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편협함과 무관심을 반성합니다
저의 편협함과 무관심을 반성합니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11.30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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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따라 “정치에 무관심한 대중이야말로 나쁜 정치인에겐 최고의 선물이다.”라는 말이 자꾸 떠오른다. 이기심과 무관심이 득세할수록 파벌주의와 포퓰리즘이 성장할 수 있는 좋은 토양을 만들고 증오의 씨앗을 뿌리기 마련이다. 왜 자꾸 정치판이 이렇게 변해 가는지 참으로 안타깝다. 모든 편협함은 사랑을 제한한다.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 인종, 국적, 종교 또는 문화의 피상적이고 잘못된 차이점에 근거하여 좁은 집단들로 분열되어 왔다. 그리고 이 집단들은 오랫동안 불신과 두려움에 익숙해 있기 때문에 서로에게 무관심과 경멸 또는 적개심을 품게 된다. 이 모든 것이 무지, 편견과 이기심 때문이다.

이탈리아 최남단에 위치한 람페두사라고 불리는 섬이 있다. 본토보다 아프리카 대륙에 더 가까운 이 섬은 크기가 제주도의 십 분의 일 만한 작은 섬이다. 이 섬이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11년경이다.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불안정한 정세 때문에 고국을 등지고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들이 기착지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지중해를 건너 이 섬에 들어가려다 많은 사람이 바다에서 죽게 된다. 섬은 그들을 환영하며 맞이했지만 정작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다.

“오늘날의 웰빙 문화는 우리에게 우리 자신만을 생각하게 합니다. 다른 이들의 울부짖음에 무감각하게 만들죠. 실상 우리는 ‘누군가와 함께 고통을 나누며’ 우는 울음의 경험을 상실한 사회입니다. 누가 이 형제자매들의 죽음에 대해 울었습니까? 누가 이 배 위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울었습니까? 아기를 데려오려는 젊은 엄마를 위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가장을 위해 누가 울었습니까?” 이민과 난민의 비참한 상황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람페두사 난민수용소에서 가진 미사 강론의 일부분이다. 그리곤 교황은 “아버지! 당신께 우리들의 불의에 대한 타협과 자신의 안위만을 위한 편협함, 그리고 무관심에 대해 용서를 청합니다.”라고 기도한다.

근래에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이미’ 디지털 문명 시대가 도래했다. 특히 코로나가 가져온 비대면 시대에 성공의 비결은 대중의 마음을 사는 것이다. 사람들이 열광하게 하는 경험을 제공하면 된다. 이것을 킬러 콘텐츠라고 한다. 얼마 전 다이너마이트로 우리나라 가수 최초로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른 BTS(방탄소년단)는 미국에 팬덤을 만들어 세계 일류 가수가 되었다. 한국에서는 아직 뜨기도 전의 일이다. 이처럼 대중의 마음을 사면 성공할 수 있다. 결국 포노 사피엔스 문명 기반에서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어야 한다.

아울러 작금의 우리는 소비자 권력 시대에 살고 있다. 그래서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더군다나 편협함과 무관심 속에선 견뎌낼 재간이 없다. 성공한 유튜버들이 보여주는 킬러 콘텐츠의 핵심은 진정성이다. SNS에서 가장 중요한 성공의 요소로 꼽히는 것이 바로 진정성이다.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런 킬러 콘텐츠도 만들어낼 수 없다. 마음의 진정성이 내 인생 전체에 녹아있어야 성공할 수 있게 된다. 결국 팬덤을 창조해야 성공할 수 있고, 팬덤을 만들려면 킬러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고, 킬러 콘텐츠는 고객이 스스로 열광하는 문화를 만들 때 비로소 가능하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모든 것을 수정해야 한다. 그 무엇보다 교육시스템의 혁신과 교육개혁이 절실하다. 언제까지 아이들을 ‘정중지와(井中之蛙)’ 꼴로 키울 것인가. 지금까지 당연하다고 여겼던 상식과 기준, 생각의 근본, 그 모든 것을 다 흔들어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세계 문명이 어느 방향으로 갈지 명확히 보고, 그 변화 속에서 새로운 시대를 스스로 준비할 힘을 길러야 한다.

나이가 들면서 언제부터인가 마음을 내려놓는 연습을 해왔다고 감히 자부한다. 하지만 마음을 비우는 것이 무관심으로 변질되지는 않았는지 매 순간 반성한다. 성탄 대축일을 앞두고 아직 한 장의 달력이 남았으나 교회 달력(제례력)으론 새해가 시작됐다. 여느 해와 완전히 다른 분위기지만, 연말연시를 맞아 이웃에 대한 관심과 배려, 사랑을 잊지 말자.

이동구 본보 독자위원장·RUPI사업단장·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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