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울산시민 재판청구권 실질 보장… 항소심 공정성 확보 기대
[신년특집]울산시민 재판청구권 실질 보장… 항소심 공정성 확보 기대
  • 정인준
  • 승인 2021.01.04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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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법 ‘마지막 퍼즐’ 부산고법 원외재판부 3월 개원항소-파기환송심 담당 2개 재판부 구성부산고법 항소심 25% 연 600여건 전망울산구치소 수용시설 확충 등 편익 향상법률시장 확대로 사법서비스 혜택 증가도
울산지방·가정법원 전경. 울산지법에 올해 3월 1일자로 부산고법 원외재판부가 개원한다.
울산지방·가정법원 전경. 울산지법에 올해 3월 1일자로 부산고법 원외재판부가 개원한다.

 

울산지방법원에서 부산고등법원까지 승용차 네비게이션을 검색하면 47km로 약 1시간이 소요된다고 나온다. 이 거리는 물리적으론 가깝고 마음 속으론 먼 길이었다. 울산시민들은 이 가깝고도 먼 길을 다니며 지난 10년 동안 울산지방법원에 부산고등법원 원외재판부 유치를 완성해 냈다.

부산고등법원 울산원외재판부 유치위원회 신면주(법무법인 원율 대표 변호사, 울산지방변호사회 10대 회장) 위원장은 “울산원외재판부 유치는 울산시민 모두의 열망으로 이뤄낸 성과”라며 “정파간 이해계층간 모두가 하나된 모습들은 울산지역의 어떤 어려움도 원외재판부 유치 활동처럼만 한다면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3월 1일자로 울산지방법원에 부산고법 원외재판부가 개원한다. 울산원외재판부 개원에 대한 의의, 변화할 사법서비스 혜택, 그동안 원외재판부 유치위 활동 등을 알아봤다. <편집자 주>

◇울산지법 9층에 둥지… 2023년 별관 신축되면 이전

3월 1일자로 개원하는 부산고법 원외재판부는 울산지방법원(이하 울산지법)의 ‘마지막 퍼즐’이다. 부산고법 원외재판부가 울산지법 ‘마지막 퍼즐’이란 것은 법원이 갖춰야할 재판부를 모두 구축했다는 뜻이다.

울산지법은 2014년 소년부와 2018년 가정법원을 개원한데 이어 마지막 항소심 법정인 부산고법 원외재판부를 유치하면서 △민사 △형사 △행정 △소년 △가사 △항소 △대법원 파기환송심까지 모두 울산지법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부산고법에 따르면 울산원외재판부는 울산지법 9층에 2개 재판부로 개원한다. 1개 재판부는 3월 1일 이후부터 배정되는 항소심을 다루고, 1개 재판부는 대법원 파기환송심을 다루게 된다. 현재는 울산지법 9층에 재판부를 마련하지만, 2023년 울산지법에 별관이 신축되면 재판부를 옮길 예정이다.

특히 울산원외재판부는 △민사 △형사 △가사 △행정 항소심을 모두 다루게돼 완전한 항소심재판부가 됐다. 울산원외재판부를 유치할 때 당초 우려됐던 민사부만 다뤄진다는 것은 기우였던 것이다.

부산고법 김덕교 공보판사는 “울산원외재판부에 3월부터 항소심이 배정된다”며 “이 경우 연간 재판건수에서 충분한 재판량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고 밝혔다.

울산원외재판부에서 다뤄지는 항소심은 합의부 재판이다. 현재 울산지법은 단독재판부 판결은 울산지법에서 항소심을 하고 있다. 합의부 재판은 재판장과 두 명의 배석 판사로된 심리다. 합의부에서 재판된 판결은 항소를 부산고법에서 재판해 왔다.

