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생태관광 홍보대사 ‘떼까마귀’
울산 생태관광 홍보대사 ‘떼까마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3.15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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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19일, 대구에 본사를 둔 매일신문 김태형 선임기자와 장시간 통화를 했다. 울산을 찾는 떼까마귀를 소개하고 싶다고 했다. 통화 내용은 주로 떼까마귀의 먹이, 습성, 찾는 이유, 체류 기간 등 생태와 ‘까마귀가 울면 초상이 난다’, ‘까마귀는 머리가 좋다’와 같은 떼까마귀 혹은 까마귀 인문학에 관한 이야기였다.

김 기자는 며칠 뒤, 마침 필자가 근무하는 토요일, 사전 연락도 없이 울산을 찾아왔다. 그는 경주를 거쳐 울산을 찾았고, 이는 떼까마귀의 먹이활동 범위가 궁금해서라고 했다. 경주시 오릉 네거리의 전깃줄에 앉아 휴식 중인 떼까마귀 이야기를 전했다. 일상적으로 떼까마귀의 먹이활동은 포항지역에서도 관찰된다. 김 기자는 울산에 도착해서 태화강과 국가정원을 먼저 둘러본 다음 마지막으로 철새홍보관을 찾았다고 했다.

2021년 1월 19일, 울산시가 2021년을 ‘생태관광 활성화 원년’으로 삼겠다며 계획수립에 나섰다는 기사를 읽었다. 철새 버스를 운행하고 생태탐방코스와 관광상품도 발굴하겠다고 했다. 동물생태를 전공하고 울산에서 활동하는 필자로서는 도울 일과 업무의 연속성을 생각할 때 무척 기뻤다.

2021년 2월 24일자 매일신문은 김 기자의 울산 르포 글을 <‘김태형의 시시각각’ 울산 홍보도우미 떼까마귀>라는 제목으로 소개했다. 지면을 떼까마귀를 중심으로 태화강국가정원의 전경 사진 10장과 함께 상세하게 채웠다. 김 기자의 글을 잠시 소개하는 것은 울산 떼까마귀에 대한 다른 지역 신문사의 관심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싶어서이다.

“십리대숲이 일품인 울산 태화강. 해가 숨자 어김없이 그들이 돌아왔습니다. ‘하늘 벤치’ 송전탑 꼭대기 전깃줄에 도열한 선발대 무리가 곡예비행으로 무대를 열더니 노을 진 하늘에서 대공연이 시작됐습니다.

서쪽에서 한 무리, 남에서도 또 북에서도…. 한눈 판 새 떼까마귀가 군단으로 떴습니다. 하늘이 모자라도록 까맣게 덮었습니다. 급 회전술 쇼트트랙, 쏜살같은 수직 낙하. 혼을 빼는 회오리 춤에 아찔한 교차 비행술까지, 넋을 놓은 블록버스터급 라이브였습니다. 눈을 뗄 수 없는 40여 분이었습니다.

‘뭉쳐야 산다’ 부리도 발톱도 몸집도 보잘것없지만, 천적도 구경꾼도 쫄게 하는 섬한 군무. 잠자리가 들킨다고 한참을 집 밖에서 맴돌더니 어둠이 내리자 감쪽같이 대숲으로 들었습니다. 누가 이들에게 오합지졸(烏合之卒)이라 했나요.

사탕 주는 이, 혼내는 얼굴도 기억한다는 똑똑한 떼까마귀가 울산의 명물이 됐습니다. ‘특급호텔’ 삼호대숲을 더 가꾸고 되살렸더니 2000년엔 3만 마리, 지금은 13만 마리. 숙박비는 못 내도 명품 공연으로 관광객을 불러 지갑을 열게 하는 의리의 친구들입니다.

떼까마귀는 울산이 친환경 생태 공업도시로 거듭남을 알리는 상징이 됐습니다. 대숲을 품은 태화강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이 5등급(1997년)에서 1∼2등급(2017년)으로 뛰자 연어·황어·은어를 따라 수달도 돌아왔습니다. 하늘색도 예전보다 많이 맑아졌습니다.

십리대숲(4.3km)에는 이제 강 상류 석남사까지 공무원·기업·시민이 함께 팔을 걷고 가꾸는 백리대숲(40㎞) 프로젝트가 한창입니다. 해뜨기 전, 먹이터 경주·양산·밀양까지 날아가 들판에 남은 낙곡이 고맙다며 해충도 잡아주고, 해지면 돌아와 꼭 태화강 대숲에서 잠드는 친구들. 주택가 전깃줄 아래 배설물로 타박도 받지만 강과 숲에는 더없이 좋은 자양분입니다.

떼까마귀들의 ‘하늘 벤치’ 송전선로가 지중화 사업으로 2년 후엔 사라진다고 합니다. 이참에 삼호대숲 주변 강 언저리에 공존을 위한 ‘떼까마귀 전용 하늘 쉼터’가 들어선다면 국가정원 태화강의 ‘생태도시 울산’에 점을 찍는 공공디자인으로도 손색이 없겠습니다.

철새도 힘이 되고 돈이 되는 시댑니다. 이뻐해 주는 만큼 되돌려 줍니다. 순천의 흑두루미, 고성의 독수리도 그랬습니다. 보고 싶은 달성습지 흑두루미, 고령 개진 독수리…. 버리면 남의 떡, 모으면 철새도 귀한 자원입니다.”

김 선임기자의 마지막 글 “버리면 남의 떡, 모으면 철새도 귀한 자원입니다.”라는 한마디가 ‘생태관광 활성화 원년’에 관심의 마중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명예회장, 조류생태학박사, 철새홍보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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