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희년’과 부활절
‘특별희년’과 부활절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3.22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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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이 우리나라에서는 ‘특별희년(特別禧年)’이다. 희년(禧年), 특별희년은 무슨 말일까? 기독교 신자라면 알고 있을 ‘희년(禧年)’의 앞머리 한자는 ‘기쁠 희(禧)’자로 그 뜻은 ‘기쁘다, 즐기다, 좋아하다’이다. 올 한 해는 기독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기쁨이 충만한 일상의 연속으로 여겨도 좋을 것 같다. 다음(daum) 백과는 희년에 대해 “성경에 나오는 규정으로, 안식년이 일곱 번 지난 50년마다 돌아오는 해. 이 해가 되면 유대인들은 유일신 야훼가 가나안 땅에서 나누어 준 자기 가족의 땅으로 돌아가고 땅은 쉬게 한다.…”라고 풀이한다.

희년이 영어로는 ‘jubilee(주∼벌리)’, 히브리어로는 ‘요벨’(yobel=기쁨의 나팔 소리)이다. 영어 jubilee에는 ‘축제, 축전, 환희’라는 뜻이 있다. 가톨릭에서는 보통 ‘25년마다 돌아오는 성년(聖年=Holy Year)’을 뜻하고 ‘Silver Jubilee’는 25주년·25년제를, ‘Golden Jubilee’는 50년 축전·50년제를 의미한다.

그런데 ‘희년’이란 단어 앞에 ‘특별’이라는 낱말이 붙은 이유는 무엇일까? 천주교 부산교구 울산대리구의 선교사목국장인 김영훈 미카엘 신부는 “2021년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 천주교를 위해 선포한 특별희년”이라고 귀띔한다. 그렇다면, 한국 천주교의 어떤 일이 ‘특별희년’을 선포하게 했을까? 그 중심에는 김대건 신부가 있다. 2021은 ‘조선 최초의 신부’로 추앙받는 ‘성(聖)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1821.8.21.∼1

846.9.16)가 탄생한 지 2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1984년 4월, 세계 천주교의 영적 지도자인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한국을 방문했다. 그 목적의 하나가 김대건 신부를 선종 138년 만에 가톨릭 성인으로 추대하는 일이었다. 2019년 11월 14일 유네스코는 2021년이 김대건 신부의 탄생 200주년인 점에 주목하고 ‘2021년의 유네스코 세계기념 인물’로 김대건 신부를 선정했다. 특별희년인 2021년은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가톨릭 성인 추대 37년, 유네스코 세계기념 인물 선정 3년째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비단 가톨릭 신자가 아니더라도 기쁘게 맞이하고 찬양할 일이다.

마침 올해 4월 4일은 ‘예수님이 다시 살아나심’을 기억하는 ‘부활절’이다. 그러나 부활의 의미를 예수가 육신으로 다시 살아난 사건으로 한정시키는 것은 좁은 해석으로 보인다. 부활의 관념적 상징성에 집착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부활의 의미를 시대의 흐름을 좇아 다양하게 재해석, ‘다시, 재(再), 복(復), 일어나라, 깨어라’ 등으로 그 폭을 넓히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이런 관점에서 ‘소(蘇)’와 ‘소(?)’를 통해 예수 부활의 상징적 의미를 풀어보기로 한다.

기독교를 한자어로는 ‘야소교(耶蘇敎)’라 표현하기도 한다. ‘야소교’란 천주교와 개신교, 정교회(正敎會) 등 예수를 구세주로 믿는 종교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야소(耶蘇)’는 ‘예수(Jesus)’의 음역어이기도 하다.

그런데 한자 ‘소(蘇)’의 의미는 차조기, 깨어나다, 일어나다 등으로 다양하다. 이를 파자(破字)하면 ‘초(艸)+어(魚)+화(禾)’로 나뉜다. 이는 예수님이 빵 다섯 조각과 물고기 두 마리를 두 손으로 들고 하늘을 우러러 축사한 덕분에 오천 청중을 배부르게 먹이고도 남게 한 기적의 이야기를 문자로 형상화한 것으로 볼 수도 있디. 여기서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기적’을 과학적으로 해석하기보다 여호와의 권능이 예수를 통해 드러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이번에는 한자 ‘소(?)’를 파자하면 ‘어(魚)+화(禾)’로 나뉜다. 이 글자를 보면 예수님이 오병이어를 들고 하늘을 향해 축사한 다음 많은 사람을 배불리 먹인 기적을 생각해내기가 어렵지 않다. ‘소(?)’는 ‘가자미’란 뜻도 내포한다.

울산 토박이들은 황어(黃魚)를 ‘가족을 먹여 살리는 고기’라는 의미에서 ‘쑥국어’라 부르고, 지리산 자락에서는 고기의 몸 색깔이 붉다 해서 ‘가사어(袈裟魚)’라 부른다. 필자는 가자미의 한자 이름 ‘소(?)’를 오병이어에 비유하여 ‘부활어(復活魚)’로 부르고 싶다. 기독교 사상을 묵시문학적으로 표현하면, 자비로우신 하나님이 굶주린 백성을 긍휼히(불쌍히) 여겨 만나와 메추리를 내려주셨듯이, 빵과 물고기를 독생자의 이름으로 베풀어주신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동가식(東家食), 일미천근(一米千斤), 아사구제공덕(餓死救濟功德), ‘우리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 ‘아침에 우는 새는 배가 고파 울고요’, ‘흉년드는 세상에는 쌀이 되어 구제하되 여러 중생 이익한 일 한가진들 빼오리까’(이산혜연선사 발원문),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못한 사람과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 등등에서 보듯 ‘식(食)’은 생명의 에너지다. 그 원천에 기독(그리스도)의 가르침이 자리하고 있지 않은가?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명예회장 조류생태학박사·철새홍보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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