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와 주식 투자 광풍
아파트와 주식 투자 광풍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1.21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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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지인들과 만나면 항상 오르내리는 이슈가 있다. 바로 아파트와 주식이다. “1년 사이 아파트 가격이 2억 가까이 올랐다”, “울산도 30평대 아파트가 10억을 넘었더라”, “주식으로 수천만원을 벌었다”, “앞으로는 OOO종목이 오를 거라더라”와 같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아파트 가격과 주식에 대한 이야기가 대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때도 있다. 주변에서 아파트와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는 소식을 자주 접하다 보니 이제는 ‘나 빼고 다 부자 됐다’라는 농담을 하기도 한다. ‘나만 뒤처지는 것 같다’는 생각에 태어나 처음 주식계좌를 만든 지인도 생겼다.

이 같은 투자 열풍은 지난해의 각종 통계에서도 잘 나타난다. 한 부동산정보업체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0년 울산의 아파트 평균 거래가격은 2억8천435만원으로 전년(2억5천260만원) 대비 3천175만원(12.5%)이나 올랐다. 앞서 울산의 아파트값은 주력산업의 침체로 2017년 -2.31%, 2018년 -9.93%, 2019년 -3.67% 등 3년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었다.

또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0년 울산의 주택매매거래량은 2만9천484건으로 전년(1만7천119건) 대비 72.2%(1만2천365건)나 늘어났다. 그 이전엔 2016년 2만건대, 2017년 1만건대로 거래량까지 떨어지는 추세였다. 전국적으로 주택시장이 과열되면서 울산의 주택시장에 외부 투자세력들이 대거 투입된 것이 거래량과 가격이 상승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주식도 마찬가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0년 울산지역 주식거래량은 93억7천230만주를 기록해 전년(50억1천885주)보다 87%나 증가했다. 주식거래량 증가율은 강원(114%), 전남(109%), 서울(101%), 충남(90%)에 이어 전국에서 5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주식투자거래대금도 2020년 81조4천587억원으로 전년(29조1천480억원) 대비 179%나 급증했다. 울산의 인구 규모(113만여명)를 감안하면 1인당 평균 770만원어치의 주식을 거래한 셈이다.

한편으로 투자 열풍은 이해가 된다. 과거에는 열심히 일해 월급을 받는 것이 부를 쌓는 방법이었지만 현재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월급을 모아서는 미래가 없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실제 평생을 모아도 아파트 한 채 마련하기도 힘들고, 몇 달 만에 연봉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버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제가 크게 위축된 가운데 부동산과 주식시장이 성장하는 것은 거품이라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경기가 위축기에 접어들면 집값이나 주가도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최근에는 경기와 자산시장이 따로따로 움직이고 있어서다. 특히 빚을 내서 투자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점은 우려스럽다.

역사를 통해 우리는 과도한 투자는 위험하다는 것을 배워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벌어진 과열 투기현상인 ‘튤립 파동’이다. 당시 황금기였던 네덜란드에서 무역으로 풍족한 자본가들이 투자대상을 찾고 있었는데, 마침 아랍에서 들여온 희귀한 튤립에 엄청난 값이 붙었다. 튤립이 숙련된 장인이 버는 연간소득의 10배보다 더 비싼 값으로 팔리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가격이 하락세로 반전되면서 팔겠다는 사람만 넘쳐났고 거품은 터졌다.

현재 경제 전반의 흐름과 반대로 가는 부동산·주식시장에 돈이 몰려 거품을 만드는 것은 국가경제는 물론 투자자 개인들에도 바람직하지 않다. 부동산과 주식의 가격이 내려지거나 금리가 상승하면 자산가치 하락에 금융이자까지 늘어나는 이중부담을 져야 할 수도 있다.

개인은 신중해야 한다. 일반적인 예측 범위를 넘어선 현재의 부동산과 주식 시장은 언제 달라질지 모른다.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소위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아 대출) 투자는 투자가 아니라 투기가 될 수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과열된 시장을 진정시켜야 한다. 정부는 끝을 모르고 상승 중인 부동산 가격을 잡을 수 있는 정책을 많이 발굴해야 하고, 금융당국은 사상 최대치를 갱신 중인 가계대출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유봉선 울산 동구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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