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 중심 ‘산재병원’, 울산 공공의료 컨트롤타워 가능한가
재활 중심 ‘산재병원’, 울산 공공의료 컨트롤타워 가능한가
  • 김보은
  • 승인 2020.11.11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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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기획] 울산 공공의료의 어제와 오늘

공공보건의료는 전 국민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지만 울산에는 시민을 위한 공공병원이 없다. 지역 내 공공병원은 시립노인병원이 유일하고 근로복지공단병원(산재병원)이 건립 될 예정이지만 규모와 성격 면에서 공공의료의 기능을 얼마나 수행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 때문에 시민사회단체는 코로나19의 출현으로 더욱 부각된 공공병원의 중요성을 강조 하며 ‘울산의료원’ 설립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다. 울산 공공의료 의 청사진을 그리기 위해 울산 공공의료의 어제와 오늘을 되짚어본다.

<편집자주>

송철호 울산시장은 지난해 9월 23일 울산 산재전문 공공병원 건립 예정 부지에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나 위치 및 부지 등을 설명하고 현장을 둘러보았다. 	사진제공=울산시
송철호 울산시장은 지난해 9월 23일 울산 산재전문 공공병원 건립 예정 부지에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나 위치 및 부지 등을 설명하고 현장을 둘러보았다. 사진제공=울산시

 

◇공공의료 패러다임 변화… 책임질 공공병원 없는 울산

공공보건의료는 국민의 생명, 안전, 기본적 삶의 질을 보장하는 필수의료다. 과거에는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최근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보건의료로 정부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정부는 2018년 11월 ‘공공보건의료 종합 발전대책’과 지난해 11월 ‘지역의료 강화대책’을 각각 발표하며 국민의 필수의료를 보장할 수 있는 협력적 전달체계를 마련하고 관련 인력을 양성하며 공공보건의료의 거버넌스를 구축하고자 했다. 또 지역 의료자원을 육성하고 민관을 포괄하는 지역의료 협력 활성화하고자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시·도에 대한 책임을 부여받는 권역책임의료기관과 70개 중진료권(울산에는 서남·동북권 2개)에 개별 진료권을 부여하는 지역책임의료기관을 지정했다. 정부는 올해 14개 권역에서 12곳 국립대병원을 권역책임의료기관으로 지정했고 지역책임의료기관은 종합병원급 지방의료원을 대상으로 지정, 운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권역 및 지역책임의료기관으로 지정받으려면 공공병원의 필요성이 높아졌지만 울산은 국립대병원, 지방의료원이 모두 없는 상태다. 정부의 공공의료정책에 발맞출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것이다.

◇병원급 공공의료기관 단 1곳 “의료 인프라 절대부족”

울산건강연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울산시 전체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96곳) 중 공공의료기관(1곳)의 비중은 1.0%로 전국 평균 5.7%보다 낮다. 이는 전국 17개 시·도 중 세종을 제외하곤 최하위다.

울산에서 운영되고 있는 병원급 이상 공공의료기관은 시립노인병원 단 1곳이다. 7대 광역시 중 울산과 광주, 대전만 지방의료원이 없지만 울산과 달리 다른 두 광역시는 국립대병원을 포함해 7~8개의 공공의료기관이 있다.

병원급 이상 공공의료기관 병상 수 비중 역시 전국 17개 시·도 중 세종시를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준이다. 울산 전체 병상 수는 1만4천322개이며 이 중 공공의료기관 병상 수는 130개(0.9%)다. 전국 평균치인 10.0%보다 현저히 낮다.

울산은 의료 인력 부족 문제도 겪고 있다. 이는 수치상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2018년 기준 울산의 의사 수는 1천726명, 간호사 수는 4천3명이다. 10만명당 의사 수는 150명, 간호사 수는 348명이다. 이는 7대 특·광역시 중 가장 적은 숫자이며 특히 서울과 비교했을 때 10만명 당 의사 수는 두배 이상 차이난다.

지난해 발표된 지역별 인구 1천명 의사 수 현황에서도 울산은 1.5명으로 전국 평균인 2명에 못 미친다. 전국 17개 시·도 중 세종, 경북 다음으로 적다.

2018년 기준 응급의학 전문의 수는 17명이며 인구 10만명당 1.5명이다. 1~2명의 응급의학 전문의가 울산시민 10만명을 감당하고 있는 셈이다.

 

◇지역사회 ‘공공병원 기능 강화’ 요구에 시 단계별 로드맵 추진

피부를 느껴지는 의료 인프라 부족 문제 탓에 지역사회는 오랜 시간 공공병원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왔다. 울산공공병원 설립 운동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2002년 6·13 지방선거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이때 단체장 후보에게 울산시립의료원 설립을 제안한 것을 시작으로 10여년간 선거마다 시립의료원, 지역거점 국립병원, 혁신형 공공병원 등의 이름으로 정치권에 요구해 왔다.

결실도 있었다. 지난해 1월 29일 산재 전문 공공병원 건립이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으로 선정됐고 같은 해 11월 한국개발연구원(KDI) 적정성 검토 결과 총 사업비 2천59억원(법인세 제외)을 확정했다. 산재병원은 울주군 범서읍 굴화리 태화강변 공공주택 지구에 부지 3만3천㎡, 연면적 4만7천962㎡, 지하 1층, 지상 6층 규모로 내년 착공, 2024년 준공될 예정이다.

