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관광 활성화 원년’을 응원하며
‘생태관광 활성화 원년’을 응원하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1.25 22: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1년 1월 19일, 울산의 한 조간신문 사설 ‘울산의 생태관광자원은 과연 세계적인가’를 읽었다. 필요한 부분을 인용, 소개한다.

“울산시가 2021년을 ‘생태관광 활성화 원년’으로 삼겠다며 계획수립에 나섰다. 울산시는 ‘철새 이동경로 서식지 네트워크(Flyway Network Site. FNS)’ 등재를 계기로 아시아 습지 네트워크 가입과 국가지질공원 인증을 추진하고, 이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등재도 타진하겠다고 밝혔다. 철새버스를 운행하고 생태탐방코스와 관광상품도 발굴하겠다고 한다.”(2021.1.19., 경상일보, 사설-울산의 생태관광자원은 과연 세계적인가)

사설 내용 중에는 철새 사랑 네트워크 발족, 시민생물학자 운영, 1 기업 1 철새도래지 보호운동 협약 등 시민참여 활성화 대책을 마련하고 국제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국제 철새 심포지엄 등 국제환경행사 개최도 추진한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반드시 실현되기를 바란다.

2020년, 울산시는 철새 이동경로 등재 국제기구(이하 EAAFP)에 재도전하는 신청서를 접수시켰다. 2013년도에 이어 7년여 만이다. 신청 대상에 태화강 중·하류만이 아니라 전문가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회야호도 포함시켰다.

2020년 11월 10일, ‘철새 이동경로 서식지 네트워크(FNS)’ 등재를 주관하는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경로 파트너십’(East Asian-Australasian Flyway Partnership, 이하 EAAFP)의 더글라스 왓킨스(Doug Watkins) 사무총장 일행이 현장 실태조사를 위해 울산을 찾았다. 실사단 일행은 태화강 하류를 둘러본 뒤 철새홍보관을 찾았다. 떼까마귀는 동아시아·대양주로 이동하는 철새가 아닌데도 일행은 철새홍보관 옥상에서 울산에서만 볼 수 있는 떼까마귀의 귀소(歸巢) 광경을 오랜 시간 지켜봤다.

2020년 12월 17일, 울산광역시 환경생태과 김미라 주무관이 ‘국제 철새 이동경로 등재 현장 심사를 마치고’라는 제목의 글을 울산 한 조간신문에 기고했다. 그 일부분을 인용, 소개한다.

“태화강 물이 맑아지면서 물고기가 오고 뒤따라 새들도 다시 오고 있다. 종도 다양하고 숫자도 많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늘 지적받고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이 ‘어떤 새가 얼마나 오는지 알 수 있는 자료를 갖고 있느냐?’고 물을 때다. 이번 심사를 받기 위해 자료를 준비하면서도 뼈저리게 느낀 사실이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자체적으로 겨울 철새 모니터링이나 연구용역을 통해 조사했다. 그런데 객관적이고 공식적인 자료가 못 된다는 평가를 받았다. 세계적인 전문가들로부터 인정받는 자료는 환경부(국립생물자원관) 조사자료가 우선이었다. 울산을 부산, 경주와 함께 겨울철새 조사대상지로 묶어 조사하고 기록한 내용을 주로 활용했다. 그런데 이 자료도 울산에서 한 조사라고 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얕은 지식의 필자가 봐도 새들의 보금자리인 삼호대숲에 여름엔 백로, 겨울엔 떼까마귀가 해마다 해외여행을 갔다 자기 집으로 돌아오듯 오지만 몇 마리가 오는지 정확히 기록되지 않고 있다. 우리 시의 생물 종 구축 사업이 얼마나 절실한지 깨닫게 했다. 어디에 어떤 생물 종이 있는지 알아야 생태계교란생물은 퇴치하고 멸종위기종은 보존하는 사업을 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시는 야생생물의 종류와 분포 현황을 모으기 위해 우선 시민전문가들로 구성된 시민생물학자 제도를 전국 최초로 시범 운영하고 있다. 시민생물학자 스스로 조사활동을 하면서 얻은 자료를 시와 공유하는 개념이다. 기록들이 모이고 쌓이면 울산의 생물 다양성 역사가 기록될 것으로 기대된다.” 독자들의 이해를 도우려고 길게 인용했다.

김미란 주무관의 솔직한 심정과 다짐을 읽을 수 있어서 몇 번이나 읽고 또 읽었다. 오랜 기간 울산시 담당부서는 울산에 대한 환경부 조사자료의 맹점을 인식했지만, 해결 절차는 밟지 못했다. 다른 지역 조류전문가를 통한 철새 모니터링이나 조사연구용역만 반복했다. 필자는 이번 신청을 돕기 위해 10년간 구축해놓은 자료의 일부를 제공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환경부 조사자료 우선’의 벽에 부딪혀야만 했고, 자료 제공자를 오히려 당황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김미란 주무관이 기고문에서 밝힌 계획들이 과연 환경부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울산시가 먼저 해야 할 일은 환경부가 확보한 울산지역 조사자료의 맹점을 지적하면서 조류 조사에 대한 자체적인 자료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일이다. ‘생태관광 활성화 원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하지만 ‘축적자료의 원년’이 더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실천에는 우선순위가 있다. 모래 위에 짓는 집과 반석 위에 짓는 집은 달라도 한참 다르기 때문이다.

김성수 울산학춤보존회 명예회장 조류생태학 박사·철새홍보관 관장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