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DNA (下)
예수의 DNA (下)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1.03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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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History) 채널이 성탄 특집으로 내놓은 야심작 <예수의 DNA를 찾아서>에서는 옥스퍼드 대학 유전학자 조지 버스비(이하 ‘조지’)와 성서학자이자 목사인 조 바실(이하 ‘조’)이 발품을 판다. History는 이들에게 맡긴 탐사를 ‘DNA과학을 이용한 예수 탐구’라며 최근 10년 사이 유전학상 엄청난 기술혁신이 있었다고 강조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예수의 혈통(血統)은 중동 여러 나라에 흩어져 살고 있는 아랍계 드루즈(Druze)족의 그것과 흐름을 같이한다. 예수의 혈통이 ‘유대계’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정통 기독교인들에게는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일로 들릴지도 모른다. 드루즈족의 종교가 이슬람 시아파 중에서도 이스마일 지파에서 갈라져 나온 ‘드루즈교’이기 때문이다.

조지와 조는 다음과 같은 가설(假說) 아래 탐사여정(探査旅程)에 나선다. 즉 2천여년 전 고대유물인 ‘토리노(Torino) 수의(壽衣)’의 조사와 실험에 첨단기술을 이용하면 예수의 DNA 흔적을 찾을 수 있고 ‘예수의 게놈 지도’까지 풀 수 있다는 것. 현재 토리노 수의가 보관된 곳은 이탈리아 토리노성당의 왕실예배당으로, 성의(聖衣)로도 불리는 수의는 온도·습도가 조절되는 방탄유리상자에 봉안돼 있다.

이들이 실제로 적용한 시험방법은 ‘DNA 염기서열 분석’. (토리노 수의에 대한 과학시험은 1978년과 1988년 단 2차례만 허용된 바 있다.) 오랫동안 수의의 비밀을 연구해온 이탈리아 파두아(Padua·파도바)대학의 지아니 바카치아 박사는 조사팀에게 토리노 수의에서 추출한 표본(=상처에서 나온 혈전)을 냉장고에서 꺼내 보여준다. 이미 밝혀진 사실이지만, 표본의 혈액형은 세계인구의 3%에 불과한 ‘AB형’으로, 중동에서 더 흔하다고 한다.

진위(眞僞) 문제로 아직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 토리노 수의에 대한 과학시험에서 조사팀은 그들 나름의 결론을 이끌어낸다. 수의가 중세(中世) 것이 아니라 약 2천년 전 예수가 생존했던 시기의 것이라고 결론지은 것. 이후 조사팀은 영국 옥스퍼드 대학 도서관에서 예수의 족보를 훑어보고, 불가리아 소조폴(Sozopol)의 성(聖)게오르기 교회에 보관 중인 ‘세례요한의 뼛조각’(약 10년 전 발견)도 살펴본다. 조사팀은 다시 ‘세례요한의 뼛조각’이 1세기 중반의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흥분을 가누지 못한다. 퍼즐이 하나 둘 맞춰지고 있다는 확신 때문이었다. (세례요한은 마리아의 사촌인 엘리사벳의 아들로, 예수와 육촌지간이다.)

조사팀에게 결정적 확신을 안겨준 또 하나의 유물은 스페인 북부 오비에도(Oviedo)의 바실리카 대성당에 보관 중인 ‘수다리움’(Sudarium of Oviedo=오비에도의 聖수건). 이 수건(수다리움)은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의 얼굴을 사후(死後)에 감쌌던 수건으로 알려져 있다. 조사팀은 이 수건의 혈흔(血痕)에서도 DNA 염기서열 분석을 시도했고, 결과는 그들을 놀라게 했다. 토리노 수의에서와 똑같은 혈액형(AB형)과 똑같은 꽃가루가 나온 데다, 약 2천년 전 것이라는 결론까지 얻어낸 것.

더욱 흥미로운 것은 조사팀의 마지막 탐사여정. 조와 조지는 이스라엘 나사렛에서 가까운 드루즈족 마을에서 양해를 얻어 드루즈족 부녀(父女)의 DNA를 채취한다. 결과는 혈액형이 AB형이고 예수 가계(家系)의 마리아-요셉 혈통과 맥을 같이한다는 쪽으로 기운다.

이스라엘 ‘골란고원의 원주민’으로도 통하는 드루즈인의 전체인구는 약 130만명(추산). 인구의 절반가량이 시리아 하우란에 살고, 레바논에 22만, 이스라엘에 14만, 요르단에 3만 베네수엘라에 12만, 미국에 4만, 캐나다와 호주에 각각 2만명이 흩어져 산다. 이들은 구약성경에 나오는 모세의 장인 이드로(Jethro)가 드루즈파의 창시자이자 정신적 지도자라고 믿고 있다.

김정주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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