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지어의 헛소리’와 그 배후
‘램지어의 헛소리’와 그 배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2.21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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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 할머니들이 뿔났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부’라고 지껄인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망언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던 것. 베를린 할머니들은 램지어의 말을 ‘헛소리’라고 일축했다. 이 할머니들이 주축이 된 독일의 시민단체 ‘오마스 게겐 레히츠’는 지난 19일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침묵 집회를 열고 소녀상 영구설치 활동을 이어가기로 했다.

미국의 역사학자 ‘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 교수도 국제학술지 측에 보낸 '역사에 대한 학대'라는 글에서 램지어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국제사회가 반인륜 범죄로 규정한 위안부 강제동원에 ‘계약관계’라는 용어를 쓰는 건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꼬집고, 램지어의 주장이 ‘아무 근거 없는 가짜뉴스’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학문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핵심이지만, 학문적 거짓말은 그렇지 않다’며 일침을 놓기도 했다.

램지어 비판에 합류한 이들은 무수히 많다. 외신은 하루가 멀다고 그런 소식을 쏟아낸다. 앞서 하버드대 동료 교수 2명(앤드루 고든, 카터 에커트)은 비판 성명을 냈고, 4개국 역사학자 5명은 “논문이 오류 수준을 벗어났다”며 철회를 촉구했다. 며칠 전 하버드대에선 한국계 학생들이 위안부 문제의 진실을 알리기 위한 온라인 토론회를 열었다. 일일이 열거하자면 지면이 모자랄 정도다.

램지어는 2019년 1월, 일본의 한 언론 인터뷰에서 강제징용 조선인 피해자들에 대해 “일본 공장에서 일한 사람들은 불쌍히 여기지 않아도 된다”거나 “미쓰비시 공장으로 보내졌던 사람들은 행운이었다”는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일본의 전범기업들에게 강제징용 피해보상을 선고한 우리 대법원의 2018년 판결이 말도 안 된다며 일본 편을 든 것.

램지어는 다른 논문에서 일제강점기 일본인이 재일교포를 차별한 건 재일교포 탓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조선인들을 읽지도, 덧셈·뺄셈도 못하는 하등 노동자로 묘사하기도 했다. 이에 버금가는 나라 안팎의 현상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학문의 자유’ 운운하며 램지어를 편든 로렌스 바코우 하버드대 총장의 어정쩡한 태도만 해도 그렇다. 하버드대의 교훈이 ‘진리’(veritas·베리타스)라지만 그는 그 교훈을 달착지근한 무언가와 ‘엿 바꿔먹기’를 했다.

하버드대 총장을 뺨칠 정도로 램지어의 팔을 용기 있게 들어준 국내 학자들도 있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걸까? 우리네 학계나 언론계에선 아무도 속 시원한 대답을 들려주지 않는다. 하지만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그런 와중에도 사이다 같은 발언을 들려주는 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발언의 주인공은 일본계 귀화 정치학자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다.

호사카 교수는 이달 들어 YTN 라디오와 KBS TV 심야프로 등에 잇따라 출연, “위안부가 매춘부라는 하버드대 교수는 친일파”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KBS ‘더 라이브’에서는 일본의 극우세력이 하버드대와 램지어는 물론 국내 친일 학자들의 돈줄이라는 주장을 서슴없이 내놓았고, CBS 라디오에서는 램지어를 ‘미쓰비시 교수’라고도 불렀다. 이들이 모두 일본 극우세력의 돈으로 목을 축여왔으며, 최근의 친일 발언들은 그동안 입은 은혜에 대한 보답이라고도 했다.

그의 직격 발언에 ‘친일 학자들’이 어떻게 대응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들이 입을 그래도 다문다면 호사카 교수의 주장이 옳다는 말이 된다. 호사카 교수는 램지어가 속한 ‘미국일본학 자문위원회’와 류 모 교수와 유관한 ’아시아연구기금‘은 ‘닛폰 재단’(옛 ‘사사카와 재단’)이, 2명의 이 모 연구원이 속한 ‘낙성대경제연구소’는 ‘도요타재단’이 돈줄이라고 지적했다. 과연 누구의 말이 옳은지….

김정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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