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은 약이 아니라 독이다
마약은 약이 아니라 독이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3.29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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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자에 눈길을 끄는 뉴스가 있었다. 울산의 마약범죄 검거 건수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검거 건수가 늘어났다는 것은 경찰의 수사 능력이 높아진 동시에 마약 사범도 증가했음을 의미한다. 속살을 들여다보면, 결코 반가울 수만 없는 뉴스다.

울산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6년에 113건이던 울산의 마약범죄가 2020년에는 132건으로 16.8% 증가했다. 검거되는 마약 사범보다 검거되지 않은 마약 사범이 더 많으리라는 것이 상식적인 추론이다.

마약은 생산은 물론 유통과 판매, 투약과 소지 모두 강력한 처벌 대상이다. 위험성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마약은 심신을 피폐하게 할 뿐 아니라 투약 이후 잔혹한 2차 범죄를 일으키기도 한다. 마약범죄를 강력범죄로 취급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마약은 약(藥)이 아니라 독(毒)이다. 그러므로 ‘마약’이라는 단어를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주거나 효과를 강조하는 것에 활용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 마약이라는 말은 다른 단어들과 합성되어 넓고 깊게 사용되고 있다. 인터넷에서 ‘마약’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관련 단어들이 줄줄이 뜬다. ‘마약 김밥’에서 ‘마약 베개’, ‘마약 계란장’, ‘마약 족발’, ‘마약 치킨’, ‘마약 토스트’ 등 먹는 것이 주류를 이루지만, 생활용품에도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남녀노소가 함께 찾는 프로야구경기장에서도 열정적 응원을 빗대어 마약을 합성한 단어가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 언론도 거리낌 없이 이를 인용하고, 포장을 극대화한다. 물론, 마약이 들어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칫 마약을 미화하거나 마약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덧칠할 수는 있다.

마약범죄를 오랫동안 수사해온 울산지역의 한 경찰관은 자신의 SNS에 이 같은 위험성을 경고했다. 공영방송은 물론 종편과 유튜브 등에는 맛이 있다는 음식은 물론 어린이 잠옷에까지 ‘마약’이라는 단어를 무분별하게 갖다 붙이고 있다고 개탄했다. 중독성이 강하고, 재범률이 높으며, 각종 부작용을 초래하는 마약이라는 단어를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한다면 성장기 아이들과 청소년들의 정서함양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청소년 마약 사범이 해마다 느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며, 강조하고 싶다면 ‘마약’ 대신 ‘꿀’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퇴직을 목전에 둔 경찰관의 경고를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마약에 관한 한 청정국 지위를 오랫동안 유지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마약은 나이와 계층을 안 가리고 넓고 깊게 확산하고 있다. 몇몇 사람들의 전유물에서 누구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물품이 된 것이다.

지하에서 음습하게 유통되던 마약은 이제 인터넷 등을 통한 유통망의 변화에 따라 지상의 세계로 올라왔다. 그것도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 파죽지세를 보인다. 특히, 코로나 사태 이후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추적이 쉽지 않은 유통이 활개를 친다. 마약 자체의 위험성도 크지만, 마약 투약자의 범죄도 하루가 멀다고 꼬리를 문다. 마약에 취해 교통사고를 내고, 묻지 마 폭행에다 보복폭행이나 살인도 예사로 일삼는다.

마약은 개인의 일상 파괴를 넘어 공동체의 안전과 안녕을 송두리째 붕괴시킬 위험성도 크다. 이미 ‘마약 청정국’ 지위도 무색해졌다고 보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마약범죄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와 단호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아울러, 마약을 미화하거나 긍정적 이미지로 받아들이게 하는 단어의 사용을 업주는 자제하고, 관계 당국은 강력한 경고를 보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도 마약류로 취급되는 의약품들의 관리와 유통에 문제점은 없는지 세심하게 지도하고 점검해야 한다. 덧붙여, 교육현장에서도 마약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학습이 필요할 것이다.

마약은 피로회복제도 자양강장제도 아니고, 만병통치약은 더더욱 아니다. 마약은 몸과 마음을 황폐하게 만드는 독이다. 마약으로부터 안전하고 건강한 울산을 지켜내는 일은 느슨해서도 늦추어서도 안 된다.

안수일 울산광역시의회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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