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정치의 유혹에 빠지지 마라
팬덤정치의 유혹에 빠지지 마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12.03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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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정치상황을 보면 정치극단주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 성향이 극단주의로, 극단적인 진영논리를 우선적으로 내세워 비합리적인 행동으로 치닫는 정치 성향을 보이고 있다. 좌우를 막론하고 똑같은 성향을 보인다는 점에서 단순한 극좌 또는 극우와는 구별되는 개념으로 정치 현상을 바라볼 때 가장 지양해야 할 태도 중 하나이다.

여기에다 요즘에는 팬덤(Fandom)이란 말을 많이 사용한다. 팬덤은 ‘팬’에 ‘상태, 지위, 영토’를 뜻하는 접미사 ‘-dom’을 붙인 것이다. 팬덤은 팬, 집단적 팬들, 팬 문화 현상과 관련된 규범, 관습, 제도 따위를 총체적으로 포괄하는 팬 사회를 지칭한다고 볼 수 있다. 보통 팬덤이라고 하면 연예인, 그중에서도 아이돌의 팬덤을 연상하는 경우가 많지만 팬덤은 팬질의 대상이 되는 모든 대상에 대한 팬들의 집단을 상대로 한 것이다. 책, 게임, 만화, 영화, 드라마, 작가, 정치인, 예술가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커다란 집단을 이룰 만큼의 팬들만 있으면 그것이 곧 팬덤이므로 그 종류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정치적 팬덤이다. 우리나라 현실정치를 보면 진보와 보수의 진영대결이 극과 극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상황은 이미 예견된 일이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같은 진영 내에서도 극으로 일관되며 조금의 대열이탈을 용납하지 않는다. 이런 현상은 진보진영에서 더욱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비근한 예로 추미애 법무부장과 윤석열 검찰총장을 두고 진보와 보수가 나눠져 서로를 힐책하고 있는 가운데 진보진영의 평범한 의견이나 회의진행에 이르기까지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국정감사기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위원장이 야당위원과 설전을 벌이는 추미애 장관을 향해 “질문을 듣고 답해주세요 장관님, 그렇게 좀 해주세요. 정도껏하세요”라는 발언의 의사진행을 했다가 의원사무실은 물론이고 휴대전화 전화와 엄청난 문자폭탄으로 곤욕을 치렀다.

또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페이스북에 ‘소신’ 글을 올린 뒤 하루 만에 1천건이 넘는 댓글이 달렸다. 상당수가 비난 글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배제에 대해 “검찰개혁에 부합되는 것이냐”고 지적했다는 이유에서다. 문자 폭탄에 당일 의원실에 하루 종일 전화벨이 울렸다는 것이다.

이런 행동은 여당의 강성 지지자들이다. 특히 ‘빠’로 지칭되는 무리들이 있다. 어떠한 대상을 지나치게 좋아해서 ‘빠’가 된 것이다. ‘빠’는 대상을 열렬히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단지 자기애를 대상에 투사하는 사람이다. ‘빠’는 대상에 대한 비판에 무작정 반발하며 증오감을 드러내는데, ‘나에 대한 모욕이자 공격’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빠’는 대상을 목숨처럼 사랑하는 듯하지만, 대상이 어떻게 되는가는 상관하지 않는다. 자기애의 실체는 자기 존중의 부족, 열등감이다.

이것이 우리나라 정치에서 가장 위험한 존재다. 정치적 목적, 국가의 이상과는 상관없는 맹목적 사랑이다. 대상을 가리지 않고 ‘빠’에 반하는 말이나 행동에 대해서는 공격성을 보이며 무리를 이루고 여론을 주도해 나가려한다.

결국 열광적인 팬덤에 정치가 휘둘리고 다른 목소리가 존재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생각과 행동이 존재할 수 있고 같은 정당 내에서도 개인의 의견이 존재할 수 있음에도 이를 부정하고 오르지 일률성만을 주장한다.

이러한 정치 팬덤은 비이성적 군중집단으로 매도될 수 있다. 작금의 거대 여당은 팬덤 정치의 단맛에 빠지지 말고 다양한 의견을 갖고 각계각층과 소통하며 너와 내가 아닌 우리를 위해 화합과 통합의 통 큰 정치를 펼쳐야 한다.

이주복 편집이사·경영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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