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공시가격 일괄적 인상, 안 될 말
부동산 공시가격 일괄적 인상, 안 될 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1.19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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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공시가격’이란 말 그대로 과세의 공정성 등을 위해 정부가 공적으로 인정해서 고시한 부동산의 가격이다. 2020년 기준 전국의 평균 시세반영률은 토지 65.5%, 단독주택 53.6%, 공동주택 69.0%다.

정부는 부동산 공시가격을 시세의 90% 수준까지 현실화하는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올해부터 시행한다. 이 계획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2030년까지 10년간, 단독주택은 2035년까지 15년간 점진적으로 공시가격을 90%까지 높이는 것이다. 매년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연 3~4%, 단독주택은 3~7%씩 공시가격이 오른다.

공시가격은 조세·복지 등 우리 사회 여러 분야에 활용되고 있는데, 그동안 50∼70% 수준의 낮은 시세반영률로 인해 불형평·불균형 문제가 지적돼 왔다. 정부의 계획은 이를 해소하는 게 목적이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1년 울산 동구 표준지 공시지가(안) 상승률은 5.01%다. 울산 7.54%, 전국평균 10.37%보다 낮은 수치이지만, 2020년 동구의 표준지 공시지가를 살펴보면 지나치게 높은 수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동구의 2020년 표준지 공시지가는 조선업의 장기불황에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까지 겹치면서 0.27% 상승하는 데 그쳤다. 총 597필지 가운데 하락한 필지가 299곳에 달했다. 0~5% 하락 구간이 298필지, 5~10% 하락 구간이 1필지였다. 상승한 필지는 총 197필지로 0~5% 상승 구간이 187필지, 5~10% 상승 구간이 10필지였다. 나머지 101필지는 변동이 없었다.

실제 가격이 상승한 토지보다 하락한 토지가 훨씬 많음에도 정부의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적용하고, 토지특성에 따른 지가상승분을 반영하니 공시지가가 5.01% 상승하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문제는 단순히 부동산 공시지가 상승에 따라 재산세, 종합부동산세만 오르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부동산 공시가격은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등 60여 종의 세금과 준조세, 부담금의 근거로 사용되기 때문에 세금 상승으로 인한 서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동구 주민들은 몇 십 년을 한푼 두푼 모아 겨우 마련한 집의 가격이 떨어졌음에도 세금은 더 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는 것이다.

또 복지제도의 혼란이 불가피하다. 부동산 공시지가 상승에 따라 기초연금, 장애인연금 대상자 판단기준, 기초생활 보장급여 대상자 판단기준이 달라진다. 정부의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가 성공하려면 지가 상승분을 상쇄시킬 수 있는 세법, 복지관련 법 개정이 먼저 이뤄져야 하지만 이제 겨우 발의 단계라고 하니 관련법이 현실에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동구는 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를 열어 토지특성 변동분을 제외한 현실화율인 3%를 0%로 동결해 달라는 의견을 국토교통부에 제출했다. 표준지 공시지가는 동구 등 지방자치단체와 소유자의 의견 청취,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오는 2월 1일 결정·공시될 예정이다.

정부의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은 부동산시장 등 개별 지역경제 여건이 반영되어야 한다. 특히 울산 동구를 포함해 군산, 거제, 통영, 고성, 창원 진해구, 목포 영암군 등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된 지역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밀집돼 있는 조선업 등 업황 변동성에 더해 코로나19 확산으로 고용상황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는 곳인 만큼, 정부가 일괄적으로 공시가격 현실화를 적용한다면 경제 회복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실화 계획도 10~15년이 아닌 향후 20~25년 이상의 중장기에 걸쳐 안정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현실화율을 적용하면서 급격한 세 부담이 발생하면 공평한 세금체계에 맞추어 세율을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세율은 그대로 두고 공시가격만 단기간 내에 현실화한다는 것은 순서가 바뀐 것으로, 이는 사실상 증세를 하겠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홍유준 울산 동구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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