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문학상의 가치와 울산
등대문학상의 가치와 울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11.26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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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가 주최하고 울산지방해양수산청, 울산항만공사, 한국항로표지기술원이 주관하는 등대문학상이 8회째를 맞았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등대문학상이 울산 문학 발전과 한국 해양문학 발전에 끼친 영향은 매우 크다.

등대문학상은 8년 전 울산지방해양수산청 어느 사무관의 제안으로 태동하게 됐다고 한다. 바다와 더불어 사는 사람들에게 등대는 희망이다. 과거의 등대가 외로움과 고독의 대명사였다면 현대의 등대는 첨단시설을 갖추고 더 안전한 항해가 가능하게 뱃길을 밝혀주고 있다.

울산에서 등대문학상이 탄생된 것은 우연이 아닌 것 같다. 울산 해안선 길이는 북쪽의 북구 신명동에서부터 남쪽의 울주군 서생면 비학리까지 108㎞에 이른다. 바닷가를 따라 정자항, 방어진항, 장생포항이 있고 크게는 울산항과 온산항을 들 수 있다. 울산은 이들 항구마다 안전한 뱃길을 위한 등대가 있고 먼 바다를 항해하는 선박들을 위해 울기등대와 간절곶등대가 있다. 그만큼 울산은 등대와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이들 항구를 중심으로 울산은 대한민국 제1의 공업도시로 성장 발전해 왔다. 전국에서 청춘들이 일자리를 찾아서 울산으로 몰려들었고 소읍 규모 울산은 광역시로 승격, 산업수도라는 별칭으로 여전히 우리나라 산업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도시사람들은 늘 마음이 허전했다. 공장이 잘 돌아가서 경제적 여유가 있을수록 상대적으로 정신문화는 빈곤해져만 갔다. 도시의 번화한 거리, 사라져가는 서점 자리에 유흥업소들의 화려한 조명이 빛을 밝혔다. 도시가 번화한 것만큼 정신문화는 응급처방을 받아야할 만큼 허약해져갔다. 울산은 독서 권수가 연간 평균 6.9권으로 전국 평균 7권보다 모자란다. 산업수도 시민들 독서 결과 치고는 초라한 성적표다.

그 빈곤한 이 도시민들의 정신문화를 키우는 데 등대문학상이 큰 역할을 했음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당초 등대문학상이 울산지방해양수산청과 해양관련기관이 공동으로 주최한다고 했을 때 그 규모를 놓고 말들이 있었다. 전국 공모라는 포스터를 보고서야 울산이란 지역적 한계성을 극복할 수 있는 문학상이라는 것을 알았다.

1회부터 많은 작품들이 접수됐다. 소설, 수필, 수기, 시와 시조 부문에 해가 갈수록 작품접수편수는 크게 상승했다. 울산문협 회원들이 예비심사를 맡았고 중앙문단의 저명 문인들이 본심을 맡았다.

등대문학상은 쉽게 당선되는 상이 아니었다. 공모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예선을 거쳐 당선된 작품들은 기성문인들도 놀랄 만큼 수준이 높았다. 허투루 독서를 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것을 작품수준으로 보여주었다. 등대문학상 응모를 위해 문학동인 모임들이 생겨났다. 이 얼마나 희망적인 현상인가, 문학적 소양을 기른다는 것은 정신문화의 기틀을 바로잡는 일이다.

책을 사서 나눠주어도 독서율을 높이기는 쉽지 않다. 공짜라는 것은 또 다른 말로는 가치하락을 불러올 수 있음이다. 등대문학상이 제정된 이후 짧은 기간에 이만한 일을 해냈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이 의미 있는 일이 울산지방해양수산청과 관련기관에서 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

울산문협에서 해마다 해오던 사업 중의 하나가 바다문학축제였다. 그러나 어느 해부터 슬그머니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당시 바다문학축제에는 시화전과 더불어 유명작가를 초청한 강연회도 개최됐다. 바다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해양도시 울산에서 사라져버렸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나마 위안을 삼는 일이 생겼다. 등대문학상이 공모되고 있는 도시라는 점 때문이다.

이제는 등대문학상 수상자들의 사회적 역할을 기대한다. 문학은 세상이 혼란스러울 때 암흑의 밤바다를 비춰주는 등대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 등대문학상을 받은 사람들의 가치 있는 일이다.

지난 시월 등대문학상 예비심사에 참여했다. 진솔함 가득한 작품들이 ‘코로나 19’로 멍든 사람들을 다독여 주었으면 한다.

세상은 지금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태풍 몰아치는 밤바다 같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의 힘겨운 사투를 벌여야 하는 현실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사람들의 마음도 멀어지게 한다. 유리벽과 같은 사회가 만들어지는 현실은 여러 문제점들을 생산해낸다. 주변에도 여기저기 정신적 공허감으로 힘들어하는 이웃들이 많다. 거리는 빈 점포가 늘어가고 지나치는 사람들의 얼굴에서도 웃음기를 찾아볼 수 없다.

이때 누군가 힘차게 외쳐야 한다. 이 사회를 비춰줄 문학등대가 필요하다고……. 그것이 바로 등대문학상이다.

정은영 한국문인협회 /울산광역시지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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