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시대적 정의
‘청춘’의 시대적 정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3.30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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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靑春)’이라는 낱말은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 하나는 ‘새싹이 돋는 봄철’이라는 뜻으로 ‘초록의 봄’을 의미한다. 다른 하나는 ‘스무 살 안팎의 젊은 나이’ 또는 ‘그런 시절’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그 의미를 젊음과 나이로 판단했다. 청춘의 정의를 시대적으로 달리할 수는 없을까? ‘청춘’의 현대적, 시대적 정의에 새로 접근해 본다.

《청춘(靑春)》은 1914년 10월 1일 육당 최남선이 펴낸 잡지 이름이다. 청춘을 시대적으로 부각해 활동을 독려했으리라 짐작된다. 1930년대의 수필가 우보(牛步) 민태원(1894~1935)은 〈청춘예찬(靑春禮讚)〉을 발표했다. 이 또한 시대적으로 젊은이들의 피 끓는 정열, 원대한 이상, 건강한 육체를 들어 청춘을 찬미하고 격려한 수필이다. 조금 길게 인용한다.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 손을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을 들어 보라. 청춘의 피가 끓는다. 끓는 피에 뛰노는 심장은 거선(巨船)의 기관같이 힘 있다. 이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꾸며 내려온 동력은 꼭 이것이다. 이성은 투명하되 얼음과 같으며, 지혜는 날카로우나 갑 속에 든 칼이다. 청춘의 끓는 피가 아니더면 인간이 얼마나 쓸쓸하랴? 얼음에 싸인 만물은 죽음이 있을 뿐이다. ”

우보는 ‘청춘예찬’을 아래의 문장으로 마무리했다 “이것은 피어나기 전인 유소년(幼少年)에게서 구하지 못할 바이며, 시들어 가는 노년에게서 구하지 못할 바이며, 오직 우리 청춘에서만 구할 수 있는 것이다. 청춘은 인생의 황금시대다. 우리는 이 황금시대의 가치를 충분히 발휘하기 위하여, 이 황금시대를 영원히 붙잡아 두기 위하여, 힘차게 노래하며 힘차게 약동하자!” 우보는 청춘을 유소년, 노인이 아닌 끓는 피에 뛰노는 심장이 있는 젊은이로 단정했다.

노래 〈청춘가〉에서는 청춘을 홍안과 16세로 표현하고 있다. “청춘홍안(靑春紅顔)을 네 자랑 말아라/ 덧없는 세월에 백발이 되노라”, “이팔청춘에 소년 몸 되어서 문명의 학문을 닦아를 봅시다”

청춘을 봄과 꿈으로 비유한 노래 〈청춘의 봄〉이 있다. “청춘은 봄이요/ 봄은 꿈나라/ 언제나 즐거운/ 노래를 부릅시다/ 진달래가 생긋 웃는 봄봄/ 청춘은 싱글벙글/ 윙크하는 봄봄/ 노래를 부릅시다 젊은이여/ 진달래꽃 개나리꽃/ 생긋 웃는 봄봄/ 시냇가의 버들피리/ 삐삐 삐리 삐리삐/ 라라랄랄 라라랄라/ 라라랄 라라라 봄봄/ 청춘은 봄이요/ 봄은 꿈나라” 〈청춘의 봄〉은 청춘을 봄과 꿈으로 확장시켜 진취적이고 희망적인 일상을 노래 부르도록 권하고 있다.

흘러간 청춘을 돌려달라고 소리치는 노래 <청춘을 돌려 다오>도 있다. “청춘을 돌려다오 젊음을 다오/ 흐르는 내 인생에 애원이란다/ 못다 한 그 사랑도 태산 같은데/ 가는 세월 참을 수는 없지 않느냐/ 청춘아 내 청춘아 어딜 갔느냐”

청춘을 나이에 사로잡혀 두둔하여 자신을 변명하는 노래 <내 나이가 어때서>도 있다. “야 야 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에 나이가 있나요/ 마음은 하나요/ 느낌도 하나요/ 그대만이 정말 내 사랑인데/ 눈물이 나네요/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

<나이야 가라>라는 노래도 있다. “나이야 가라. 나이야 가라. 나이가 대수냐/ 오늘이 가장 젊은 날/ 이제는 돌아보지 마세요/ 그렇게 흘려보내요/ 아쉬워도 시간 속에 묻어요/ 인생이란 다 그렇지/ 청춘엔 기준이 없는 거란 걸/ 지금도 한창때란 걸~/ 잊지는 말아요 오늘 이 순간이/ 내 인생에 가장 젊은 날~”<나이야 가라>의 2절 가사는 ‘마음엔 나이가 없는 거란 걸/ 세월도 빗겨 가는 걸’, ‘잊지는 말아요/ 오늘 이 순간이/ 내 인생에 가장 젊은 날’, ‘청춘엔 기준이 없는 거란 걸/ 지금도 한창때란 걸’등으로 확대 발전시켰다.

지금까지 몇몇 노래 가사를 통해 살펴본 청춘의 정의는 ‘스무 살 안팎의 젊은 나이’라는 결론으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나 이상기후와 같은 급변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으로서는 청춘에 대한 정의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 ‘청춘의 정의는 목적과 방향성이 정해져 실천하는 남녀노소 누구나 청춘이다.’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명예회장·조류생태학 박사·철새홍보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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