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가격 폭등사태의 본질
아파트가격 폭등사태의 본질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12.14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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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건축사사무소를 하고 있는 지인과 함께 저녁을 하면서 들은 얘기다. 그는 올봄에 옥동에 있는 아파트를 팔았는데, 이사 후에 매도한 집의 가격이 너무 올라서 5억이라는 거금이 눈앞에서 사라졌다는 생각에 한 달 이상 수면장애와 우울증을 앓았단다. 집 한 채가 재산의 전부인 일반 시민에게 5억이라는 현금은 평생 쥐어보기 힘든 거금이다. 그것도 한 달 차이로 날렸다고 생각하면 속상하지 않는 이가 있을까.

실제로 올 2/4분기 이후 울산지역 아파트 가격은 연일 폭등세다. 원인은 수도권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라고 한다. 투자처를 찾아 헤매던 대규모 여윳돈이 울산까지 찾아들었다는 뒷얘기다. 울산에서 갑자기 아파트 가격이 폭등할 어떤 사회적 요인도 없기 때문에 이 분석은 옳다고 본다. 외지 투기자본이 일부 단지의 가격을 올린 다음 빠져나갔다는 말도 있지만, 울산 전 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고, 변변한 가격통제 수단이 없는 지방자치단체는 속수무책이다.

이런 사태가 일어날 수 있는 자양분은 1970년대 이후 역대 정부가 꾸준히 공급해 왔다. 그때 그 시절 인구는 폭증하고, 변변한 주택은 없고, 정부는 산업화와 국방이 우선이었기에 국민을 위해서 주택을 공급할 재정적인 여력은 없었다. 이런 사정 때문에 민간자본을 이용한 아파트의 양적 공급을 위해 주택건설촉진법, 택지개발촉진법, 주택복권 등의 다양한 제도와 함께 아파트 선분양제를 정착시켰다. 이런 정책은 성공했고, 우리나라를 지금의 위치로 올려놓은 원동력이 되었다. 즉, 국민은 아파트라는 양질의 주택에서 살게 되었고, 덤으로 꾸준히 상승한 아파트 가격 덕분에 아파트 소유자의 생활은 윤택해졌다.

30년 전 일본 유학 때의 일이다. 교토대학에 먼저 유학 와 있던 남편의 고교 선배가 한국에 세 주고 온 아파트 가격이 올라서 유학비용을 벌고도 남았다는 얘기를 듣고 부러웠던 기억이 난다. 단독주택은 그렇지 않은데, 아파트가 돈을 벌어주는 시간이 반세기를 넘기면서 국민 모두가 아파트를 간절히 원하게 되었다.

이것이 우리나라 아파트 문제의 핵심이다. 아파트는 다른 유형의 주거에 비해서 질도 높고, 주거환경도 쾌적하다. 층간소음과 같은 주민 간의 갈등을 제외하면 이보다 좋은 주택은 없다고 할만하다. 더구나 고밀도인 수도권이나 소멸을 걱정할 지방 읍면 지역이 용적률 250%로 똑같이 지으니 대도시 주민에게는 아파트야말로 살아보고 싶고 가지고 싶은 최고의 주택이다. 여기에다 분양만 받으면 시세차익이 생기고, 낡아도 가격이 오르기만 하니 이보다 좋은 주택은 이 세상에 없다. 특히 이런 혜택은 모두 자가 소유자에게만 돌아가기 때문에 우리 국민 모두가 아파트를 가지고 싶어 한다.

그런데 의문인 것은 행정고시를 거쳐서 국토부 공무원이 되고, 또 수십 년 일한 그분들이 이런 사실을 모를까 하는 점이다.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것인지, 그도 아니면 정책방향 전환이 가져올 후폭풍이 무서워서 폭탄 돌리기를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도 아니면 본인들도 아파트로 얻는 혜택이 많아서 이런 정책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일까.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나라 살림의 방향 설정은 사실 공무원이 아니라 정치가 해야 한다는 점에서 보면 여전히 의문스럽다.

이런 사정이다 보니 우리 국민이 간절히 원하는 내 집은 단독주택이나 빌라가 아니라 아파트다. 아무리 질이 좋아도 공공임대주택으로는 이런 혜택을 얻을 수 없다. 우리네 속담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다. 남에게는 있는 기회가 내게는 오지 않는다면 이는 화낼 일이 맞다. 그렇다면 올바른 주택정책 방향은 명확하다. 국민 모두에게 아파트를 쥐어주든지, 아니면 아파트로 얻는 불로소득을 없애버려야 한다.

우리나라 주택 보급률이 100%를 초과한 지 이미 오래이니 국민 모두가 아파트를 가지도록 하는 정책은 자원낭비이고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다. 그렇다면 남은 정책은 아파트를 가져야만 얻을 수 있는 불로소득을 줄이거나 없애는 쪽이다. 아파트 공급은 선분양제가 아닌 후분양제로 하고, 세제는 거래에 직접 영향을 주는 양도세 중과보다는 보유세를 높이는 방향이어야 한다. 자동차도 가전도 비싼 것이 세금이 높고, 심지어 사치품은 특별소비세가 붙듯이 아파트도 특별히 비싼 것은 재산세를 높여야 한다.

또 한 가지 인터넷 시대에 맞는 아파트 정책 시행이 요구된다. 지금 SNS에는 온갖 부동산 전문가가 양지와 음지에서 아파트 투자방법을 강의하고, TV에도 부동산 투자 강좌가 한둘이 아니다. 여기에 국토교통부는 실거래가 공개시스템까지 운영하고 있다. 매매거래 내용을 실시간으로 조회할 수 있는 이 시스템이 투기세력의 활동 온상이 될 수 있다. 즉, 가격을 올려서 계약한 사실만 사이트에 남기면 등기이전과 관계없이 가격이 오른 아파트가 된다. 공인중개사가 공동매물을 게시하지 못하게 한 것도 마찬가지다. 결과적으로 잘못된 가격정보가 공개되도록 한 시스템이 최근의 아파트 가격 폭등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정부가 하루빨리 단기성 정책으로는 아파트와 관련된 구조적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직시하고, 이 시대에 걸맞는 정교한 부동산정책을 펼쳐서 국민의 불안과 불만을 잠재워 주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강혜경 울산광역시 중구의회 행정자치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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