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이겨내야 봄이 찾아오듯
겨울을 이겨내야 봄이 찾아오듯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3.01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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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엔 3월이 되면 마음이 설레고 왠지 분주했던 기억이 새롭다. 더군다나 졸업식을 마치고 초등학생에서 중학생, 중학생에서 고등학생, 그리고 고등학생에서 대학생으로 진학할 때마다 느끼는 감정은 사뭇 달랐다. 그중에서도 중학교로 진학하면서 머리를 빡빡 깎고 까만 교복과 모자까지 갖추면서 다가온 느낌은 그야말로 걱정 반 기대 반이었다. 나이가 들어 생전 처음 겪는 코로나 시대가 장기화되고, 위드 코로나 시대로 접어드니 생활양식이 바뀌고 환경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브랜드를 선택하고 상품을 소비할 때 무엇보다 환경과 윤리를 구매 결정의 최우선 조건으로 삼는 소비자가 급증하고 있다.

집콕 생활이 많아지면서 언제부턴가 나무와 하늘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하루를 아주 소중하게 여기게 되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에게 닥친 시련을 피하고 싶어 한다. 왜 이런 시련이 찾아왔는지에 대한 성찰보다는, 당장 닥친 시련 때문에 힘겨워하고 스스로 무너지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먼 훗날이 되면 “그날의 시련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라고 말한다. 시련이 닥쳤을 때는 그 의미를 모르지만, 시간이 흐른 후에야 시련이 준 참 의미를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먼 훗날이 되어서야 시련의 의미를 생각할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이 시련이 내 삶의 밑거름이 되어줄 것이라는 믿음의 눈을 떠야 한다. 먼 훗날이 아니라 지금 당장.

돌아보니, 삶 자체가 하나의 레시피다. 인생도 요리처럼 한 번에 한 가지씩 해나가면 된다. “이번 일을 잘 처리해야 하는데, 이거 하다가 망하면 어떡하지?” 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냥 자연스러운 흐름에 자신을 맡기고, 하나둘씩 새로운 경험을 더해가며 해결해 나가면 된다. 때로는 내 의지와 상관없는 삶이 펼쳐지기 마련인데, 이럴 때일수록 믿음을 버려선 안 된다. 내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그 무언가를 찾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내 앞에 나타나리란 믿음이 중요하다. 이렇게 됐을 때 깜짝 놀랄만한 인생이 탄생하게 된다.

과거엔 사소한 일로도 상처를 받았다. 아는 사람이 지나치면서 인사하지 않을 수도 있고 아주 친하다고 여겼던 사람이 뒷담화를 날릴 수도 있다. 때론 날 싫어할 수도, 내가 최선을 다했음을 못 알아줄 수도, 게다가 오히려 비웃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애(自己愛)적인 존재이기에. 하지만 거기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으로 인해 조금 더 인간다워질 수 있다면, 아픈 상처는 치유되고 사랑도 굳건해지지 않을까. 힘들면 잠시 나무 그늘 벤치에 앉아 숨을 고르자. 고민해도 달라질 게 없다면 딱 오늘까지만 고민하고 내일은 내일의 삶을 살자.

사람에게는 누구나 정해진 인연의 시간이 있다. 아무리 끊으려 해도 이어지고, 아무리 이어가려 애를 써도 이내 끊어진다. 그렇기에 인연의 시간을 무시하고 억지로 이어가려 한다면 그 순간부터 인연은 악연이 되기 십상이다. 인연과 악연을 결정짓는 건 우리가 선택하는 타이밍이다. 그래서 항상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행복이 오고 위로도 받고 해답을 찾게 되는 것은 아닌지. 종종 인생은 전혀 기대하지 않는 곳에서 풀리는 것 같다. 요즘도 좋은 인연들이 속속 곁에 나타나니 모든 게 감사할 따름이다.

어두운 새벽 뒤에 밝은 아침이 다가오듯, 추운 겨울을 이겨내야 봄이 찾아오듯, 전 세계인을 혼돈 속에 빠뜨린 코로나 또한 지나가리라. 좇아가지 않아도 가는 게 시간이고, 밀어내지 않아도 만나는 게 세월 아니던가. 더디게 간다고 혼낼 사람 없으니 오늘도 천천히 오손도손 산책하듯 걷고 싶다. 늘 떨리는 마음으로 대하는 새벽 운동길에서, 계절의 변화를 바라보며 구름 흐르는 사연도 귀담아들으면서 너그럽게 오목조목 걷고 싶다. 많은 것, 너무 큰 것에 욕심내지 말고 내게 주어진 하루만큼만 소중히 여기고, 이쁘게 채워가는 오늘 하루가 되길 소망한다. 봄의 길목에서, 푸르름으로 늘 촉촉한 마음이기를 기도한다.

이동구 본보 독자위원장·RUPI사업단장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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