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투자자금(Angry Money)
성난 투자자금(Angry Money)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09.04.27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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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한국의 주식시장이 세계 어느 나라 보다 뜨겁다.

4월에도 3월에 이어 KOSPI가 10%이상 상승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수급적인 측면에서 오랜만에 컴백한 외국인의 매수가 눈에 띄고 동시에 개인투자자들의 귀환이 두드러진다.

외국인들이 최근 들어 3조 4천억 이상 한국시장에서 주식을 쇼핑하고 있고 개인투자자들도 최근 들어 연일 매수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이달 10일부터 24일까지 11거래일 연속 순매수하며 1조 7800억 어치의 주식을 쓸어 담고 있다. 이처럼 외국인과 함께 개인투자자들이 강력한 매수주체로 떠오르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힘은 각종 통계에서도 여실히 나타나고 있는데 4월 들어 유가증권시장의 개인 거래비중은 평균 66%로 2005년 12월 이후 월간으로 3년 4개월 만의 최고 수준이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개인 비중이 90%를 넘나든다. 개인들이 증권사에 맡긴 고객예탁금 역시 작년 말 9조원 대에서 올 들어 6조원 이상 급증했고 이달 15일에는 16조원을 돌파해 사상 최고치를 지난주에 이어 새로 갈아 치우고 있다.

새로 개설한 계좌 수 역시 3월 한 달간 16만개에 달했고 4월에도 급증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외에 공모시장에도 개인들의 자금이 몰리면서 10조원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들어 낙폭 과대에 대한 인식, 경기호전에 대한 기대감·저금리 기조의 정착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주식시장으로의 유입을 부추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형펀드로의 자금유입은 매우 인색하다. 오히려 최근 주가상승에 편승하여 오히려 감소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작년의 쓰라렸던 호된 경험이 주식형펀드에 대한 신뢰감 상실로 이어졌고 이것이 시황의 호전에도 불구하고 간접투자가 아닌 직접투자로 유인되는 계기가 된 것으로 분석이 되고 있다.

이처럼 펀드 손실로 화가 난 자금이 증시로 유입된 것을 일컬어 앵그리 머니(angry money)라 한다.

실제로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올 들어 환매가 늘면서 5조원 가까이 급감했다고 하는데 이는 개인투자자들이 펀드를 환매한 돈으로 직접투자에 참가해 손실 보전에 나섰다고 볼 수 있다.

지수가 본격적으로 반등하기 시작한 3월 이후 KOSPI 지수는 30%이상 넘는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더러는 지수상승률 보다 훨씬 상회하는 수익률을 올렸다는 개인투자자들 이야기도 들러온다.

그럼에도 다소 걱정이 앞서는 것은 시장 분위기에 편승한 ‘묻지마’ 식의 과거의 투자패턴을 답습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주식시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살벌한 전쟁터와 같다.

우리들에게 무척이나 소중한 자산이 거래되는 총성 없는 전쟁터이다. 좀 더 냉정하고 신중한 투자 자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본다.

3월에서 4월까지 경기지표를 비롯한 시장지표는 생각보다 빠르게 긍정적인 신호들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문제는 지금부터이다. 지금부터 발표되는 지표는 다소 속도조절이 되는 신호가 나올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리고 그간의 상승폭에 대한 일정부분의 이격조절도 필요해 보이는 시점이다.

연일 매도로 일관하는 기관들의 매매패턴도 다소 부담스러워 보이고 매수를 적극적으로 하는 것처럼 보이는 외국인들의 매수도 추세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이유야 어쨌건 시장에 들어온 앵그리 머니가 성공적인 투자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램 간절하다.

/ 김기석 대우증권 울산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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