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지팡이]‘5030’은 전화번호가 아닙니다
[시민의 지팡이]‘5030’은 전화번호가 아닙니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4.15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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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는 자동차 덕분에 많이 편리해졌지만, 부정적인 측면도 그 못지않게 늘어났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 세대에는 엄청난 차량의 증가로 교통사고 또한 자연스레 증가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교통사고 사망률은 여타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더 높게 나타나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2017년에 2만6천316건이었던 울산의 교통사고는 2018년에 2만6천919건, 2019년에는 2만7천873건이 발생, 점차 증가 추세에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안전속도 5030’ 캠페인이었다. 이는 ‘보행자 보호’에 중점을 둔 정책으로, 전국 도시지역 일반도로의 제한속도는 시속 50km로, 주택가 도로와 어린이 보호구역 등 보행자의 안전 강화가 필요한 곳의 제한속도는 30km로 하향 조정하는 것이 골자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따라 2019년 4월부터 2년간의 계도기간을 거쳐 올해 4월 17일 전국적으로 시행된다.

사례연구에 따르면 시속 60km로 달리던 차가 보행자와 부딪칠 때의 사망자는 10명 중 9명꼴이었다. 하지만 속도를 50km로 줄이면 그 비율은 훨씬 줄어들었다. 사망자가 10명 중 5명꼴로 사망률이 약 40%나 줄어든 것이다. 이는 ‘5030 캠페인’이 교통안전과 보행자 보호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대책이라도 같이 지키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모두의 안전을 지키기엔 역부족이라는 얘기다. 울산 경찰이 캠페인 계도기간인 지난 1월에 집중단속에 나선 결과, 시내 주요 도로에서 과속으로 적발된 사례는 1만 7천 건이 넘었다. 지난해보다 700% 이상 증가한 것이다. ‘5030 캠페인’이 아직은 울산 시민에게 피부로 와닿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울산 경찰은 앞으로 단속카메라 주변 도로의 제한속도 표시를 보강하고, 단속량이 많은 지역에 현수막을 설치하는 한편 TV와 라디오를 통해서도 계속 홍보할 예정이다.

‘5030 캠페인’은 ‘보행자 보호 문화 정착’이라는 긍정적 측면이 강하다. 하지만, 지하철이 없는 울산에서 출·퇴근 시간대의 교통체증을 우려하는 목소리 또한 없지 않다. 달리 생각해보면, 면허가 있는 성인은 누구든지 운전자가 될 수 있지만, 언제든지 보행자가 될 수도 있다. 언제 어디서 어떤 사고가 발생할지 모르는 도로 위에서부터 보행자 보호 문화가 뿌리내린다면 나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 우리 주변의 소중한 모든 사람의 안전까지 책임질 수 있을 것이다. ‘5030’은 전화번호가 아닌,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는 약속이란 사실을 명심했으면 한다.

이세빈 울산남부경찰서 신정지구대 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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