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신사옥 이전을 축하하며
본보 신사옥 이전을 축하하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1.31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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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졸업 시즌이다. 예년 같으면 가족들에게 꽃다발을 받으며 사진도 찍고 친구들과 학창시절을 추억하며 떠들썩하게 작별 인사를 했을 졸업식 풍경이 올해는 썰렁한 풍경으로 남게 됐다.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으로 졸업식을 하고 따로 시간을 정해서 졸업장만 받아왔어요. 평생에 한 번 있는 졸업식인데 아쉬움이 크네요.” 새로운 환경에 졸업생들이 서운함을 감추지 못한다. 더군다나 작년에는 비대면 수업이 많아 학교에 간 날이 손에 꼽을 정도였으니 아이들 마음이야 더 말해 무엇하랴.

코로나19가 졸업식 풍경을 온통 바꿔놓았다. 방역 당국의 접촉 최소화 방침에 따라 올해 졸업식은 대부분의 학교가 학생만 참석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꽃다발도 사진사도 외식도 모두 사라졌다. 그러니 식당이나 화훼농가 등 많은 자영업자가 힘겹고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학교에서는 부모님이나 가족, 친척 등 외부인들의 참석을 최대한 금지했다. 졸업장도 졸업생들의 접촉을 최대한 차단하기 위해 시간을 정해두고 순차적으로 교실에서 받아가도록 했다. 아이들만 덩그러니 보낸 학부모들의 시선엔 애틋함만 가득하다. 일부 학교에서는 줌이나 유튜브로 졸업식을 진행하거나 포토존을 마련하고 별도 시간대를 정해 사진을 찍도록 배려해 아쉬움을 달래기도 했다.

얼마 전 신문을 넘기다가 우연히 접한 한 공기업의 광고 카피가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함께 손잡고 걷던 일상의 소중함을 이제야 배운다. 사회적 거리는 멀어졌지만 서로를 걱정하고 배려하는 국민 모두의 마음이 있기에 우리는 분명, 이 힘든 시간을 이겨낼 수 있다. 따뜻한 마음의 손을 맞잡은 국민 모두가 대한민국의 힘이다.’ 어려운 시기에 학교 문을 나서는 졸업생들에게 축하 인사를 전하면서 지금은 서로가 ‘마음의 손’을 맞잡을 때임을 가슴에 깊이 새기자.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가 세상을 뒤흔들었다. 하지만 인류가 자초한 재앙이다. 남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투쟁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좀처럼 만족할 줄 모르는 무한 욕망이 코로나를 초래했다. 코로나 이후엔 인류가 예전과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되리란 사실은 너무 자명해 보인다. 언택트 시대엔 나만의 지혜로운 만족감을 통해 더 적은 것을 가지고도 공존하는 공동체 정신을 실천해야 다 함께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 그러므로 미래 언론은 기후변화, 가치소비, 지속가능, 자연과 공존, 생물다양성, 사회공동체 등의 이정표를 지속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몇몇 석학들의 고견에 의하면, 앞으로 있을 더 강력한 바이러스 창궐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은 환경과 공존하는 생태 백신과 기존의 생활 방식을 바꾸는 행동 백신의 개발이다. 또한, 사람보다 성장만을 추구한 모순적인 경제체제 대신 돌봄 경제(Care economy)를 추구해야 한다. 향후 우리가 추구할 행복의 가치는 ‘사회적 Want가 아닌 자기만의 Like’를 찾아 나서는 일이다. 필자도 요즘 남보다 ‘나’에게 한결 충실한 모습을 발견하곤 깜짝 놀라고 있다. 멍 때리며 혼자 걷고, 혼자 집콕 운동하며 가끔은 혼밥을 하는 생경한 모습에.

보통 만 13세가 되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진학한다. 우연히 울산제일일보도 창간 13주년이 지나면서 신사옥으로 이전했다. 누구보다 격하게 축하한다. 독자위원장으로서 자부심과 자긍심을 느낀다. 또한 책임감도 묵직하게 다가온다. 분명 종이신문은 한계점에 도달했지만, 또 다른 시대적 소명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지역신문은 시민이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진정 ‘상쾌한 아침, 기분 좋은 신문’이 되려면 앞으로 많은 것이 변해야 한다.

위드(With) 코로나 시대에 언론이 가야 할 길이 마치 짙은 안개 속 산책길과 같다. 과연 우리의 삶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고쳐야 할 점은 무엇이며, 또 무엇을 어떻게 가꿔 나가야 할까? 위기 안에서 기회를 찾으라는데 도대체 그게 뭘까? 모두가 너무 궁금해한다.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신세계에서 살아갈 독자들에게 울산제일일보가 폭넓은 통찰과 지혜의 장을 펼쳐주길 부탁드린다. 태화로터리 신사옥에서 울려 퍼질 ‘단소리 쓴소리’가 기다려진다.

본보 독자위원장·RUPI사업단장·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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