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울산문화계 결산] 끝 모를 침체의 늪… 돌파구 고심한 1년
[2020년 울산문화계 결산] 끝 모를 침체의 늪… 돌파구 고심한 1년
  • 김보은
  • 승인 2020.12.23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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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에 방역지침 달라져… 시시각각 일정 변경 촉각

-장기화 사태에 잇따라 온라인 콘텐츠 진행… 생중계도 병행

올 한해 울산문화계는 코로나19로 가다 멈춰서길 반복했다. 크고 작은 축제 개최에 차질을 빚었고 한때 공공 문화기관이 문을 닫기도 했다. 지역예술인의 활동 역시 주춤했다. 그럼에도 끝 모를 침체의 늪 속 돌파구를 찾으려는 고심의 흔적들이 눈에 띈다. <편집자 주>

 

‘울산시립미술관 개관준비 국제심포지엄’이 지난 10일 15일 울산시의회 시민홀에서 열린 가운데 패널들이 ‘지역커뮤니티를 위한미래형 공동체 예술 프로젝트’를 주제로 열띤 토론을 하고 있다. 울산제일일보 자료사진
‘울산시립미술관 개관준비 국제심포지엄’이 지난 10일 15일 울산시의회 시민홀에서 열린 가운데 패널들이 ‘지역커뮤니티를 위한미래형 공동체 예술 프로젝트’를 주제로 열띤 토론을 하고 있다. 울산제일일보 자료사진

 

◇ 취소, 축소, 연기로 얼룩진 지역축제

올해 지역문화계는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라 변동되는 일정에 촉각을 세우며 혹여나 취소될까 전전긍긍하며 한해를 보냈다.

울산문화재단은 올 상반기 축제추진단을 분리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하며 아시아퍼시픽뮤직미팅(9월·에이팜). 제54회 처용문화제(11월), 울산프롬나드페스티벌(11월) 등 축제의 흥행에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벽은 높았다. 에이팜은 공모를 거쳐 출연 아티스트 라인업을 마무리했지만 공연 장소였던 울산문화예술회관이 잠정 휴관하면서 취소됐다. 울산프롬나드페스티벌도 거리축제에서 지역예술인 중심의 예술인 축제 ‘울산프롬나드’로 개최 방식을 변경하고 막판까지 대면과 비대면 두 가지 선택지를 놓고 고심했으나 개막을 이틀 앞두고 취소를 결정했다. 처용문화제의 경우 개막은 할 수 있었으나 주요 오프라인 행사를 축소·폐지해 사실상 명맥만 유지하기 위한 행사에 그쳤다.

각 구군에서 열리는 축제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제5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는 올해 처음 개최 시기를 4월로 바꿔 전국에서 가장 빨리 개최되는 영화제란 타이틀을 노렸으나 준비 마무리 단계에서 예정보다 6개월여 늦은 10월 말~11월 초로 연기 결정이 내려졌다. ‘제16회 울산쇠부리축제(10월)’와 ‘2020 울산옹기축제(11월)’는 비대면 온라인으로 열렸고 ‘2020 울산고래축제’, ‘울산마두희축제’는 취소됐다.

아울러 지역 첫 온라인 축제였던 울산민족예술인총연합의 ‘제16회 민족예술제 도깨비난장(6월)’은 현장감이 오프라인보다 떨어졌지만 무리 없이 하루 7시간 생중계를 이어갔고 울산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의 제2회 태화강예술제 ‘예루하(7월)’는 비교적 감염 상황이 심각하지 않을 때라 드물게 대면 행사로 치러졌다.

제54회 처용문화제가 지난 10월 30일부터 11월 1일까지 태화강 국가정원 남구둔치 체육공원 일원에서 열린 가운데 시민들이 행사장을 둘러보고 있다. 울산제일일보 자료사진
제54회 처용문화제가 지난 10월 30일부터 11월 1일까지 태화강 국가정원 남구둔치 체육공원 일원에서 열린 가운데 시민들이 행사장을 둘러보고 있다. 울산제일일보 자료사진

◇ 문 닫은 문화기관·대안으로 떠오른 온라인

지역축제뿐만 아니라 공연계도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공연장의 특성상 밀폐된 실내 공간에 다수의 관객이 붙어 앉는 구조여서 감염 상황이 급변할 때마다 어김없이 공연이 줄줄이 중단됐다. 2월과 8월에는 아예 일부 문화기관들이 일정기간 모든 공연, 전시, 강좌를 중단하고 사실상 휴관 상태가 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공연과 문화행사, 비교적 제약이 적은 전시까지 활로 찾기에 눈을 돌렸다. 이미 3월 초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온라인 공연이 상당수 시작됐지만 울산은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는 분위기였다. 당시 수도권과 달리 울산은 한해 계획을 세울 시점이라 당장에 내놓을 콘텐츠가 없고 제작을 위해 예술인들을 감염 우려가 있는 상황에 노출하기도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4월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자 잇달아 온라인 콘텐츠를 내놓기 시작한 것. 울산문화예술회관은 시립예술단 공연 실황영상 10개를 유튜브에 공개한데 이어 온라인 전시, 창작뮤지컬 온라인 극장, 방구석 가상현실(VR) 등을 선보였다. 북구문화예술회관도 온라인 공연 시리즈 ‘V콘서트’를 2개 시즌에 걸쳐 진행했다.

