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기다리는 마음
봄을 기다리는 마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3.04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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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을 지난 지도 한 달이 넘었고 우수·경칩도 지났으니 절후로는 봄이다. 아침저녁으론 쌀쌀해도 한낮은 따뜻한 봄 날씨인데 갑자기 강원도 지역에 폭설이 내리면서 오던 봄이 잠시 걸음을 멈춘 듯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눈치 빠른 매화·산수유는 벌써 꽃망울을 터뜨리며 봄소식을 전하고 있으니, 꽃샘추위가 아무리 매서워도 봄은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음이 분명하다.

지구가 존재한 이래 밤이 지나면 낮이 오고, 추운 겨울이 지나면 따스한 봄이 온다. 꽃피는 봄을 만끽하다 보면 녹음이 짙어지고, 여름 태양이 온갖 생명체에 영양과 에너지를 공급하면 오곡백과가 탐스럽게 익어가는 가을이 오고, 곧이어 하얀 눈이 소복소복 쌓이는 겨울이 온다. 사계절의 순환은 여태껏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우주의 창조주 여호와께서 우주 만물을 질서정연하게 운행하셔서 지구도 계절의 변화를 우리에게 어김없이 선물해 주기 때문이다.

겨울이 추울수록 봄을 기다리는 마음은 더욱 간절해지는 법이다. 1년이 지나도 끝나지 않는 코로나19 사태로 5인 이상의 사적 모임이 금지되면서 만날 수도 모일 수도 없고, 여행도 신앙생활도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할 수 있는 것이 너무 없다 보니 시민들의 마음은 아직도 꽁꽁 얼어붙은 한겨울이다.

계절로는 봄이 오고 있는데 사람들의 마음에는 언제쯤 봄이 올 것인가. 그래도 코로나의 기세가 언젠가는 꺾일 것이고, 우리의 마음에도 꽃피는 봄이 오고야 말 것이다. 온 세상이 납작 엎드린 한겨울에도 봄맞이 채비를 하던 나무는 따스한 기운이 느껴지면 재빨리 꽃망울을 터트리며 봄이 왔음을 알릴 것이다. 아직은 코로나 한파가 여전해 마스크를 올려야 하지만 동장군이 물러가듯 코로나도 물러가고 마스크를 벗어 던지고 봄을 맞이할 날이 언젠가는 오고 말 것이다.

늦었지만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다. 모두가 예방주사를 맞고 면역이 형성될 때까지는 마스크를 쓰고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스스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야 한다. 그러면서 만개한 백목련처럼 활짝 웃을 수 있는 봄날을 기다려야 한다.

코로나 때문에 오프라인상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이 제한적이지만 그렇다고 손을 놓고만 있을 수는 없다. 코로나로 인한 언택트(비대면) 시대를 맞아 발전을 거듭하는 온라인 시스템은 코로나가 끝나도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그렇다면 오프라인 세상이 열리기를 기다리고만 있을 게 아니다. 온라인을 통해서라도 새로운 세상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지난해에는 입학식도 등교도 제대로 못 하면서 안타까운 한 해를 보냈는데 올해는 입학식을 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손녀 둘 가운데 동생은 유치원에, 언니는 초등학교에 입학한다고 가방이며 옷이며 신발을 준비해 놓고 입학식을 손꼽아 기다리는 것을 보고 흐뭇했다. 입학식을 온라인으로 한다고 했으면 얼마나 섭섭했을까. 입학식을 했다며 새 신을 신고 새 가방을 메고 학교 앞에서 찍었다는 사진을 보면서 새삼 감사하며, 이 아이들의 학교생활이 즐거움으로 가득 차기를 기도한다.

여성들이 밖에서도 직장에서도 마스크를 쓰게 되다 보니 립스틱 회사는 매출이 바닥이어서 울상이라는 소식도 있었다. 마스크를 벗고 예쁘게 립스틱을 바르면서 만나고 싶은 사람도 만나고, 모여서 밥도 먹고 여행도 가고, 편하게 예배도 드리며 자유를 누리는 날이 어서 오기를 기도드리면서 우리들의 마음에도 따뜻한 봄이 어서 오기를 기다려본다.

유병곤 새울산교회 목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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