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로 세상을 아름답게
노래로 세상을 아름답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3.23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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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만큼 노래를 좋아하는 민족이 또 있을까!

고개 하나만 넘어도 아리랑의 노랫말이 바뀌고, 지역마다 고장의 특색을 담은 아리랑 곡조를 가진 민족이 아니던가! 그래서인지 요즘 방송 채널을 돌리면 나오는 각종 노래 경연 프로그램들에 많은 시청자가 열광한다. 게다가 출연자들을 보면 가수 뺨치는 일반인들이 차고 넘친다.

그런데도 일상에서는 노래 부르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노래는 노래방에서나 부르는 것이지 아무 데서나 부르거나 흥얼대면 주변 사람들이 이상한 사람 취급을 하기 십상이다. 모내기하면서, 멸치 그물 후리면서 노래하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 해변에서 모닥불 피워놓고 기타 치며 노래 부르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 이문세 테이프가 늘어나도록 목청껏 따라부르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

노래방 문화가 생기면서 노래방은 노래 좋아하는 사람들을 블랙홀처럼 흡수했다. 노래를 점수로 매기고, 에코를 듬뿍 넣은 마이크로 제 목소리를 그럴듯하게 보이게 포장한다. 그렇게 어두컴컴하고 밀폐된 공간에서 노래 부르는 동안 우리는 기계 반주가 없으면, 노랫말을 보여주는 모니터가 없으면, 에코 빵빵한 마이크가 없으면, 노래를 부르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코로나가 덮쳤다. 노래방을 갈 수 없게 되었다. 노래를 부르고 싶지만, 노래방이 아닌 곳에서 노래 부르는 일은 어색하기만 하다. 답답한 마음에 TV에 나오는 노래 경연대회를 보면서 마음을 달랜다. 세상에 노래 잘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았나 싶다. 나는 어디 가서 노래 부르다 망신당하는 거 아닌가 걱정이 된다.

위기는 기회라고 했다. 이참에 노래방에서 노래를 구출해야 한다. 일상에서 마음껏 노래 부를 수 있게 문화를 바꾸어야 한다. 혼자도 부르고, 여럿이서도 불러야 한다. 가족들과도 부르고 동료들과도 불러야 한다. 좀 못 부르더라도 서로 손뼉을 쳐주며 들으면 행복해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렇게 노래를 부를 수 있는 터전이 만들어져야 한다.

학교는 좀 낫다. 문화예술교육을 인성교육의 도구로 여겨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교육감이 선출된 이후 학교마다 예술동아리 육성에 대한 지원을 늘리면서 음악과 관련된 경험의 기회가 늘어난 편이다. 오랫동안 교육 현장에서 합창과 합주를 지도하면서, 함께 노래 부르는 것이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꾸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체감했다. ‘함께 입을 맞춘다’, ‘호흡을 같이한다’는 말의 의미를 합창으로 절실히 느꼈다. 이렇게 좋은 합창을 온 국민이 부르면 어떨까? 함께 입을 맞추고 호흡하면 좀 더 아름다운 세상이 되지 않을까?

교육청과 지자체에 제안한다. 종이든 횡이든 다양한 포맷으로 노래 부를 기회를 앞장서서 열어주기를 바란다. 동성 합창, 혼성 합창, 가족 합창, 직장인 합창 등 노래 부르고 싶은 사람들이 찾아갈 수 있는 환하고 열려있는 공간이 늘어나야 한다. 전문 예술인들을 위한 문화예술지원사업도 중요하지만, 음악 동호인들을 위한 ‘멍석 깔아주기’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더 시급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김지원 남산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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