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픈 마음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픈 마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2.04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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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절기인 대한(大寒)도 훌쩍 지나고 입춘(立春)도 지났다. 이젠 이 기나긴 겨울도 끝나가는 모양이다. 하긴 이 겨울보다는 코로나19가 지겹다. 1년을 넘게 우리를 아니 전 세계를 괴롭히고 있는 코로나19도 이제는 좀 떠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절실하다. 코로나19로 우리의 모든 일상이 비정상으로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누가 살아남고 버틸지는 참으로 암담하다.

벌써 경남 양산 통도사 홍매화가 꽃망울을 터트렸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걸보니 유난히도 춥고 길었던 이토록 지루한 겨울 터널의 끝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옛 선조들은 탐매(探梅)를 즐겼다고 한다. 탐매는 양반들이 봄이 오지 않은 겨울날 눈 속에 핀 매화를 보기 위해 즐기는 놀이라고 한다. 언 땅 위에서 꽃을 피우고 맑은 향기를 뿜는 매화는 봄이 시작됐음을 알려주는 전령이다.

겨울을 이겨내고 봄이 오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가 바로 매화다. 백 가지 꽃을 누르고 가장 먼저 피었다고 장원급제한 선비에 비유해 장원화(壯元花), 눈 속에 피면 설중매(雪中梅), 한 줄기 가지 위에 꽃이 피는 일지매(一枝梅) 등 다양한 별칭으로 불린다.

‘먼 길을 걸어온 어여쁜 봄이 마침내 여기 앉아있네(중략)해마다 첫사랑의 애틋함으로 제일 먼저 매화 끝에 피어나는 나의 봄’(이해인, 매화 앞에서).

추운 겨울을 이겨낸 그윽한 매화 향기를 쫓아 나서는 탐매꾼들의 발길이 분주해 지는 계절이다. 어쩌면 아직 음력 설도 지나지 않았는데 봄꽃타령하면 너무 빠르지 않냐고 할지는 몰라도 벌써 절기가 입춘을 지났으니 푼수라고하지는 않을 듯하다.

하긴 이처럼 급하게 봄꽃을 기다리는 마음은 비록 필자만의 바람은 아닐 것이다. 1년이 넘도록 하루도 빠짐없이 코로나19 뉴스만을 접하며 머리 아프게 발생숫자, 사망자... 등을 헤아리며 통제 속에 살아가고 있는 시간이 아닌가.

이제는 누구를 탓하고 원망할 기력조차 없다는 말이 어쩌면 이 전염병에 너무 지친 우리들의 일상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많은 사람들의 평범한 소망이 하루빨리 이뤄지길 바라는 간절함은 백번 옳은 일이지만 기대만큼 쉽게 다가오지 않고 있으나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출근하고, 점심먹고, 회의하고, 사람 만나고, 퇴근하고, 소주한잔하고 등등 아주 평범한 일상이 지루하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변해버린 생활패턴이 오히려 평범했던 지난날이 그리워진다.

코로나19로 우리의 생활 방식은 크게 변했다. 언제 어디서나 마스크를 착용하고 어떤 장소를 가도 열을 체크하고 손소독제를 바르고 가까운 사이나 모르는 사이나 거리두기를 일상화하고 출입문 손잡이를 비롯해 어떤 것도 잡기가 꺼려진다.

이것이 오히려 일상화됐다. 소위 비정상이 정상화된 느낌이다. 친구들을 만나서 소주한잔하자는 안부전화도 점차 뜸해지고 가까운 사람이나 인사해야할 사람을 만나도 반갑게 손을 잡고 악수는커녕 어떻게 인사해야 좋을지 몰라서 어정쩡하는 나 자신의 모습이 우스광스럽다. 상대방이 악수를 청하면 악수를 하고 주먹치기를 하면 주먹으로 그냥 말로만하면 나도 말로만하는 이상한 인사법이 생겼다.

정말 간절한 소망하나를 말하라고 한다면 “이제는 과거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 말하겠다.

마스크도 벗고 반갑게 악수하며 손도 마음껏 흔들고 안아보며 우의를 표현하고 싶고 가까운 지인들과 다함께 식사도하며 기분좋게 소주한잔 나눌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마스크 속에 가려진 모습이 좋은지 나쁜지 모르는 것 보다 다른 사람 눈치 안보며 맘껏 웃고 떠들어대는 우리들의 일상을 소망한다.

이주복 편집이사·경영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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