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 메가시티 합창단’
‘부·울·경 메가시티 합창단’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11.22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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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울산-경남을 하나의 띠로 묶어서 부르는 ‘부·울·경’이란 표현이 한동안 뜸해졌다가 다시 고개를 드는 느낌이다. ‘가덕도 신공항’의 가치적 재활용이 그 불씨를 살렸다 해도 그 때문만은 아니다.

그동안 ‘부·울·경’ 하면 ‘돈 되는 것’만 추구하겠다는 것인가 하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관광산업이 그랬고, 광역교통망도 그랬다. 문화·예술적 관점의 접근은 그래서 더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문화·예술적인 것은 경제적인 것을 눌러 덮고도 남음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알 테니까. 최근 ‘세 광역지자체 시민들의 정서적 융합’을 메시지로 들고 나온 예술인도 바로 그런 경우에 속하지 않을까 싶다.

김광일 지휘자. 그는 고향이 부산이지만 현주소는 김해다. 마산시립합창단에서 지휘봉을 들고 인제대학교에도 출강한 이력이 그를 김해시민으로 만들었다. 그 전에는 48년 역사의 부산시립합창단에서 한동안 지휘 책임을 맡았다. 그 막간에 그의 미국 유학생활 11년(1990~2001)이 존재한다.

한 사이트를 뒤져보았다. 2019년 7월의 기록이 시야에 잡혔다. “김광일. 연세대학교 음대 작곡과 졸/ 美 Northwestern University 박사과정 수료/ 인제대학교 음악학과 교수 역임/ 현 (사)인코리안 심포니오케스트라 전임지휘자/ 600회 이상의 연주회 지휘 경력….”

그런 그가 지난 주말 울산을 다녀갔다. 필자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에게 울산이 전혀 낯선 곳은 아니다. 지난해 10월 29일 저녁, 울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울산시립합창단 제110회 정기연주회의 객원지휘자로 무대에 오른 일도 있다. 이날의 타이틀은 <세계 3대 오라토리오 하이라이트(Highlights)>. 하이든의 ‘천지창조(The Creation)’, 멘델스존의 ‘엘리야(Elijah)’, 헨델의 ‘메시아(Messiah)’가 그의 지휘에 따라 객석을 감동의 물결로 뒤덮이게 했다. (사실 그는 필자에게 부산 B고교 합창반과 그 지역 고교혼성합창단 ‘노엘’의 1년 선배다. 지휘자 데뷔를 고3 때 ‘노엘’ 무대에서 했으니 꽤나 빨랐던 편.)

상봉의 기쁨을 다시 나눈 것은 그러고 나서 1년 남짓 뒤의 일. 필자의 의견을 구하고 싶다고 했다. 애써 존댓말을 쓰는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부·울·경 메가시티 합창단’에 대한 촘촘한 구상이 실타래를 이루었다.

“울산과 경남, 부산에 있는 민간합창단을 공연 때마다 한 팀씩 선정한 다음 분기별로 세 지역을 돌아가며 합동순회공연을 선보이는 겁니다. 그렇게 연을 이어나가다 보면 서로 정서적 융합을 이루게 되고, 더 나아가 문화예술의 다른 장르에서도 자연스레 교류의 물꼬가 트이지 않겠습니까?”

지난해 10월 울산을 다녀간 후에 그린 그 나름의 예술적 밑그림일 거라는 생각이 언뜻 들었다. 그는 세 지역 합동순회공연이 코로나19 사태 탓에 당장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았다. 첫 공연 시기를 내년 하반기쯤이라도 잡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희망도 함께 곁들였다.

부산, 경남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수준일지도 모를 울산에도 메가시티 합창단이 새로 선보인다면…. 궁금하던 차에 ‘메가시티 합창단’의 성격과 규모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혼성, 30명 이상, 민간’이란 답이 돌아왔다. 한 지역에서 30명 이상이라면 세 지역을 합쳐 90~100명 안팎의 단원이 호흡을 맞추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울산에 그런 성격과 규모에 걸맞은 합창단이 현존할까? 없다면 새로 꾸미는 작업을 시작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년 연말의 합동순회공연을 겨냥한 가칭 ‘메가시티 울산 합창단’의 창단을 감히 꿈꾸어 본다. 세 메가시티 시민들의 정서적 융합을 기대하면서….

김정주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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