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세상을 사는 인간
온라인세상을 사는 인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1.10 20: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리학, 디자인, 인문학을 인류의 진화에 접목시키는 학자가 있다. 최재붕 교수다. 그의 저서 ‘포노사피엔스’ 표지에는 스마트폰이 하나 띄워져있다. 그 스마트폰 속에는 갓난아기의 모습이 꿈틀거리고 있어 충격적이다. 스마트폰과 호모사피엔스(인류)의 합성어 포노사피엔스(phono sapiens)가 태어난 모습이다. 소위 ‘신인류’ 즉 휴대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는 새로운 세대가 태어났음을 뜻한다.

‘스마트폰’의 등장이 인류에게 가져온 변화가 너무 급격하고 충격적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한다. 오늘날 신인류는 이 문명을 이해하느냐 그렇지 않느냐, 살아남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 명운이 달려있다. 우리 국민의 95%가 스마트폰을 소지하고 있으니 그것을 증명하는 것이 아닌가! 언제 어디서나 소통할 수 있고 정보력이 빨라 정보의 격차가 해소되는 등 우리는 편리한 생활을 누리며 산다. 그래서 이젠 스마트폰 없이 생활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

스마트폰이 가져온 일상의 변화도 엄청나다. 최근 10년간 지상파TV와 신문의 광고수익은 거의 절반으로 떨어졌고, 검색포털 네이버와 유튜브의 점유비율이 85%나 된다. 또 금융분야의 인터넷뱅킹·자동화기기 등 무인화서비스뿐 아니라 온라인 유통판매의 폭발적인 증가로, 오프라인의 무대는 점차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최근 우리들의 생활은 저주스러운 코로나바이러스로 모두 ‘집콕’ 신세가 되었으니 어찌하나? 말할 필요 없이 온라인상에서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유튜브 시청률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지식인들까지도 몸부림치는 장소가 되어버렸다. 어쩔 수 없는 여건으로 현시대에 살아가는 우리들의 현주소다.

수많은 유튜브 제작기술을 빨리 습득해야할 운명인가보다. 생소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브류, 메르치, 미리캔버스, 프리미어프로, 골드웨이브 등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야할 현실이 되어버렸다.

급변해가는 세상 어떻게 대처해야할까. 휴대폰의 개발속도를 따라가야 하는 운명이다. 핸드폰 하나로 세상을 움직일 수 있는 지금, 마우스 한번 클릭으로 세상을 조작할 수 있는 정보시대에 살고 있지 않은가. 자칫 정보화로 인하여 내동댕이쳐진 우리 현대인들에게 ‘큰 단점’이 되어버릴지 모른다.

이럴수록 우리는 인간으로서 지켜야할 특별한 ‘혜안’을 지녀야 할 것이다. ‘어리석지 않아야 하고’ 사심을 갖지 말고 정의를 위한 담대한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송나라 때 이야기다. 혜자가 장자에게 말했다. “위왕이 나에게 큰 박씨를 주어 그것을 심었더니 다섯 섬이나 들어갈 만한 큰 열매가 열렸지. 여기에 마실 것을 담았더니 무거워 들 수가 없지 않던가. 그래서 둘로 쪼개어 바가지로 쓰려고 했네. 근데 넙적하여 담을 수 없지 않은가. 그래서 크기는 큰데 쓸모가 없어 부숴버렸다네.” 그 말에 장자가 대답한다. “자네는 본디 큰 것을 다루는 일이 서투른 탓일세. 모처럼 다섯 섬이나 드는 박을 가졌으니 차라리 큰 통으로 만들어 ‘배’로 삼아 유유히 흐르는 강에 띄우는 걸 생각해 보는 게 어떻겠나?”〔莊子, 표주박 이야기, 逍遙遊에서〕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강위에 띠우는 ‘배’로 사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건이란 쓰기에 달려있다는 말이다. 융통성 없고 지혜롭지 못하다는 뜻이 듬뿍 담겨있다.

바야흐로 포노사피엔스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한다. 이 새로운 문명을 더 이상 거부할 수 없다면, 어서 빨리 신문명을 마음껏 익히고 즐기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지만 억지로 꾸며들지 말고,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진정한 인간이 되는 일, 소박하게 살면서 보통의 사람으로 사는 일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하루하루 인간의 도리를 지키며 사는 것, 이것이야말로 값진 삶의 승리가 아니겠나?

김원호 울산대 인문대학 명예교수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