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없어도 괜찮아, 매 순간을 소중히!-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
꿈이 없어도 괜찮아, 매 순간을 소중히!-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
  • 이상길
  • 승인 2021.02.18 2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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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 한 장면.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 한 장면.

 

내 또래 사람들에게 일본만화와 추억은 떼려야 뗄 수가 없는 관계다.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있거나 게임문화가 발달된 것도 아니었던 그 시절, 우린 주로 만화책이나 TV에서 방영되는 만화영화를 통해 유년기의 행복을 누렸었다.

잠시 추억팔이를 해보자면 그 때 즐겨봤던 만화들로 <은하철도 999>, <톰 소여의 모험>, <애꾸눈 선장>, <천년여왕>, <독수리 5형제>, <들장미 소녀 캔디>, <이상한 나라의 폴>, <빨강머리 앤>, <엄마 찾아 삼만리>, <들장미 소녀 제니>, <모래요정 바람돌이>, <꼬마자동차 붕붕> 등이 있겠다.

하지만 단연 압권은 1982년 방영됐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미래소년 코난>이었다. 당시 <미래소년 코난>은 가히 혁명적이었는데 이전에 봐왔던 만화영화들과는 뭔가 달랐던 세련된 그림체는 물론 코난과 포비로 대표되는 개성 만점의 캐릭터들, 또 흡입력 있는 스토리로 단번에 유년기의 내 추억을 지배해버리고 말았다. 어디 나만 그랬을까. 내 또래들에게 있어 <미래소년 코난>을 빼고는 어린 시절을 논하기가 감히 어려운데 주제곡까지 귀에 착착 달라붙었던 탓에 가을 운동회에서도 코난은 응원가로 우리들과 함께 달렸다. 이렇게. “달려라 코난, 미래소년 코난, 우리들의 코~난! 빰빰빰빠!”

중학생이 되니까 조금 컸다고 이제 만화영화와는 다소 멀어지게 됐는데 대신 현해탄을 막 건너온 일본 만화책에 가끔 빠졌었다. 토리야마 아키라의 <드래곤볼>이 대표적이었는데 주인공 손오공이 적들에 맞서 점점 강해지는 과정이 엄청난 쾌감을 선사했다. 특히 안경처럼 끼고 상대방의 전투력을 측정할 수 있는 스카우터가 많은 재미를 줬었는데 손오공이 우주 최강 악당 프리저에 맞서 슈퍼사이언인이 될 때 느꼈던 짜릿함은 지금도 살아있다.

또 좀 지나 츠카사 호조의 <시티헌터>라는 만화에도 잠시 심취했었다. 원래는 <도시의 욕망>이라는 제목의 해적판(불법)으로 먼저 출시됐었는데 그림체가 워낙 탁월한데다 반전매력의 주인공 방의표(or 우수한)가 너무 잘생기고 멋져 당시 그는 홍콩영화 <영웅본색>의 주윤발과 함께 내 또래 남자들에겐 일종의 ‘워너비(닮고 싶은 사람)’였다.

하지만 일본 만화책의 끝판왕은 누가 뭐라 해도 동아시아권에 농구붐을 일으켰던 타케이코 이노우에의 <슬램덩크>였다. 북산고의 강백호, 서태웅, 채치수, 송태섭, 정대만, 그리고 안경 선배(권준호). 또 능남고의 변덕규와 윤대협, 해남고의 이정환과 전호장, 상양고의 김수겸과 성현준, 북산고 전국대회 마지막 상대였던 산왕고의 정우성과 신현철까지. 모두가 주인공이었던 이 만화에서 개인적으로는 능남고의 윤대협을 가장 좋아했었다. 승부에 집착하지 않고 게임 자체를 즐기는 여유가 너무 멋졌던 것. 또 윤대협이라는 이름도 멋졌다. 그랬다. 한국판 <슬램덩크>가 일본 원작보다 더 빛이 났던 건 분명 작명 센스가 아니었을까. 그 캐릭터들에 딱 그 이름들이었다. 해서 눈이 빠지게 새 단행본을 기다리며 <슬램덩크>에 푹 빠져 있을 땐 이런 생각도 잠시 했었더랬다. “이 좋은 만화가 우리나라 거였으면…”

이제 와서 곰곰이 생각해보면 좋게 보면 일본만화에 대한 추억이지만 그 시절 나는 만화라는 일본문화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었던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운명 같은 것이었고, 그래도 운이 좋았던 우리 세대는 일본제국주의의 총칼이 아니라 컬쳐어택(Culture Attack:문화공격)을 받았던 게다.

그리고 최근에 그런 공격을 한 번 더 받게 됐는데 바로 이사야마 하지메의 <진격의 거인>이다. <슬램덩크>의 윤대협만큼 매력적인 극중 리바이 병장 때문에 보긴 하지만 사실 <진격의 거인>은 우리나라 입장에선 굉장히 기분 나쁜 만화다. 거인들의 공격에 맞서 대륙으로 진출하려는 일본 우익들의 야심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 실제로 작가인 이시야마 하지메는 우익 성향으로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허나 ‘지금’은 반격의 시대. 이젠 우리가 일본을 향해 컬쳐어택을 날리고 있는 중이다. 드라마 <겨울연가>로 시작된 한류는 이제 일본 문화를 압도하며 아시아권을 넘어 전 세계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 지금 우리에겐 BTS와 블랙핑크가 있고, <기생충>도 있다. 또 수많은 한류드라마와 웹툰, 멋진 배우들과 아이돌들이 있다. 라면과 김치도 있다. 해서 <진격의 거인>을 보다 리바이 병장이 안 나오는 장면에서 주인공들이 대륙의 거인들로부터 공격을 받을 땐 바다 건너 일본을 향해 속으로 이 말을 외치기도 했다. “맛이 어떠냐!? 이놈들아! 으하하하!” TV애니메이션. 5시즌 방영 중. < 이상길 취재1부 차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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