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신부’ 홍창진
‘괴짜 신부’ 홍창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2.07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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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보면 웃음부터 난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천진난만한 모습 때문만은 아니지 싶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 사실 그는 ‘붕어빵’처럼 누군가를 많이 닮았다. 한참이 지나 생각이 났다. 그렇지, 바로 그 사람이야! 한때 KBS 2TV '개그콘서트'에서 ‘옥동자’란 별명으로 ‘인기 짱’이던 코미디언 정종철 씨가 맞아.

울산의 지인 한 분도 그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이름 대신 ‘옥동자’라 부르며 유쾌하게 웃는다. 알고 보니 그는 ‘로만 칼라’가 그런대로 어울리는 ‘우리들의 신부님’이다. ‘금방이라도?’로 시작되는 수식어 한마디쯤 붙인다면? ‘?옷에서 뚝배기 해장국 냄새가 날 것 같은’…. 어찌 보면 그는 어린이의 모습을 쏙 빼닮았다. ‘천진난만한 신부님’과 ‘순진무구한 어린이’와 ‘천국’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성경 구절 한 대목이 문득 떠오른다. 가톨릭(천주교) 식으로 하면 ‘마르코 복음서’ 10장 13~16절의 말씀이다. 개신교 식으로는 ‘마가복음’ 10장 13~16절에 있는 말씀이다.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어린이와 같이 하나님의 나라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은 거기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그래, 그는 천국에 오를 자격이 충만한, 어린이 같은 존재가 아닐까?

그의 이름은 ‘홍창진’. 처음엔 EBS 1TV의 ‘아주 각별한 기행’에서 만났다. 2020년 9월 14일부터 시작된 이 다큐 프로그램은 평일(월?금) 저녁 8시 35분~8시 50분에 방영되는 15분짜리 ‘쇼트 프로그램’이다. 2월 첫 주에 붙여진 이름은 <홍창진 신부의 절집 탐방>. 말하자면 홍창진 신부가 진행과 연기, 1인 2역을 도맡은 주도적 프로그램이었던 것, 그러고 보니 전혀 낯선 모습이 아닌데. 일전에 KBS 1TV ‘아침마당’에서 보았던 그분?

<홍창진 신부의 절집 탐방>은 5부로 구성됐다. △제1부 안동 운산스님 △제2부 담양 정보스님 △제4부 대구 성종스님 △제5부 구례 덕제스님 순이다. 특히 놀랐던 것은 ‘제3부 울산’ 편에 백성스님이 주역으로 등장한 것. ‘백성스님’이라면 ‘울산학춤’의 창시자, 바로 그분이다. ‘오가닉라이프 신문’ 기자의 2월 3일자 예고 기사에 시선이 갔다.

“울산의 한 마을 외곽엔 통도사 학춤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백성스님이 살고 있다. 오랜 세월, 조용히 수행해야 할 스님이 춤을 춘다며 천대를 받았지만 스님은 학춤을 포기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에게 춤으로 위안을 주기 위해서다. 다른 암자엔 없는 무용실이 있고, …12년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새를 관찰하러 간다. 학춤을 출 때면 부처의 행동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백성스님의 춤사위를 들여다본다.”

남구 삼호동 철새홍보관장이기도 한 백성스님(김성수 박사)이 후일담을 ‘맛보기’로 들려준다. 15분짜리를 위해 울산을 두 차례나 찾은 홍창진 신부와 속된말로 ‘그렇게 죽이 맞을 수 없었다’고 했다. 홍 신부는 울주군 천상마을 백성스님의 ‘토굴’과 중구 태화루 마룻바닥에서 울산학춤의 진수를 눈으로, 몸으로 느끼다가 돌아갔다. 세 번째 방문에서는 울산의 무엇을 온 마음으로 느끼고 갈 것인지….

홍창진 신부는 ‘깨뜨릴 파(破)’, ‘마칠 파(罷)’ 자와 인연이 깊어 보인다. 파격(破格), 파안대소(破顔大笑), 혁파(革罷)도 그하고는 잘 어울릴 것 같다. 그렇다고 계율이나 깨뜨리는 ‘파계신부(破戒神父)’는 아니다. 비록 불교 의식을 좇아 합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스스로 ‘괴짜 신부’라고 부르고 ‘문화테러리스트’라는 별명도 가진 홍창진 신부. 그는 이런 어록엔 이런 말도 있다. “근엄의 가면을 던져버리고 나 자신에게 솔직해집시다. 인생이 유쾌해집니다.” “인생, ‘척’하지 말고 솔직하게 삽시다”

김정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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