부산고법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울산에서 부산고법에 항소한 건수는 574건(△민사 251 △형사 183 △가사 24 △행정 116)이다. 이는 부산고법에서 다뤄진 항소심 2천265건(△민사 962 △형사 799 △가사 63 △행정 441) 중 25%에 해당한다. 부산고법은 부산지법, 동부지원, 서부지원, 울산지법의 항소심을 담당하는데, 여기서 울산지법 항소심 25%를 제외하게 돼 재판의 효율성을 높이게 됐다.

 

◇재소자 부산 이감 없이 울산서 재판… 울산구치소 수용시설 확충 예산 확보

부산고법 김덕교 공보판사는 울산원외재판부 개원에 대해 “울산시민이 헌법으로 보장하는 ‘재판청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받는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재판의 공정성 확보 뿐만 아니라 지역적 형평성과 균형 발전 등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고법까지 왕복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진 항소심 재판편익 향상을 첫 째로 꼽은 것이다. 또 지역연고에서 항소심을 받기 때문에 변론과 증거검증 기회가 확대돼 공정한 재판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면주 변호사는 “부산고법에서 항소심을 받을 땐 현장검증을 신청하더라도 시간과 거리감으로 잘 안된 부분이 있었다”며 “울산원외재판부 항소심에선 현장검증 등 다양한 변론이 가능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울산원외재판부는 광역시로 갖춰야 할 사법인프라가 완전히 구축된 것”이라며 “이와 함께 법률시장의 확대로 울산시민들에게 법률서비스 향상 효과를 가져온다”고 밝혔다.

특히 울산원외재판부 개원은 재판청구권의 보장 뿐만 아니라 재판받을 권리도 향상 시키고 있다. 형사재판의 경우 당장 실현되는 편리성으로 나타난다.

피의자가 현재 형사항소심을 받기 위해선 울산구치소에 수감됐다 부산구치소로 이송돼야 했다. 피의자 가족은 옥바라지를 위해 부산까지 왕복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던 것. 이러한 불편이 울산원외재판부 개원으로 사라지게 된다. 피의자는 울산구치소에 수감된 채 재판을 받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울산구치소의 수용시설 확대도 울산원외재판부가 가져올 변화다. 울산구치소에 따르면 울산원외재판부 개원에 따라 수용시설 확대를 위한 예산을 확보했다. 2018년 기준 형사항소심 건수는 183건이다. 쉽게 말해 183명이 울산구치소에 머물기 때문에 수용시설의 확대가 불가피하다. 법무부는 이러한 사정을 감안해 울산구치소 시설확대를 추진한다.

울산시 법무통계팀 배은아 주무관이 원외재판부 유치 시민서명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총 20권으로된 이 서명지는 대표로 1권만 대법원에 제출됐고, 나머지 19권은 울산시가 보관하고 있다.
울산시 법무통계팀 배은아 주무관이 원외재판부 유치 시민서명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총 20권으로된 이 서명지는 대표로 1권만 대법원에 제출됐고, 나머지 19권은 울산시가 보관하고 있다.

 

◇두 달간 울산시민 16만1천여명 서명, 유치열망 담아내

부산고법 울산원외재판부 개원은 지난 10년간 울산시민 모두가 열망한 결과다. 2011년 첫 유치위원회가 구성됐다. 하지만 당시엔 원외재판부 유치엔 실패했다. 유치실패 이유는 울산에서 다룰 항소심 건수가 기준에 못미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유치위원회는 울산지법에 소년부(2014년 10월)와 가정법원(2018년 3월)을 유치하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 이 같은 성과로 2014년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2018년 11월, 송철호 울산시장 당선과 맞물려 울산원외재판부 유치위원회가 다시 구성됐다. 울산원외재판부 유치는 송 시장의 공약사항이기도 했다.

부산고법 울산원외재판부의 유치 당위성은 충분했다. 광역시 중 유일하게 원외재판부가 없었으며, 원외재판부에서 다룰 항소건수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원외재판부 설치는 국회에서 법률개정을 하는 게 아니라 대법원 규칙을 제정하면 되기 때문에 절차상 간편하기도 했다.

