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DNA (上)
예수의 DNA (上)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12.27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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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非對面·noncontact)이 선택 아닌 필수가 된 올해 성탄(聖誕)주간. 사흘연휴를 어떻게 하면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을까를 궁리한 끝에 그럴듯한 결론에 이른다. 이른바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일상’이 되고 만 ‘집콕’에 매달리는 편이 차라리 현명할지도 모른다는 쪽으로 결론을 꾸며낸 것.

그러다 보니 텔레비전과 대면(對面)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렇다고 연예·오락이나 시사 프로그램에 정신이 팔릴 기분은 아니었다. 예수의 탄생과 유관한 영화나 다큐멘터리 채널 쪽에 자주 손이 갔다. 그러나 ‘솔로몬과 시바의 여왕’처럼 너무 오래 접한 할리우드 영화는 식상해서 싫었다. 이전에 즐겨보던 ‘내셔널 지오그래픽’(Nation Geographic, 이하 NG) 아니면 ‘히스토리’(History)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열 손가락 가까운 성탄특집 프로그램 중에서도 서너 개 프로그램은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놀라움을 선사했다. History가 내놓은 <예수의 DNA를 찾아서>와 NG의 <앨버트 린의 성경 속에 묻힌 비밀들>(Buried Secrets of the Bible with Albert Lin)이 특히 그랬다.

<예수의 DNA> 편에는 History가 ‘당대 최고’라고 치켜세운 성서학, 고고학, 문헌학 방면의 대가(大家)들이 손품, 발품을 줄기차게 팔았다. 탐사 대상에는 어김없이 ‘토리노의 수의(壽衣)’가 등장했다. 예수의 성체(聖體)를 감싼 성의(聖衣)로 여겨지는 이 수의는 1354년 발견 이후 지금까지 이탈리아 북서부 도시 Torino의 한 성당에 보관돼 오고 있다.

‘History의 대가’ 중 한 사람은 수소문 끝에 유럽의 한 연구자로부터 또 다른 ‘천’의 존재를 확인한다. 흥미롭게도, 시신(屍身)의 이마를 감쌌던 것으로 보이는 이 수건과 토리노의 수의 사이에는 공통점이 존재했다. 첨단과학 장비를 이용한 연대(年代) 측정 결과 똑같이 ‘1세기 때의 천’이라는 결론을 내기에 이른 것. 사실이라면, 이마를 감쌌다는 천은 십자가 처형 당시 로마 병사들이 예수의 이마에 씌웠다는 ‘가시면류관’과 무관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 어찌 관심이 가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 같은 결론에는 이견(異見)이 있을 수 있다. 1988년, ‘토리노의 수의’를 서로 다른 나라의 연구실험실 3곳에 맡기고 방사성탄소를 이용해서 연대를 측정하게 했더니 이 천이 예수가 살았던 시기보다 1천년도 더 지난 1260~1390년에 만들어졌다는 주장이 나왔던 것. 그러나 ‘History의 대가’들은 그와 같은 가설(假說)을 일언지하에 일축한다. ‘진일보한 방법에 의한 측정’이 그 이유였다.

NG의 <성경 속 비밀들>은 ‘출애굽기’(出埃及記·Exodus=이스라엘 민족의 이집트 탈출기)의 미스터리를 파헤치려고 끈질기게 애썼다. (출애굽기는 이스라엘 민족이 BC 13세기에 유대교 최고의 예언자 ‘모세’의 인도로 노예상태의 이집트를 탈출한 사건을 기록한 글이다.)

‘앨버트 린’은 국경을 넘나든 추적 끝에 그 나름의 결론을 하나 만들어낸다. 모세(Moses)가 자기 민족을 이끌고 이집트를 탈출한 지점 즉 ‘모세의 기적’이 이뤄진 곳이 ‘홍해’(紅海, Red Sea)가 아니라 이집트 최대의 호수인 ‘만잘라 호수’라는 것.

참고로,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리말 성경에 ‘홍해’로 번역된 히브리어 ‘yam suf’(얌 수프)의 올바른 번역은 ‘갈대 바다’이다.(출애굽기 2장 3,5절 참조) 사려 깊은 성서학자들은 더 이상 ‘홍해’를 입에 올리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혹자는 ‘모세의 기적’이 이뤄진 곳이 현재의 사이드 항(港)에서 가까운 ‘만잘라 호수’가 아니라 수에즈 운하 한가운데에 있는 ‘비터 호수’라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下편으로 이어짐

김정주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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