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이 만든 위회지상(蔚薈之狀) 울주(蔚州)
태화강이 만든 위회지상(蔚薈之狀) 울주(蔚州)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11.29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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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명을 통해 역사와 풍속은 물론 자연생태환경까지 짐작할 수 있다. 지명의 원형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연구가 그래서 필요하다.

현재 울산이란 지명 풀이의 대부분은 우시산국의 명칭 변천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그 시작은 1986, 이유수 당시 울산향토사연구회 회장(이하 회장’)울산지명사에 기고한 울산의 연원 고찰일 것이다. 회장은 우시산국(于尸山國)을 좀 더 살펴보면 시()는 흔히 옛 지명에 로 표시하여 썼을 뿐 아니라 이두(吏讀)로도 많이 표기하였다. 그러니 우시산국은 를 붙이면 울이 되어 즉 울뫼나라울산국 등이 되는 것이며 지명상의 울산의 원류(源流)를 여기에서 비로소 찾을 수 있다.”(이유수, 울산지명사, 울산문화원, 1986, 38)라고 했다.

회장은 또 울산이 가지고 있는 본래의 뜻을 ()’()’의 두 가지 관점에서 풀이했다. ()의 관점에서는 울뫼나라는 그곳의 지형으로 보아서 산으로 둘러싸인 성읍국(城邑國)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라고 했다. ()의 관점에서는 울뫼를 고을의 의미로 풀이했다. 회장은 맺는말에서 지명이 우시산국울뫼산고을울산으로 변천했다고 강조했다. 그 후 울산(蔚山) 뜻풀이에서는 우시산국(于尸山國)에서 비롯되었고 산이 울타리처럼 둘러쌌다는 두 가지 설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인용한 용례를 소개한다. “‘울주울산이라는 이름의 은 삼한시대 울산지역의 부족국가인 우시산국(于尸山國)에서 비롯된 이름으로 보고 있다.”(강길부, 땅이름 울산사랑, 2002, 23) “울산은 산으로 둘러싸인 고장이다. 지명 울산산이 울타리처럼 둘러쌌다라는 의미의 우시산에서 유래됐다고 전해진다.”(울산제일일보. 2020.11.24. 문수산 유감)

소개한 용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부분의 화자는 본인의 연구보다 회장의 우시산국 울산 변천설을 그대로 가져다쓰고 있다. 필자는 울산의 이 우시산국의 변천에서 비롯됐다는 회장의 기존 설에 덧붙여 울회지상(蔚薈之狀)’에서 찾고자 한다.

먼저 울산지역의 이름은 굴아화(屈阿火), 하곡(河曲), 흥례(興禮), 공화(恭化) 등으로 변천했다. 그 후 1018(고려 현종9)울주(蔚州)’라는 지명으로 고쳐 부르게 됐고, 이때 비로소 지명에 ()’자가 등장한다. 이후 1413(조선 태종18)에 대대적인 지방관제 개혁으로 도호부 이하 고을의 이름 어미(語尾)에는 ()’ 또는 ()’을 붙이게 된다. 예를 들어 포주(抱州)포천(抱川), 양주(梁州)양산(梁山), 울주(蔚州)울산(蔚山) 등으로 이름이 바뀐 것이다. ‘울산(蔚山)’이란 이름의 탄생이 비록 조선시대 지방관제 개혁에 의한 것이었다 해도 여기서 주목할 것은 울주(蔚州)’라는 명칭에서 ()’자가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물론 울주의 ()’큰 고을을 뜻하는 글자다.

필자는 위회지상(蔚薈之狀)’을 바탕으로 울주의 이름을 풀이하려고 한다. 울회지상은 분순회울(苯蓴薈蔚), 위초다모(蔚草多貌) 등과 함께 초목이 무성해 우거진 모양을 표현한 문자다. 대한한사전(大漢韓辭典)(성문사, 1964, 1,291)에는 한자 을 때에 따라 ()’()’로 소개했다.

먼저 ()’갯제비쑥 위’ ‘초목 우거진 모양 위’ ‘잔무늬 위등 세 가지로 적었다. 반면 ()’고을이름 울하나만 적었다. 위회(蔚薈)의 설명에서는 울연(蔚然)’ ‘구름이 뭉게뭉게 이는 모양의 두 가지로 풀이했다. 울연(蔚然)은 다시 초목이 무성하게 우거진 모양’ ‘사물이 왕성함의 두 가지로 풀이했다. 다음으로 ()’염교 회’ ‘가릴 회’ ‘풀 우거질 회’ ‘일어날 회등 네 가지를 적었다. 회위(薈蔚), 위회(蔚薈)는 초목이 우거진 모양, 구름이 뭉게뭉게 이는 모양 등 두 가지로 설명했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한자 은 자연환경적으로 접근할 때는 풀이 무성할 울()’ 혹은 갯제비쑥 위()’로 읽지만 고을이름으로 사용할 때는 ()’ 하나만으로 읽음을 알 수 있다. 오래전 이곳은 갯제비쑥과 해채(薤菜)인 염교가 풀처럼 무성하게 자라는 자연생태환경의 넓은 들 위회(蔚薈)’로 불렸다. 자연적으로 큰 고을 울주에는 위회의 의미를 담고 있다. ‘위회지상(蔚薈之狀)’은 자연생태환경의 현상이며 태화강이 만든 작품이다.

필자는 울산의 이름에는 환경적 이름과 역할적 이름이 시대적으로 등장한다는 관점을 갖고 있다. 그중 우시산국(于尸山國), 굴화(屈火), 장검(長黔), 학성(鶴城), 울주(蔚州), 염포(鹽浦), 사포(絲浦) 등은 환경적 이름이고, 계변(戒邊)은 경도(京都)를 지키려는 변두리의 방어적, 역할적 이름이다. 그동안의 향토사 연구는 울산이란 지명이 우시산국, 울뫼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는 지론을 그대로 답습해 내려오고 있다. 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지명을 위회지상(蔚薈之狀) 즉 환경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이유 있음을 자각하고 향토사 연구의 폭을 넓히길 바란다. 기존의 설에만 갇혀 변하지 않으면 향토사는 물론 지역사회도 더 이상 변화와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김성수 철새홍보관 관장·조류생태학 박사/울산학춤보존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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