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을 찾은 먹황새와 독수리
울산을 찾은 먹황새와 독수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12.13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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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을 통해 역사와 풍속, 자연생태환경을 짐작할 수 있듯 울산을 찾은 조류를 통해 그 이유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울산을 찾은 먹황새(천연기념물 200호, 멸종위기야생생물 1급)와 독수리(천연기념물 제243-1호)의 말 없는 행동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2020년 11월 25일, 먹황새가 울산을 찾았다. 회야댐 상류의 인공습지인 연(蓮)밭에서 관찰됐다. 먹황새는 모두 3마리로 올해 부화한 미성숙 개체였다. 11월 26일, 울산시 환경생태과에서 발 빠르게 설치한 관찰카메라에 찍혔다. 귀중한 자료화면을 통해 본 먹황새의 출현과 관찰은 ‘울산 최초’로 기록될 것이다.

먹황새는 마릿수가 적어 자연생태계에서 쉽게 관찰되지 않는 조류의 한 종이다. 필자는 2004년 경북 봉화군 봉화읍 대성천을 찾은 먹황새 성조 2마리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고 울산에서 곧장 올라가 확인했다. 관찰된 먹황새는 어미개체로, 붉은 부리와 다리, 등의 까만 색깔은 긴 시간 관찰하는 내내 무척 인상적이었다. 먹황새는 몽골 습지, 아무르 습지 같은 곳에서 번식하고, 동남아시아 등지로 날아가 월동한다. 이번에 울산에서 관찰된 먹황새 3마리도 월동지로 가던 도중에 이틀간 머물렀던 것으로 짐작된다.

그동안 먹황새는 적은 수가 번식지를 떠나 서해안을 거쳐 월동지로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회야댐에서 먹황새가 관찰됐다는 것은 울산이 먹황새 이동경로의 한 곳으로 확인됐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울산에도 사람의 영향이 적고 먹이가 풍부한 안정된 환경이 보존 또는 조성을 통해 확보된다면, 먹황새를 해마다 관찰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특히 인공습지인 연밭에서 먹황새의 먹이활동이 관찰됐다는 사실은 새로운 습지 조성의 가능성을 열어줄지도 모른다.

겨울철에 강(江)얼음을 좀처럼 볼 수 없는 울산의 환경을 생각할 때 잘만 하면 먹황새가 월동지로 삼을 개연성도 점칠 수 있다. 도시 중심부라 할지라도 서식환경만 제대로 갖춰진다면 먹황새를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반면, 산속 습지라 할지라도 사람의 영향이 미친다면 먹황새는 절대 머무는 일이 없을 것이다.

겨울철새의 이동 소식은 언론과 방송을 통해 접하게 된다. 독수리는 강원도 철원과 경남 고성군이 빠짐없이 거론되는 장소다. 이곳에서 먹이를 준 덕분에 독수리의 마릿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2020년 12월 8일, “멸종위기 야생생물 독수리 울산 월동지로 매년 500마리 찾아와”라는 지역신문 기사를 읽었다. 내용에는 독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부분적으로 과장된 면도 없지 않았다. 울산을 찾는 독수리에 대한 관심은 전국은 물론 울산에서도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다.

<성경>에는 독수리가 등장한다. <출애굽기>에는, “나의 애굽(이집트) 사람에게 어떻게 행하였음과 내가 어떻게 독수리 날개로 너희를 업어 내게로 인도하였음을 너희가 보았느니라”(19:4)라고 하여 독수리의 큰 날개와 효율성을 강조한다. 여호와(‘야훼’)가 애굽에서 고생하는 이스라엘 민족을 독수리의 큰 날개에 태워 안전한 곳으로 인도했다는 얘기일 것이다.

<사무엘(하)>에는, “사울과 요다난이 생전에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자러니, 죽을 때에도 서로 떠나지 아니하였도다. 저희는 독수리보다 빠르고 사자보다 강하였도다.”(1:23)라고 했고, <마태복음>에는 “주검이 있는 곳에는 독수리들이 모일지니라”(24:28)라고 했다.

독수리는 먹이를 사냥하는 검독수리와 죽은 사체를 먹는 독수리로 구별된다. 성경은 자연생태의 체험에서 바르게 표현했다.

<계시록>에는 “그 여자가 큰 독수리의 두 날개를 받아 광야 자기 곳으로 날아가 거기서 그 뱀의 낯을 피하여 한 때와 두 때와 반 때를 양육 받으매”(12:14)라는 구절이 있다. 성경 속의 독수리는 빠른 새, 주검을 찾는 새, 큰 두 날개를 활용하는 새로 비유되고 상징된다. 성경 속의 독수리는 기자(記者)가 자연생태 관찰에서 습득한 경험에 바탕을 두고 비유와 상징으로 기록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

2020년 12월 9일 오전 9시경, 독수리가 관찰되었다는 현장을 찾았으나 굳게 닫힌 입구까지가 한계였다. 가까운 입암들로 자리를 옮겼다. 무학산 344m 상공에는 독수리 열대여섯 마리가 보였다 안 보였다를 반복하며 큰 동그라미를 그리며 날고 있었다.

독수리는 2010년부터 필자가 매주 1회 조사하고 있는 관찰대상 조류다. 아는 사람이 농장관리인으로 근무했기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2014년에는 최고 198마리를 기록했다. 최근(2020년 12월 13일·일요일)에는 51마리로 조사됐다.

울산을 찾은 먹황새와 독수리의 공통점은 먹이다. 사람의 의식주와 다를 바 없다. 울산은 생태관광을 바탕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먹황새와 독수리로 이어진 반가운 소식은 울산의 생태관광 활성화에 보탬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김성수 철새홍보관 관장·조류생태학 박사/울산학춤보존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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