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앵(?花鶯)과 문화원과 문화재단
전화앵(?花鶯)과 문화원과 문화재단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11.15 22: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화앵에 대한 기록은 《신증동국여지승람》 경주부 고적조 열박령 편에 실려 있다. 고려시대의 한림학자인 노봉 김극기가 전화앵에 대한 시를 남겼다. 울산학춤보존회는 2002년부터 2020년 현재까지 19년째 전화앵제 행사를 이어오고 있다.

2009년, 울주군 두서면 활천리 산업단지 조성 과정에서 구전돼 오던 전화앵 무덤이 무연고 묘로 분류되어 사라질 위기를 맞았으나 다행히 흔적으로 남았다. 울산학춤보존회의 ‘전화앵제’가 한몫을 했다.

문화원의 주된 목적은 지역의 문화 창달이다. 문화는 도가 드러난 것을 말한다. “도(道)가 드러난 것을 문(文)이라고 하니, 대저 예악과 제도를 말한다.(道之顯者謂之文 蓋禮樂制度之謂)” 공자의 말씀이다. 문(文)은 도(道)와 달라 문자(文字), 문채(文彩), 무늬와 같이 겉으로 드러내 보이는 것이다. 문화(文化), 문명(文明), 문양(文樣) 등의 표현이 그런 범주에 속한다. 법고창신(法古創新), 온고지신(溫故知新) 등 법고와 온고를 바탕으로 창신(創新)과 지신(知新) 그리고 쇄신(刷新)을 한다는 말이다. 법고와 온고가 전통의 계승이라면 창신·지신·쇄신은 관념에서 벗어난 문화의 창달이다. 한국문화원연합회는 전국 16개 시도연합회와 230개 지방문화원의 균형발전과 지역문화 진흥을 위해 존재한다.

문화재단은 시민의 문화예술 활동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고 지역문화를 진흥하기 위한 문화경영의 효율성·전문성을 돕겠다는 시대적·시의적 필요성에 의해 태어났다. 지역 문화가 꽃피면 대한민국의 문화가 꽃핀다. 지역 문화원과 문화재단의 다양한 역할의 중심에는 ‘지역문화의 보존·전승·발굴 및 계발을 통한 지역문화의 창달’이 자리하고 있다.

2018년 6월에 치러진 6·13 지방선거는 울산 문화에도 적잖은 변화를 몰고 왔다. 울산시장과 5개 자치구·군 단체장의 자리를 새로운 인물들이 차지했다. 임기가 시작된 2018년 7월, 변화의 바람이 또 한 차례 불었다. 그 바람에 스러진 것들 중에는 전화앵제도 있었다. 하지만, 전화앵에 주일무적(主一無適=정신을 집중하여 다른 것에 마음을 두지 않음)하는 인물에는 울산 무용인 김외섭이 있었다.

2020년 10월 24일, 김외섭무용단이 태화루 누각에서 ‘태화루 노닐다-예인 전화앵’을 공연했다. 태화루를 배경으로 전화앵과 김극기의 순수한 만남을 이야기한 한국창작무용이었고, 이 공연을 통해 1천년 전의 신라 예인 전화앵을 재조명할 수 있었다. “천년 역사 배경 속 인물인 전화앵을 소개함으로써 태화루가 울산의 명소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라는 단장의 설명은 적절했다.

2020년 11월 7일, 김외섭무용단이 울산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한국창작무용 전화앵 ‘디, 딤’을 공연했다. 고려시대 한림학사였던 김극기의 시에 등장하는 신라의 역사적 인물 ‘전화앵’이 그 소재였다. 작품은 옥 같은 목소리(소리), 바람에 끌리는 무삼 자락(춤)을 울산 12경을 배경으로 종합예술로 풀어냈다. “울산만이 가질 수 있는 전화앵을 주제로 공연예술 콘텐츠를 제작하고자 했다”라는 기획 의도가 돋보였다.

이번 두 차례의 전화앵 공연은 울산문화재단의 태화루 누각 기획공연 ‘풍경’ 공모에 선정돼 마련됐다고 한다. 울산문화재단의 탁월한 선택이 곧 울산사랑임을 느낄 수 있어서 흐뭇함을 감출 수가 없다.

이제부터 전화앵에 대한 관점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 ‘동도(東都) 기(妓)’란 자구(字句)에만 매달린 편협한 주장보다는 한국음악학의 연구대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울산학춤보존회는 전화앵제를 지속하면서도 오직 가선과 무삼의 예술적 접근에만 신경을 쏟는다. 그런 까닭에 신라인, 고려인, 무덤, 일개 기생(妓生), 충절 여인, 절개, 경주 출신, 울산 출신 등 불필요한 논쟁에서 벗어나 자유롭다.

2020년 11월 11일, 울주문화재단이 울주문화예술회관에서 출범식을 갖고 비전을 발표하고 추진계획도 제시하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고 전해진다. 울주문화재단의 초대 이사장인 이선호 울주군수는 “군민의 예술적 소양과 눈높이는 전국 최고 수준이다. 재단의 출범으로 예술인의 재능을 군민의 눈높이에 맞춰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게 됐다(후략)”고 말했다. 엄정행 울산예고 교장은 “후학들이 연주할 수 있는 공간을 많이 만들어 달라”고 했고 이선숙 국악인은 “천혜의 자연, 다양한 문화공간에서 많은 소리를 전달할 기회가 있길 바란다”고 했다(울산제일일보,2020.11.12.).

19년째 전화앵제를 지속해오고 있는 무용인 김성수가 비유의 말을 보탠다. ‘달콤한 복숭아나무 곁에 놔두고, 신맛 돌배 찾아 먼 산 헤매고 있다.(棄却甛桃樹 巡山摘醋梨)’.

울주군과 울주문화원이 전화앵제 가치를 몰라 소리 소문 없이 그만둔 것과는 달리 울산시와 울산문화재단과 울산대는 전화앵을 태화루 누각과 강의실로 초대했다. “∼하더라”에 빠져 민둥산을 헤매지 말고, 있는 것을 연구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활용하길 바란다.

김성수 철새홍보관 관장·조류생태학 박사/울산학춤보존회 명예회장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