그러나 확정 직후부터 당초 예상했던 500병상에서 300병상으로 줄어든 병원 규모와 재활에 특화된 산재 전문 공공병원의 성격 등을 이유로 공공병원의 기능을 강화하라는 지역사회의 요구가 이어졌다.

이를 반영해 울산시는 500병상으로 늘리고 심·뇌혈관센터, 응급센터 등 일부 기능을 추가하는 단계별 로드맵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1단계는 300병상 규모로 18개 진료과목을 갖춘 ‘아급성기 치료와 재활 중심 병원’에서 어린이 재활, 장애인 치과, 수지 접합, 화상 재활, 심뇌혈관조기 재활과 지역 응급의료기관 및 감염내과가 포함돼 공공병원 역할을 담당한다.

2단계는 500병상 규모, 20개 진료과목으로 확장해 급성기 치료를 중심으로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역 심뇌혈관센터, 모자보건센터 등 전문 진료센터가 운영된다.

궁극적으로 500병상 규모의 지역책임의료기관 역할을 하는 공공병원으로 확장하겠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시는 지난 5월 울주군, 근로복지공단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세 기관이 병원건립 부지 무상제공(울산시·울주군 공동), 지역거점 공공의료기관 역할 추진(공단), 향후 500병상 규모 확대 추진(울산시·울주군·공단) 등에 협력키로 했다.

울산시와 울주군, 근로복지공단과 지난 5월 21일 근로복지공단 스마트룸에서 ‘울산 산재전문 공공병원 건립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울산시와 울주군, 근로복지공단과 지난 5월 21일 근로복지공단 스마트룸에서 ‘울산 산재전문 공공병원 건립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울산건강연대 “산재병원 지역책임의료기관 역할 부적절”

시의 방침에도 시민사회단체는 재활의료에 특화된 산재병원이 지역책임의료기관 역할을 하는데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으며 ‘울산의료원’ 설립으로 운동의 방향을 전환하는 분위기다.

울산건강연대는 최근 ‘공공보건의료와 울산의료원 설립’을 주제로 한 자료집을 발표하며 울산의료원 설립에 근거를 마련했다.

이에 따르면 지방의료원은 일반진료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이고 산재병원은 특수 대상에 관한 진료를 하는 의료기관으로 진료와 대상이 다르다. 소관부처도 지방의료원은 보건복지부, 산재병원은 고용노동부다.

울산건강연대는 “안산병원을 제외한 전국의 산재병원들은 재활치료 병원으로 특화 운영돼 지역보건에 필수영역인 응급, 중환자, 심뇌혈관질환, 감염, 신생아, 분만 담당 진료과가 거의 없는 상태”라고 분석했다.

반면 “의료원들은 다양한 공공사업을 공통적인 내용과 지역맞춤형으로 시행하며 해마다 전체의료원이 모여서 사업 내용을 공유하고 발전시키고 있다”며 “주요 광역시 의료원들이 지역책임의료기관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거나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울산의 산재병원이 지역책임의료기관의 역할은 맡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울산건강연대가 내놓은 울산의료원 모델안은 다음과 같다. 500병상 규모에 총 건립비용은 약 3천억원으로 추산했고 이는 중앙정부와 울산시가 공동 부담한다.

필수 진료 기능을 확대하고 지역책임의료기관 지정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내과계,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정신건강의학과 등 16개 필수 진료과와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역심뇌혈관센터,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를 설치한다.

인력 구성은 대도시 300~500병상 규모 지방의료원의 사례를 적용해 300병상일 경우 의사 58명, 간호직 177명 총 367명, 500병상일 경우 의사 94명, 간호직 294명 총 609명으로 산출했다.

주요 기능은 △종합병원급 일반 진료, 지역응급의료기관 등 양질의 필수의료 진료 △감염병 관리 컨트롤 타워 담당, 격리병상과 감염병 관리 전문가 확충 등 감염병 관리 기반 구축·강화 △공공의료지원단 운영 등 울산시 공공의료정책 연구·수행 △의료취약계층 의료지원이다.

 

울산건강연대 박영규 대표는 재활 중심의 산재병원과는 별도로 필수 의료를 강화할 울산의료원 건립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박 대표는 “울산시는 산재병원에 공공의료 기능을 강화해 지역책임의료기관으로 지정하겠다고 하지만 소관부처가 다르고 타 지역에서도 산재병원을 지정하려는 사례가 없어 지정이 어렵다는 복지부 관계자의 답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산재병원은 산재기금으로 조성하고 울산의료원은 중앙과 지방정부가 50%씩 부담해 건립한다. 예산은 300병상에 2천억원, 500병상에 3천억원 안팎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시 재정규모에서는 가능한 수치”라고 내다봤다.

이어 “시에서 적자구조로 운영비가 많이 든다고 하는데 신포괄수가제가 도입되면서 2016년부터 전국의 의료원들이 흑자로 돌아서고 있다. 울산의료원도 초기지원만 있다면 울산시 재정에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영규 대표는 “앞으로 울산의료원 건립을 시민에게 홍보하고 중앙과 지방정부와 접촉하며 설득과정을 거치겠다. 내년 보궐선거에서도 지역의제로 선택될 수 있도록 요청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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