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과 ‘희년(禧年)’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과 ‘희년(禧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3.14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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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신자가 아니면 낯설게 들릴 수도 있는 ‘희년(禧年)’. 영어권에서는 ‘jubilee(주∼벌리)’, 히브리어로는 ‘요벨’(yobel=기쁨의 나팔 소리)이라고 하는 이 낱말을 다음 백과에서는 이렇게 정의한다. “희년은 성경에 나오는 규정으로, 안식년이 일곱 번 지난 50년마다 돌아오는 해. 이 해가 되면 유대인들은 유일신 야훼가 가나안 땅에서 나누어 준 자기 가족의 땅으로 돌아가고 땅은 쉬게 한다….”

영어 jubilee에는 ‘(기념)축제, 축전, 환희’라는 뜻이 있다. 한자 ‘기쁠 희(禧)’ 자의 뜻(=기쁘다, 즐기다, 좋아하다) 그대로 이 해는 기쁨으로 맞이하는 해다. 가톨릭(천주교)에서는 보통 ‘25년마다 돌아오는 성년(聖年=Holy Year)’을 뜻하고 ‘Silver Jubilee’는 25주년·25년제를, ‘Golden Jubilee’는 50년 축전·50년제를 의미한다고 한다.

앞선 풀이에서도 짐작이 가듯, 희년이 되면 땅과 집이 본디 주인에게 돌아가고, 노예가 해방되며, 부채가 면제되었다. 이러한 인식은 구약성경 ‘레위記’에 그 근거를 둔다. “안식년이 일곱 번 지나면, 사십구 년이 끝난다.…너희는 오십 년이 시작되는 이 해를 거룩한 해로 정하고, 전국의 모든 거주민에게 자유를 선포하여라. 이 해는 너희가 희년으로 누릴 해이다.” (레위기, 25장 8∼10절)

레위기 25장의 다음 구절은 외국인 노동자와 나란히 살아가는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큰 울림으로 다가올 것이다. “주인은 그를 해마다 고용하는 것으로 하고, 그를 품꾼으로 대접하여야 한다. 어떤 주인이라도 그 종을 심하게 부려서는 안 된다.…희년이 되면 그는 풀려날 수 있다. ”

다시 다음 백과를 인용하면, ‘희년(Year of Jubilee)’은 로마 가톨릭교회에서 기념하는 특별한 해를 말한다. 25년마다 돌아오는 ‘정기 희년’과 특별한 이유로 선포하는 ‘특별 희년’이 있다. 희년에는 교황이 제시한 조건을 지킨 신자들에게 전대사(全大赦)라는 특전이 주어진다. ‘전대사’는 죄에 따른 벌을 모두 사면받는 것을 말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5년 3월, ‘자비의 특별 희년(Jubilee of Mercy)’을 선포한 바 있다. 그 기간은 그해 12월 8일(‘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부터 2016년 11월 20일(‘그리스도 대축일’)까지 이어졌다.

그렇다면 올해는 신앙적으로 아무런 흔적도 없이 지나가는 해일까? 그렇지 않다. ‘천주교 부산교구 울산대리구’의 선교사목국장인 김영훈 미카엘 신부에 따르면, 올해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 천주교를 위해 선포한 ‘특별 희년’이다.

이 특전은 ‘조선 최초의 신부’로 추앙받는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1821.8.21∼1846.9.16)의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인 덕분에 얻은 특별한 영예다. 그 기간은 2010년 11월 29일(待臨 제1주일)부터 2021년 11월 27일(대림 제1주일 전날)까지. ‘전대사’의 특전도 희년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대림’이란 ‘예수 그리스도의 강림을 기다리고 준비한다’는 뜻.)

2019년 11월 14일 유네스코는 ‘2021년’이 김대건 신부의 탄생 200주년인 점에 주목하고 ‘2021년의 유네스코 세계기념인물’로 김대건 신부를 선정했다. 김대건 신부는 1984년 4월에 내한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성인‘의 반열에 오른다.

그로부터 37년이 경과한 2021년, 바로 이 기념비적인 해에 ‘코로나19 소멸’이란 기적이 이 지구촌에서 일어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세인들은 아마도 ‘김대건 안드레아 희년’의 의미를 더욱 오래도록 간직하게 될지도 모른다.

김정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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