그뿐만 아니라 국내외 외부인사를 초청하는 울산시립미술관의 국제심포지엄, 울산암각화박물관의 ‘천전리 암각화 발견 50주년 기념 학술대회’ 등 각종 행사도 유튜브 생중계를 병행하면서 행사장 내 인원이 몰리는 것을 방지했다.

민간에서는 울산문화재단이 비대면 예술창작활동 등 코로나19 맞춤형 공모를 진행하면서 온라인 콘텐츠 제작이 활발해졌다. 재단이 지역 최대 예술단체인 울산예총, 울산민예총과 손잡고 온라인 미디어 예술활동을 지원하는 기획사업을 추진하면서 장기적으로 공연, 전시 등 분야의 지역예술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제5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지난 10월 23일 개막한 가운데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에 마련된 자동차 극장인 ‘드라이브인 움프’에서 차량을 탄 관객들이 영화를 관람하고 있다. 울산제일일보 자료사진
제5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지난 10월 23일 개막한 가운데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에 마련된 자동차 극장인 ‘드라이브인 움프’에서 차량을 탄 관객들이 영화를 관람하고 있다. 울산제일일보 자료사진

◇ 극장·공연장 대신 자동차 안에서

많은 문화행사들이 온라인으로 전환됐지만 다소 현장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일부 있었다. 이 때문에 차량을 이용한 드라이브 스루, 드라이브 인 방식이 또 다른 대안으로 떠올랐다. 울산도서관과 울산시청자미디어센터는 공공문화기관이 휴관에 들어가면서 생긴 공백을 드라이브 스루 대여 서비스로 일부 해소했다.

울주문화예술회관은 공연과 영화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드라이브 인’ 행사를 했고 군 자체에서도 커피나 햄버거를 사듯 차량 5대씩 밀어내는 ‘드라이브 스루’ 공연을 마련했다. 다만 차량 수십대가 들어갈 넓은 공간을 확보해야 해 한시적인 이벤트의 성격이 강했다.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은 앞서 언급했던 ‘제5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온라인과 자동차극장이라는 두 비대면 방식을 모두 도입해 열흘간 온라인 상영관 1만5천394회, 자동차 극장 관객 수 2천350명으로 비교적 준수한 성적을 냈다는 것이다.

울산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가 지역예술인을 위한 온라인 예술 플랫폼 ‘울산복합아트센터’의 내년 1월 오픈을 앞두고 태화강 국가정원에서 공연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울산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가 지역예술인을 위한 온라인 예술 플랫폼 ‘울산복합아트센터’의 내년 1월 오픈을 앞두고 태화강 국가정원에서 공연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 문화기관 신임 기관장 맞이 새 바람 불까

코로나19로 이같이 어려운 상황 가운데서도 울산문화계에 변화의 바람은 불었다.

2년 임기의 개방형 직위제 공모를 시행하는 울산문화예술회관과 울산박물관은 모두 외부전문가가 아닌 지역과 소통이 원활한 지역 내 인사로 기관장이 바뀌었다.

울산문화예술회관은 공무원 출신으로 시와의 긴밀한 소통이 기대되는 김지태 관장을, 울산박물관은 개관 전까지 실무자로 참여했고 2012년부터 대곡박물관 관장을 지내 지역현안에 밝은 신형석 관장을 임명했다.

내년 말 개관을 앞둔 울산시립미술관은 개관 준비 작업을 주도할 추진단장으로 서진석 전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을 지난 6월 임명했다. 시립미술관은 ‘시립미술관 관리 및 운영 조례안’을 제정하고 건물 층별 활용안, 지역예술인 지원방안을 내놓는 등 건립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 울주문화재단이 새롭게 출범하기도 했다. 울주문화재단은 올해 2월 두 번의 고배를 마신 끝에 울산시 출자·출연기관 운영심의위원회를 통과했고 이후 재단 대표이사로 이상용 전 ubc 대표이사를 낙점했다.

글=김보은 기자·사진=울산제일일보 자료사진

울주문화재단 출범식이 지난달 11일 울주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가운데 이선호 군수, 간정태 군의장, 이상용 대표이사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울산제일일보 자료사진
울주문화재단 출범식이 지난달 11일 울주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가운데 이선호 군수, 간정태 군의장, 이상용 대표이사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울산제일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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