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ice League! Rise-영화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
Justice League! Rise-영화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
  • 이상길
  • 승인 2021.04.01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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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의 한 장면.
영화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의 한 장면.

 

<어벤져스>시리즈로 최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마블이지만 마블의 융성은 이제 10년을 조금 넘겼을 뿐이다. 시간을 잠시 되돌려보자. 2019년 4월 <어벤져스:엔드게임>으로 일단 마무리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10년의 시작은 2008년 4월에 개봉했던 <아이언맨> 1편이다.

그 무렵 영화판이 어땠냐면 직전 해인 2007년 6월에 <트랜스포머> 1편이 개봉, 어릴 적 만화영화로만 봐왔던 거대전투로봇이 실사로 스크린에 구현되는 꿈같은 일이 벌어졌더랬다. 그리고 그 흥분이 막 가실 무렵, 이듬해인 2008년 4월에 <아이언맨> 1편이 개봉했다. 다들 비슷했을 거 같은데 <아이언맨> 1편이 마블 10년 계획의 시작이었다는 걸 알고 본 이들은 많지 않았을 테다. 게다가 <트랜스포머>가 개봉되고 거의 1년 뒤여서 <아이언맨>은 <트랜스포머>의 아류작 정도로 보는 이들이 적잖았다. 내가 그랬거든.

어쨌거나 저쨌거나 그해 최고의 슈퍼히어로 무비는 <아이언맨>이 아니었다. <아이언맨>이 극장에서 간판을 내린 뒤 그해 여름에 개봉했던 <다크 나이트>가 있었기 때문. DC코믹스를 기반으로 한 <다크 나이트>는 슈퍼히어로 무비를 철학의 경지로 끌어올리며 일대 혁명을 일으키고 만다.

참,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잠시 설명하자면 지금의 DC와 마블 간의 슈퍼히어로 무비 경쟁은 이제 100년이 다 되어 가는 미국 양대 코믹스(만화책 출판사)에 기반하고 있다. 그러니까 DC코믹스와 마블코믹스에서 만화책으로 출간했던 수많은 슈퍼히어로 작품들이 이제야 실사로 스크린에 구현되고 있는 셈이다. DC의 간판스타로는 슈퍼맨과 배트맨, 원더우먼, 아쿠아맨 등이 있고, 마블에는 아이언맨과 캡틴아메리카, 토르, 헐크 등이 있다.

그렇게 영화화하는 과정에서 처음에는 DC가 주도권을 쥐게 됐다. 바로 1978년부터 시작된 크리스토퍼 리브 주연의 <슈퍼맨>시리즈와 1989년부터 시작된 마이클 키튼 주연의 <배트맨>시리즈가 그것. 이들 작품들의 세계적인 흥행으로 DC가 돈을 쓸어 담는 동안 마블은 기껏해야 어설픈 TV시리즈나 만들고 있었다. 그러다 CG(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발달하면서 마블의 반격이 시작되는데 그게 바로 2000년부터 이어진 <엑스맨>시리즈였다. 엑스맨은 지금의 어벤져스 세계관에는 들어가 있지 않지만 독자적인 세계관으로 마블 슈퍼히어로 무비의 중흥기를 이끌었다는데 나름 의미가 크다.

이에 DC도 가만 있을 쏘냐. 2003년 <데어데블> 등을 말아먹으며 마블의 <엑스맨>시리즈에 잠시 밀렸던 DC는 20 05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을 기용해 마침내 배트맨 리부트 작품인 <배트맨 비긴즈>를 내놓게 된다. 이후 2008년 <다크 나이트>와 2012년 <다크 나이트 라이즈>까지 희대의 걸작인 ‘다크 나이트 3부작’이 탄생하게 된다.

하지만 <다크 나이트> 3부작 이후 2013년 슈퍼맨 리부트 작품인 <맨 오브 스틸>을 시작으로 저스티스 리그 프로젝트를 시작, 마블의 어벤져스에 맞섰으나 2017년 11월 개봉한 <저스티스 리그>가 망작 평가를 받으면서 그대로 꼬꾸라지고 말았다. 반면 마블은 계속 승승장구하며 2019년 4월 <어벤져스:엔드게임>으로 국내에서만 1천400만 관객을 불러 모으며 온 우주의 기운을 다 끌어 모았더랬다. 원래 만화책에서는 슈퍼히어로들이 떼로 등장하는 설정은 DC의 저스티스 리그가 먼저였는데. 또 내 최애 슈퍼히어로 캐릭터는 아이언맨도, 토르도, 캡틴 아메리카도 아닌 ‘배트맨’인데. 그렇게 마블의 <어벤져스> 시리즈를 신나게 즐기면서도 마음 한 켠은 속상했다.

그런데 영화광인 나도 미처 몰랐던 뒷이야기가 있었더라. 2017년 <저스티스 리그>의 원래 감독은 거장 잭 스나이더였는데 촬영이 70%정도 마쳤을 무렵, 딸이 세상을 뜨면서 슬픔에 빠져 촬영을 중단해버렸다고 한다. 해서 DC는 2012년 <어벤져스>와 2015년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연이어 흥행시킨 조스 웨던 감독을 영입해 나머지 촬영을 맡겼는데 이 작자가 잭 스나이더 감독이 촬영해놓은 분량을 거의 뒤집다시피 해 그 꼴을 만들어놨던 거다. 때문에 조스 웨던 감독에 대해서는 마블의 첩자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근데 이후 나 같은 열혈 DC팬들이 잭 스나이더 감독이 완성한 <저스티스 리그>가 보고 싶어 학생운동하듯 생떼를 부렸고, 그들의 열화 같은 성화에 힘을 얻은 잭 스나이더 감독이 마지막 30% 촬영을 마쳐 이번에 개봉한 게 바로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다. 한 마디로 굉장했다. 2017년 <저스티스 리그>와는 전혀 다른 영화가 됐고, 개인적으로는 영화의 무게감으로 인해 <어벤져스> 시리즈가 한 수 아래로 여겨졌다.

그렇다. 내가 마블보다 DC를 더 좋아하는 건 DC특유의 다크함(어두움)이 주는 무게감 때문이다. 어차피 우리들 삶이란 것도 어둡고 무겁다. 또 우주도 90%가 어둠이 아니던가. 해서 DC의 부활은 ‘진짜’고. <어벤져스:엔드게임>에서 캡틴이 “Avengers! Assemble(결집하라)”을 외쳤던 것처럼 언젠가 배트맨의 입에서 나올 이 말을 기대해본다. “Jus tice League! Rise (일어나라)” 2021년 3월18일. 러닝타임 242분.

이상길 취재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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