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 장경각 앞에 모인 사람들
통도사 장경각 앞에 모인 사람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4.25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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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따가운 지난 토요일(24일) 오후, 많은 대중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들었다. 영축총림 통도사 경내 서운암의 장경각 앞마당. 울산의 국보 바위그림에 옻과 삼베를 입힌 칠화(漆畵) 두 점(반구대·천전리 암각화)을 공식으로 선보이는 작품 발표회 자리였다.

울산사람만 어림잡아 2할(20%)이 넘어 보였다. 이채익 국회의원, 서동욱 남구청장은 인사 나누기에 바빴다. 외지 저명인사의 모습도 시야에 잡혔다. 김영춘 전 해수부장관은 부부동반으로, 이주영 전 국회부의장 부인과 홍준표 국회의원 부인은 혼자서 참석했다. 통도사를 비롯한 한국 7개 사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 반열에 올려놓은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 임민정 한국문협 시조분과위원장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없었다. 울산시 공직자는 눈을 비비고 보아도 없었다. 박물관 관계자도, 자가격리 중인 시장을 대신할 울산시 관계자도…, 나이 드신 울산시민 한 분이 걱정스레 입을 열었다. “우리 시장님 체통, 영 말이 아닙니다.”

오후 3시. 행사는 서울서 내려온 BTN(불교TV) 카메라가 돌아가는 가운데 시작됐다. 이윽고 이날의 주인공 성파(性坡) 대종사(통도사 방장 스님)가 마이크를 넘겨받았다. 노승(老僧)이 설법(說法)하듯 말문을 열었다. “우리 국보 반구대·천전리 암각화는 한국의 국보만이 아니라 세계적인 문화유산 감인데도 유네스코 등재가 아직도 안 돼 안타깝습니다. 이 훌륭한 선사시대의 유물을 우리가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세계만방에 널리 알렸으면 하는 것이 저의 뜻입니다.”

사회를 물려받은 성파 스님이 마이크를 통도사 주지 현문 스님에게 넘겼다. 주지 스님의 말이 이어졌다. “방장 스님과의 인연이 오랫동안 깊지만 가까이서 모신 시간은 불과 2년 정도입니다. 제가 모시고 살면서 새삼스레 이분의 능력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많은 것을 이루셨으면서도 끊임없이 열정을 쏟으셔서 이번에 암각화 작품을 성취하셨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오늘 완성되어 물밑에 가라앉은 이 작품의 모습을 보면서 여기가 바로 극락이란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습니다. 통도사가 (조계종단의) 전국 25개 본사 중에서 부처님 사리를 모신 불보사찰(佛寶寺刹)로 이름이 나 있기는 하지만 이런 어른이 계심으로써 더욱 빛이 난다고 생각합니다.”

마이크는 다시 이채익 국회의원(남구갑), 김영춘 전 해수부장관과 스님들에게 넘겨졌다. 성파 스님은 이배영 전 이화여대 총장과 조성배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등 내빈을 차례로 소개했다. 성파 스님의 유머 감각은 옻칠작품의 자개처럼 빛나기도 했다. 홍준표 의원 부인을 ‘사모님’이라 했다가 “마누라라 하면 안 되나”라는 너스레로 폭소를 자아낸 것.

이날 즉석 인사의 최고점수는 맨 마지막으로 인사한 통도사 한주(閑住) 법산 스님에게 돌아가는 분위기였다.

“우리 성파 스님은요, 7천 년 전 선사시대의 타임캡슐을 타고 여기에 오신 분입니다. 선사시대에 고래잡이도 하고 카누도 타면서 활동하시던 그때의 대작가이시고 선견지명도 아주 뛰어난 분입니다. 시공(時空)을 뛰어넘어 허공에서 춤추고 물밑에서 헤엄치며 새로운 창작의 시대를 열어준 분이 바로 성파 스님 아닙니까? 물속에 그림 띄울 기상천외한 생각을 어떻게 하셨는지? 성파 스님 말고는 어떤 시인도, 화가도, 작가도 이 불후의 명작을 감히 만들어낼 수가 없다고 봅니다.”

반구대·천전리 암각화를 실물 크기로 담고 있는 장경각 앞마당의 인공연못은 4월의 태양으로 찬란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김정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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