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덕초(九德草)의 인성교육
구덕초(九德草)의 인성교육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9.04.27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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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산야에는 수많은 종류의 풀과 나무들이 자라고 성장과 번식을 계속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대대로 우리 땅을 지켜온 들꽃들은 개량된 원예종에 비하면 비록 작고 화려하지 않지만 꽃의 모양과 온화한 색상, 은은한 향기와 인간의 삶의 체취가 배어 있어서 좋은 것 같다.

도시의 보도 불럭 사이에 이리저리 채이면서도 돋아나고, 시골의 농로에 경운기 바퀴에 짓눌리면서도 강인한 생명력을 유지하며 살아간다. 봄이 무르익어 가는 요즘 노오란 꽃을 얌전하게 피우는 민들레꽃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 까 한다.

민들레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서 안질방이·앉은뱅이 등으로 부른다. 꽃이 지면서 씨가 익는데, 가벼운 흰 갓털(冠毛)이 있어서 바람에 잘 날려 멀리 퍼진다. 어릴 때 줄기를 꺾어 입으로 불면서 누가 홀씨를 멀리 날려 보내는지 서로 시합하며 놀던 추억의 꽃이다.

옛부터 민들레를 다른 이름으로 구덕초(九德草)라 불렀다. 이것은 민들레가 사람들이 좋아하며 따르는 아홉 가지 덕(德)을 갖추었다고 하여 부른 이름이다. 옛날 서당의 훈장은 마당에 들꽃인 민들레를 심어 놓고 아침 저녁으로 보면서 인성을 닦게 하였으며, 항상 구덕(九德)을 생각하게 하였다고 한다.

민들레가 수 없는 밟힘과 모진 환경을 이겨내고 피어난다는 것이 일덕(一德)이다. 씨가 바람에 잘 날리어 어느 곳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억척같이 살아나고 끈질긴 생명력을 지니고 있어 인생에 역경의 교훈을 주는 것이 이덕(二德)이다.

한 뿌리에 여러 송이의 꽃이 피는데 동시에 피는 법이 없고 한 송이가 지고 나면 또 피어난다. 200여개의 낱꽃이 모여 이루어진 꽃으로 바깥쪽에서 안쪽을 향해 차례로 조금씩 피는 장유유서(長幼有序)의 질서를 닮은 것이 삼덕(三德)이다. 오전 중에 햇볕을 받고 벌어졌다가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올려고 하면 일몰과 더불어 닫는 성질은 명암의 천기를 알아 선악(善惡)을 헤아릴 줄 아는 것이 사덕(四德)이다.

민들레꽃은 꿀이 많아서 멀리서도 벌들이 찾아 오니 정이 많다는 것이 오덕(五德)이다. 새벽 먼동이 트면서 다른 어느 꽃보다 먼저 꽃을 피우는 근면함이 육덕(六德)이다. 그래서 농부들이 일어날 시간에 맞춰 꽃이 핀다고 하여 ‘농부의 시계’라고 서양 사람들이 민들레의 별명을 붙여 놓았다.

민들레 홀씨가 갓털을 쓰고 제각기 의존할 데 없이 바람을 타고 멀리멀리 날아가 자수성가하여 일가를 이루니 이것이 칠덕(七德)이다. 민들레의 잎이나 줄기를 뜯으면 흰 즙액이 나오는데 이것을 바르면 기미를 없애고 종기를 낫게 하니 그 인(仁)이 팔덕(八德)이다.

민들레는 겨울을 나기 위하여 뿌리에 영양분을 가득 저장하여 이른 봄에 잎이나 꽃에 공급하게 된다. 그래서 어린 잎은 삶아 나물로 무쳐 먹고 뿌리는 기름에 튀기면 좋은 영양 강장식품이 된다. 이렇게 인간들을 위해서 공헌하는 살신성인(殺身成仁)이 구덕(九德)이라고 한다.

하찮은 들풀에 불과한 민들레를 예리한 안목으로 관찰하여 인성교육에 접목시킨 선인들의 지혜로움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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