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쓰레기산이 자꾸 생겨나는 이유?
불법 쓰레기산이 자꾸 생겨나는 이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11.24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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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쓰레기 무단투기로 인해 생겨난 ‘쓰레기산’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필자가 ‘쓰레기산’에 대한 기사를 처음 접한 것은 작년 3월이다. CNN을 통해 보도된 경북 의성군의 사례로, 축구경기장 2배 면적에 3층 건물 높이의 쓰레기더미가 불법으로 버려져 있었고, 그 양이 무려 19만 2천 톤에 달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최근 쓰레기 무단투기가 다시 늘고 있다고 한다. 지난 10월 3일 MBC는 전국적으로 성행하고 있는 불법 쓰레기 무단투기를 고발했다. MBC에 따르면 경북 의성에 ‘쓰레기산’이 발견된 이후에도 전국에 새로운 ‘쓰레기산’이 100곳 넘게 생겼다는 것이다. 또 국민일보가 환경부를 통해 확인한 결과 전국에 ‘쓰레기산’은 총 356곳이 존재하며, 그 양도 152만 1천494톤(지난 8월말 기준, 중복지역 제외)에 이른다고 한다. 경북 의성군보다 8배 많은 양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불법투기 업체도 2017년 60개에서 2018년 92개, 2019년 123개로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런데 왜 쓰레기 불법 투기가 성행하게 된 것일까? 이번 기고문에서는 그 이유를 알아보고자 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재활용쓰레기 수입금지 조치라 생각된다. 그간 선진국들은 품질이 낮은 재활용쓰레기를 중국으로 수출해 처리했었다. 그러나 중국이 재활용쓰레기로 인한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2018년 재활용쓰레기 수입을 전면금지하면서, 재활용쓰레기가 동남아시아 국가들로 집중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영리했다. 중국의 환경피해를 지켜본 그들이 재빨리 선진국 재활용쓰레기의 수입을 금지한 것이다. 결국, 재활용쓰레기는 갈 곳을 잃고 각국에 적체되기 시작했다.

두 번째는 코로나19의 창궐이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쓰레기 수출이 더욱 어려워지고 비대면 시장이 성장하면서 배달음식과 택배시장의 급격한 성장과 함께 재활용 쓰레기 발생량이 폭증하게 된 것이다. 세 번째는 재활용품 가격의 하락으로 인한 재활용 시장의 불황이다. 그간 적정가격에 팔던 재활용쓰레기가 갈 곳을 잃고 넘쳐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격이 떨어지고 수익성이 낮아졌다. 결국, 불황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지는 업체도 나타났다.

네 번째, 재활용쓰레기 처리비용의 급격한 상승이다. 수익성이 사라진 재활용쓰레기는 그저 쓰레기일 뿐이다. 결국, 재활용쓰레기를 폐기하고자 하는 업체가 늘어나다 보니 재활용쓰레기 처리비용이 가파르게 상승하게 된 것이다. 다섯 번째, 재활용업체의 탐욕이다. 늘어난 처리비로 근심하고 있는 재활용업체에 통상 처리비용의 절반 수준의 처리비를 제시하는 브로커가 등장하자 재활용업체는 눈앞의 차익에 눈이 멀어 적절한 처리업자인지 아닌지 생각지도 않고 폐기물을 인계한 것이다.

여섯 번째, 미흡한 법적처벌이다. 수십억 원의 이익을 챙기고도 쓰레기 불법투기의 법적처벌은 최고 징역 2년 혹은 2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전부다. 심지어 폐기물을 치우지 않더라도 강제할 조항이 없다. 불법투기꾼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지금 이 순간에도 은밀한 곳에서 ‘쓰레기산’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더욱더 안타까운 사실은 대부분의 ‘쓰레기산’이 국민의 혈세로 처리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현존하는 ‘쓰레기산’을 모두 처리하려면 앞으로도 1천억 원 정도의 세금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 우리는 언제까지 쓰레기 불법투기를 지켜보고만 있어야 할까? 다음 기고문에서는 ‘쓰레기산’의 근본적인 해결방안에 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김희종울산연구원 시민행복실 연구위원·환경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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