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투고를 망설이는 분에게
신문투고를 망설이는 분에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3.16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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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지인 한 분의 연락을 받았다. 신문에서 내 사진을 보았는데, 기고 활동이 의외라는 얘기였다. 그가 본 것은 2월 중순 본보 1면에 게재된 ‘필진 소개’였다. 가나다순 소개이다 보니, 본의 아니게 내 이름이 앞쪽에 나왔고, 그것이 그의 눈에 띄었던 것. 스스로 생각해도 보잘것없는 이름이 저명인사들과 함께 올라 있으니 그럴 만도 했겠다 싶었다.

지인은 이런 말도 들려주었다. “그래도 예전 경력을 살리는 것 같기는 해.” 10여 년간 군 공보분야에 몸담은 사실을 말하는 것 같았다. 그때는 ‘스피치라이터’(=speech-writer, 연설작가)와 언론 관련 업무를 주로 수행했다. 그러다 보니 동료들보다 글 쓸 기회가 좀 더 많았고, 타인의 기고문을 언론사에 보내기 전에 퇴고하는 일도 종종 맡아야 했다. 그렇다고 해도 전문가가 보기에는 아직도 갈 길이 먼 아마추어일 수밖에 없다. 지금도 나름대로 노력은 하지만 글쓰기 즉 작문(作文)이라는 건 쉽지 않은 분야다. 오랜 시간 꾸준한 노력과 인고의 과정을 거쳐 내공이 충분히 쌓여야 비로소 훌륭한 기고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지금도 ‘신문에 글을 한번 보내볼까’하고 망설이는 분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내 주변에도 그런 분들이 더러 있다. 그중 한 분이 이렇게 말했다. “내가 말재주는 좀 있는데, 글재주가 영 없어서 말이야.” 그런데 이런 분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글을 써서 기고한다는 것은 실력보다 자신감과 용기가 더 필요하다고…. 물론, 해박한 지식과 글쓰기 기술을 겸비하고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학창시절, 문과생으로 ‘작문’ 과목을 배울 때 읽었고, 20년이 더 지난 지금도 또렷이 기억나는 구절이 있다. ‘글쓰기를 절대 두려워하지 말라.’ 사실 글은 많이 써보아야 실력이 향상된다. 하기야, 본보 기자나 편집국 간부진도 새내기 시절에는 현재의 ‘고수’ 경지와는 사뭇 달랐을 것이다.

예비 투고가 분들에게 조언을 드린다면, 먼저 신문의 사설이나 기사를 다독·정독하면 상당한 도움이 된다. 대입 논술을 준비하면서 일부러 일간지 사설만 집중적으로 탐독한 적이 있었다. 글 쓰는 기법과 작문의 논리를 그렇게 배우라는 선생님의 조언을 따랐던 것. 하지만 당시의 내게는 그리 손쉬운 일이 아니었다. 솔직히, 때로는 사설 내용이 무슨 의미인지 몰라 짜증스럽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정치나 경제, 사회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이 거의 없었던 때였으니 말이다. 그 무렵 얻은 것이 있다면, 의미는 몰라도 생소한 용어들을 그냥 ‘서당 개 따라 하듯’ 익혔다는 사실이다. 시간이 흘러 어디서 같은 용어라도 볼 때면 안면 있는 사람을 만난 것처럼 왜 그리도 반가웠는지 모른다. 배경지식은 그러면서 조금씩 쌓아갔다.

글 쓸 때 도움이 되는 문법의 하나는 주어와 서술어의 호응이다. 고차원적인 국어 문법은 아니더라도 예문을 보면 자연스레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예를 들어, ‘내 꿈은…펼치려고 한다.’는 문장은 왠지 어색하다. 이유는 주어 ‘꿈은’과 서술어 ‘펼치려고 한다’가 호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표현을 ‘내 꿈은…펼치는 것이다.’로 수정하면 한결 매끄러워진다. 별것 아닌 것 같아도 글쓰기에 몰두하다 보면 이를 놓치는 일이 적지 않다. 수식어나 다른 문장성분으로 인해 주어와 서술어가 떨어져 있을 때도 이 같은 오류는 생길 수 있다.

글은 무엇보다 진솔함이 중요하다. 그래야 읽는 이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고, 생각과 논지를 잘 전달할 수 있다. 자신의 생각이 신문 지면에서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예비 투고가 여러분에게 아름다운 도전을 권해 드린다.

김기환 민방위 전문강사 예비역 소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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