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체험
부활절 체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4.04 19: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에 알게 된 지식의 한 토막이지만, 로만 가톨릭(천주교)에서는 부활절 바로 앞 사흘을 ‘성삼일(聖三日)로 삼아 경건하게 지내는 전통이 있다. 성주간(聖週間=Holy Week, 고난주간)의 목·금·토요일 사흘을 이르는 말로, 예수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에 대해 묵상하는 기간이다.

성삼일의 마지막 날(4월 3일), 가톨릭 신도인 K교수 부부와 우연히 만났다. 따라나선 곳은 중부경찰서에서 가까운 ‘병영 순교성지(殉敎聖地) 성당’. 올해가 마침 순교성인(殉敎聖人)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탄생 200주년인 데다 이날이 부활절(4월 4일)을 하루 앞둔 날이어서 의미가 깊었다. 하지만 찾아간 시간대가 점심시간이어서 경내만 둘러보고 외솔 생가 근처의 병영 성당으로 발길을 돌렸다. 다음 일정이 빠듯했던 탓이다.

병영 순교성지 성당은 1868년에 순교한 이양등(베드로), 김종윤(루카), 허인백(야고보) 복자(福者)의 영혼을 모신 곳. 신앙을 목숨보다 더 귀히 여긴 이분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세 분 모두 가톨릭 ‘성인(聖人)’ 이전 단계인 ‘복자 124위’에 속한다는 사실이 그 첫째다. 그리고, 세 분 모두 울산 죽령 교우촌(죽림굴, 대재공소)에 숨어서 신앙을 지키다가 1866년에 시작된 병인박해 기간(1868년)에 체포됐고, 그해 경주 관아에 끌려가 모진 고문을 거쳐 울산 장대벌(중구 남외동)에서 참수형(斬首刑)을 당했으며, 시신은 동천강변 모래밭에 가매장됐다가 신앙의 자유가 허용된 1886년 경주 산내면 도매산에 합장됐다는 것이 또 다른 공통점이다.

부활절인 4일 오전, 천주교 부산교구 울산대리구장좌(座) 성당인 중구 복산 성당의 미사에 난생처음 참례했다. 부활절 메시지를, 여느 해와는 달리, 성당에서 듣고 싶었던 이유가 컸다. 일부러 맨 뒷자리를 골라 앉았다. ‘주님 부활 대축일(大祝日)’ 미사는 성당 내 코로나19 방역수칙 지키기로 시작되고 있었다.

이날 부활 대축일 미사는 복산 성당의 전동기(유스티노) 주임신부 대신 김영규(안셀모) 대리구장 신부가 집전했다. “예수님은 죽은 이들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셔야 한다.” ‘요한 20장 9절‘이 자막이 선명한 가운데 안셀모 신부의 강론이 이어졌다. 강론 요지는 ‘예수님이 2021년의 코로나 한가운데서 부활하신 두 가지 의미’에 관한 것. “코로나로 고통받는 우리에게 위로와 격려를 전해주시기 위함”이 그 하나였고, “우리의 잘못을 깨우쳐 주시기 위함”이 또 다른 하나였다.

안셀모 신부의 강론은 ‘십자가 고난’에 앞서 있었던 예루살렘 입성 당시 성전을 더럽히던 유대교 사제와 장사치들을 향해 휘두른 예수의 채찍질을 떠올렸다. 안셀모 신부는 “과거의 사스, 메르스 때와는 또 달리 전 세계가 무질서 속에서 고통에 시달리는 것은 인간이 이기적, 자기중심적 탐욕에 눈이 멀어 동물에게까지 손을 뻗친 결과”라며 뼈아픈 반성과 속죄를 촉구했다. 안셀모 신부는 이어 “서로 남 탓만 하다가 ‘코로나 추방의 골든타임’을 놓친 데 이어 지금은 힘 있는 자들이 백신까지 독점하고 있다”며, 새로운 생명의 삶, 새로운 부활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1시간 10분에 걸친 부활 대축일 미사는 울산에서 한 대뿐이라는 파이프오르간의 장엄한 선율이 긴 여음을 남기는 가운데 끝을 맺었다. 성당의 성스러운 스테인드글라스 빛 사이로 또 다른 신비의 선율이 가슴 속으로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것은 병영 순교성지 성당을 빠져나오던 길목에서 영감(靈感)처럼 스쳐 지나간 토스티(1846∼1916, 이탈리아)의 ‘기도(Pregh

iera)’, 그 속의 감명 깊은 소절 ‘시뇨르 피에타’(Signor Pieta=‘구원하소서, 나의 주여!’), 바로 그것이었다.

김정주 논설실장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