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도 지방의료원이 필요하다
울산에도 지방의료원이 필요하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12.15 22: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나라의 의료체계를 간략하게 정리하면, 민간의료공급체계에 기반을 둔 의료보험제도로 의료비의 일정액을 보장해주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적인 의료보험제도가 만들어진 것은 지난 1976년의 일이다. 1988년에는 그 범위가 전 국민으로 확장되면서 모든 국민은 각자의 건강보험료를 의무적으로 내는 대신 저렴한 비용으로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의료서비스의 제공은 대부분 민간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정부가 인적, 재정적 요인으로 의료인력, 병원시설 등의 의료자원을 개발하는 역할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의료제공체계는 민간 주도로 성장할 수밖에 없었다.

이 방식은 장점이 분명했다. 정부가 의료비용을 보전해 주면서 의료기관, 제약산업, 의료기기산업이 양적으로 급성장했고, 의료기술의 확산도 아주 빠르게 이뤄졌다. 하지만 의료서비스가 대기업의 자본이 대학병원에 진출하는 등 완전하게 시장에 맡겨지면서 극심한 양극화, 지역격차 심화 등의 부작용을 겪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국내 최상위 5대 병원이 모두 서울에 위치해 있는 게 그 예다.

이 같은 부작용이 잘 드러나는 곳은 울산이다. 울산은 1997년 광역시로 승격했음에도 여전히 의료 인프라는 전국 최하위 수준에 머물고 있다. 7대 광역시 가운데 울산과 광주, 대전만 지방의료원이 없지만 울산과 달리 다른 두 광역시는 국립대병원을 포함해 7~8개의 공공의료기관이 있다. 의료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2018년 기준 울산의 인구 10만명당 의사 수는 150명, 간호사 수는 348명으로 이는 7대 특·광역시 중 가장 적은 숫자다. 특히 서울과 비교했을 때는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특히 최근 들어 울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공공병원이 한 곳도 없는 울산은 병상 부족 사태에 직면해 있다. 12월 14일 기준 울산지역 코로나19 확진환자는 259명으로 이 가운데 울산대학교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확진자는 78명뿐이다. 나머지 104명은 마산의료원이나 대구의료원과 같은 다른 지역의 의료기관으로 원정입원을 가 있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지방의료원 확충 등의 내용을 담은 공공의료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코로나19의 3차 대유행을 겪으면서 치료병상과 치료·간병인력 확보 등 의료체계의 부담이 가중되는 위기가 지속되자 공중보건 위기 상시화에 대비한 의료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이 방안에는 세부적으로 △2025년까지 400병상 규모의 지방의료원을 20곳 안팎으로 확충하고 △지방의료원 35곳 전체에 감염병 안전설비를 지원하고 △전공의들의 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필수의료분야 간호사를 충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계획에 따라 울산도 지방의료원 확충 대상에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울산에는 2024년 완공을 목표로 산재전문 공공병원 건립이 추진 중이지만 감염병을 전담하는 공공병원의 기능은 몹시 부족하다. 사업계획이 울산에서 요구했던 500병상 규모가 아니라 300병상 규모에 그치는 선에서 확정됐기 때문이다. 지난 5월에 수립한 기본계획에 따르면 300병상 규모에서는 음압병상은 4개가 전부다. 감염병 관련 병상이나 시설을 더 늘리는 것은 추후 500병상으로 확충된 이후에나 가능한 일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지방의료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울산에서 점점 높아지고 있다. 송철호 시장은 최근 대통령이 주재한 가운데 열린 코로나19 대응 긴급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영상회의에서 “이번 코로나 사태 대응 과정에서 울산에 공공의료원이 없었던 것이 가장 아쉬웠다”며 지방의료원의 신축을 요청했다. 울산건강연대는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울산시민의 건강지표 개선, 필수의료 인프라 부족현상 개선, 공공의료체계 마련 등 종합적인 의료정책을 수행하기 위해서라도 울산의료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보건의료기본법에는 보건의료를 통해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갖게 하고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공공보건의료기관과 민간보건의료기관 간의 역할분담과 상호협력 체계를 마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울산의 지방의료원 설치 요구는 기본을 지키기 위한 당연한 요구다.

유봉선 울산광역시 동구의회 의원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