울산원외재판부 유치위 신면주 위원장은 “울산광역시의 위상에 걸맞게 울산원외재판부 유치가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절박함이 있었다”며 “이러한 공감대는 변호사 출신인 송철호 시장과의 간담회를 통해 지지를 적극적으로 이끌어 냈고, 송 시장이 법무통계팀에 전담팀을 만들면서 유치위 활동이 본격화 됐다”고 술회했다.

유치위 활동은 여야간 정파를 떠나 하나의 목적을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신면주 위원장은 “송철호 시장을 포함한 울산지역 국회의원들 뿐만 아니라 울산지역 상공계, 대한변호사협회의 힘도 집약됐다”며 “특히 국회 법제사법위원이였던 정갑윤 의원의 지원도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신면주 위원장에 따르면 울산원외재판부 유치 전기를 마련한 것은 2019년 3월부터다. 송철호 시장을 포함한 지역 인사들이 대법원행정처를 방문해 유치건의서를 직접 전달해 ‘울산의 유치 의지’를 표명했다.

이후 울산시와 유치위는 토론회를 개최하고, 울산시민 10만명 서명운동을 벌였으며, 울산연구원을 통해 연구도 진행했다. 시민들의 열망은 대단했다. 2019년 3월부터 5월까지 두 달간 10만명 서명운동에 들어갔는데, 이 기간 총 16만1천509명이 서명했다. 이 서명지는 1장에 20명 서명란으로 전체 8천75장에 달한다. 이는 20개 묶음으로 만들어져 1권만 대표로 대법원에 전달됐고, 나머지 19권은 울산시청에서 보관하고 있다.
 

송철호 울산시장을 포함한 지역 인사들이 2019년 3월 대법원행정처를 방문해 울산원외재판부 유치 건의서를 전달했다. 유치위원장 신면주 변호사는 “송 시작이 직접 대법원을 방문해 울산원외재판부 유치를 위한 전기를 마련했다”고 술회했다. 왼쪽부터 대한변호사회 이찬희 회장, 울산상공회의소 차의환 상근부회장, 울산시 송철호 시장, 조재연 법원행정처장, 울산원외재판부유치위 신면주 유치위원장, 김인겸 법원행정처차장.
송철호 울산시장을 포함한 지역 인사들이 2019년 3월 대법원행정처를 방문해 울산원외재판부 유치 건의서를 전달했다. 유치위원장 신면주 변호사는 “송 시작이 직접 대법원을 방문해 울산원외재판부 유치를 위한 전기를 마련했다”고 술회했다. 왼쪽부터 대한변호사회 이찬희 회장, 울산상공회의소 차의환 상근부회장, 울산시 송철호 시장, 조재연 법원행정처장, 울산원외재판부유치위 신면주 유치위원장, 김인겸 법원행정처차장.

 

◇2019년 10월, 조재연 법원행정처장 울산 방문후 ‘일사천리’

부산고법 울산원외재판부 설치는 법원행정처가 주무 부서다. 법원행정처가 설치안건을 만들어 대법관 회의에 상정해 통과시키는 과정이다. 무엇보다 중요했던 건 법원행정처 시설재정분과위원회 안건을 거쳐 사법행정 자문회의 안건으로 상정돼야 했다. 울산시와 유치위 활동은 법원행정처의 행동을 이끌어 냈다.

2019년 10월,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이 울산을 방문해 울산원외재판부가 들어설 울산지법을 둘러본 후 절차는 2020년 5월 대법관 회의에서 원안이 가결되기 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신면주 유치위원장은 “울산원외재판부 유치는 울산시민 모두의 열망으로 이뤄낸 성과”라며 “정파간 이해계층간 모두가 하나된 모습들은 울산지역의 어떤 어려움도 원외재판부 유치 활동처럼만 한다면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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