모형을 보고 변성암, 퇴적암 등 여러 암석의 특징을 배우지만 그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우리 학교에 있는 돌을 직접 관찰하는 수업을 하심으로써 교과서가 현실과 분리된 실험실 속의 지식이 아니라 실제 삶의 내용을 다룬다는 것을 알려주신 것이다. 아이들의 반응이 어땠는지 물어보니 ‘아이고, 애들이 신나서 돌아다니는데…’라고 말씀하신 뒤 ‘그래도 꽤 열심히 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덧붙이셨다.

아이들은 교실에서 교과 내용을 배운다. 교실 속 수업과 배움은 교실에서 끝이 난다. 사실 교과 지식과 개념 대부분은 실제 삶에서 시작된 것들이다.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도 누군가에게는 호기심의 대상이었을 것이고 의문을 던졌을 것이다. 결국 그런 의문에 대한 가설을 세우고 실험과 검증을 거치면서 하나의 지식이 형성되는 만큼 교과 내용이나 개념은 삶과 관련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교과의 개념과 내용은 교실 속의 박제된 지식으로 전달되면서 점차 생기를 잃어간다.

미국의 철학자이자 교육학자인 듀이에 따르면 지식과 정보에 다음과 같은 차이점이 있다. 우리가 배우고 들어서 알고 있는 거의 대부분은 정보에 해당한다. 즉,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전달하는 것 대부분이 처음에는 정보라고 할 수 있다. 지식은 정보 중에서 내가 사용하고 있거나 사용해 본 것이다. 정리해보면, 전달이나 암기에 의한 학습을 통해 알게 된 것들은 정보이고, 그중에서 내가 이해하고 소화해서 내 것으로 사용하는 만큼을 지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정도를 내가 진짜로 아는 것이기 때문이다.

학교 주변의 돌멩이를 관찰하며 암석의 특징을 배운 그 아이들에게 화강암과 변성암은 이제 단순한 문자로 전달되는 정보가 아니라 내 것으로 소화되어 삶 속에서 살아있는 지식으로 남을 것이다. 아마 과학 선생님도 아이들이 그런 지식을 가지게 하려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아이들이 배움은 삶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고,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들도 결코 삶과 괴리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정창규 고헌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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