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백신은 나무와 숲이다
기후위기 백신은 나무와 숲이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3.31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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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식목일이 되면 가까운 산으로 가서 나무를 심던 기억이 난다. 또한, 강제적으로 징그러운 송충이를 잡으러 동원됐던 기억도 새롭다. 일제강점기 이후 황폐화된 산림(山林)을 다시 가꾸자는 의미로, 1949년부터 공휴일로 지정해 매년 식목일 즈음에는 다양한 나무 심기 행사들이 열렸다. 그러다가 주 40시간 근무제가 도입됨에 따라 2006년부터 기념일로 변경돼 공휴일에서 제외되었다. 그래서 현재는 식목일이 공휴일이 아닌 법정기념일이다.

지금은 식목일 전후로 약 한 달을 국민 식수 기간으로 정해 봄이 빨리 시작되는 남쪽부터 지역별로 식목 기간을 정하고 있다.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산은 거의 나무가 없는 민둥산이 태반이었다. 하지만 대대적인 나무 심기 운동으로 현재와 같은 푸른 산이 생겨났다. 나무는 목재 자원은 물론 푸르름의 쉼터가 되고, 여러 가지 다양한 먹거리와 귀중한 의약품의 소재이기도 하다. 그보다도 환경적인 측면에서 공기정화, 홍수방지, 깨끗한 물 제공 등 나무가 주는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하지만 우리나라 숲은 1970~80년대에 집중적으로 조림되었기에 노령화가 심각하다. 따라서 온실가스 흡수원의 역할도 급격하게 저하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국내 산림의 온실가스 흡수량은 2018년 4천560만 톤으로 전체 배출량(7억2천800만 톤)의 6.3%를 차지했다. 그러나 노령화로 인해 2050년에는 1천400만 톤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국내 산림 중 심은 지 50∼60년 된 나무 비율이 지난해 10%에서 2030년에는 33%, 2050년에는 72%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형 산불과 홍수, 가뭄 등 피부에 와닿는 이상기후 현상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새해부터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과 사우디아라비아에 눈이 내렸다. 한반도에서도 매년 이상기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1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총회에서 195개 회원국이 만장일치 승인한 보고서는 ‘2100년까지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하로 억제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지구 평균온도는 이미 산업화 이전보다 1℃ 상승한 상태.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 이하로 낮추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

세계 주요국이 앞다퉈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우리나라도 지난해 탄소중립 확산 움직임에 동참하며 세부적인 로드맵도 발표했다. 이후 산업구조를 저탄소화하고 친환경차 생산을 확대하는 등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다양한 해법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핵심 해법으로 탄소흡수원인 산림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유엔도 기후문제 해결 수단으로 산림을 주목했다. 비용 대비 효과가 크고 빠르면서도 부작용 없이 효과를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0년 다보스 포럼에서 ‘1조 그루 나무 심기’가 세계 각국의 주요 어젠더로 떠오른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숲과 나무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최적의 자연친화적 해법이다. 더 늦기 전에 우리나라도 산림을 보다 젊고 건강하게 개편해야 한다. 목재 수확 시기를 조정해 벌채 사업을 확대하고, 벌채한 자리에는 탄소흡수 능력과 환경 적응력이 뛰어난 나무를 심자. 베어낸 나무는 목재와 바이오매스 에너지로 활용하면 된다. 산림 바이오매스는 탄소중립 에너지원으로서 화석에너지를 대체하므로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할 수 있다.

도시 내 자투리 공간이나 유휴 토지, 하천변 등의 생활권 곳곳에 나무 심기를 확대하자. 도시 숲 조성은 각 지자체에서 광범위하게 추진해야 한다. 나무와 숲의 중요성에 관한 국민 인식이 과거에 비해 많이 낮아진 건 사실이다. 지구온난화와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한 요즘, 가족이 함께 나무를 심으며 산림의 소중함을 되새겨 보는 것은 어떨까. 기후위기 백신은 결국 ‘나무와 숲’이기 때문이다. 식목일이 공휴일에서 제외되자 자기랑 전혀 상관없는 날로 여기고 있진 않은지 돌아보자. 4월 5일은 식목일이다.

이동구 본보 독자위원장·RUPI사업단장·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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