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전류-영화 ‘테슬라’
인생, 전류-영화 ‘테슬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11.05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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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테슬라'의 한 장면.
영화 '테슬라'의 한 장면.

 

전류(電流)라는 건 인생과 닮았다. 전자(電子)의 흐름인 전류는 전기라는 에너지를 발생시키는데 일단 그 시작점이 다르다. 전류의 근원은 전압(電壓), 그러니까 전류를 생성하기 위해서는 물을 흐르게 할 때 수압이 필요하듯이 전기적인 압력(전압)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볼트(V)로 표기되는 전압은 1.5V의 작은 건전지가 있을 수도 있고, 가정에서 주로 쓰는 110V나 220V도 있을 수 있다. 혹은 원자력 발전소처럼 아예 발전전압이 2만2천V인 경우도 있다.

전압이 높으면 좋은 건 전력손실을 줄여가며 전류가 아주 멀리 갈 수가 있게 된다. 실제로 전기공학의 한 공식에 따르면 전압을 2배로 높이면 전력손실은 4분의 1로 줄어든다. 참, 전기에너지의 크기를 나타내는 전력(P)은 전압(V) 곱하기 전류(I)로 산출된다. 뭐 어쨌든 일은 다 전류가 한다. 그러니까 전자가 이동하게 되면서 선풍기나 히터를 돌리기도 하고, 조명으로 불을 밝힐 수도 있게 된다.

그렇다면 여기에 우리들 인생을 한번 대입해 보자. 인생이란 것도 전류처럼 결국 흘러가는 것. 하지만 그 출발선은 다 다른데 건전지처럼 1.5V로 출발한 인생이 있는가 하면 가정용 전기처럼 110V나 220V인 경우도 한다. 또 어떤 인생은 태어났더니 원자력 발전소라서 아예 2만2천V에서 출발하는 경우도 있다. 속된 말로 땡잡은 거지.

그러거나 말거나 전류가 일을 하게 되듯이 태어났으면 우리도 일을 해야 한다. 전류가 흐르다 선풍기나 히터를 돌리는 등의 일을 하는 걸 전기공학적 용어로 ‘부하(負荷)’라고 한다. 작동 기기들이 많아지면 가끔 ‘과부하(過負荷)’가 걸리기도 한다.

성인이 되어서 사회로 나가 직장생활을 하게 되면 우린 모두 조직의 ‘부하’가 된다. 그러다 시키는 일이 많아지면 역시나 ‘과부하’가 걸린다. 그 즈음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게 되는데 타고난 것과 노력의 양을 따지며 인생의 전력, 즉 자신의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 산출해보기도 한다. 앞서 말했듯 전력(P)은 전압(V) 곱하기 전류(I)다. 아무튼 전류(電流)가 인생이라면 전자(電子)는 우리들 개개인. 또 모르지. 우리 인간이라는 존재도 어쩌면 지구라는 거대한 원자핵(原子核)에 빌붙어 사는 전자(電子)같은 것인지도.

한편 전류는 직류와 교류로 나뉜다. 직류는 전자가 일정하게 한 쪽 방향으로만 계속 흐르는 것을 말하고 교류는 플러스(+)와 마이너스(-) 극이 계속 바뀌면서 전자의 흐름이 왔다 갔다 하는 전류다. 어느 쪽이든 전자가 움직여서 일을 하게 되는 건 마찬가지. 다만 효율성을 놓고 ‘토마스 에디슨’과 ‘니콜라 테슬라’가 싸움을 벌였다는 게 중요한데 그걸 일명 ‘전류 전쟁’이라 부른다. 그리고 그런 전류전쟁을 영화화한 게 바로 마이클 알메레이다 감독의 <테슬라>다.

크로아티아 출신의 테슬라는 원래는 발명왕 에디슨에게 고용된 사람이었다. 그러다 직류와 교류의 효율성을 놓고 의견대립이 벌어지면서 테슬라는 에디슨 컴퍼니를 뛰쳐나오게 된다. 이후 자기 회사를 세우게 된 테슬라는 인류 최초의 교류전동기를 만들어 결국 에디슨의 직류에 맞서 승리하게 된다.

물론 최근 들어 IT산업의 발달로 직류가 다시 뜨고 있지만 영화는 직류와 교류의 대결구도를 통해 정작 에디슨과 테슬라의 ‘삶’을 교묘하게 비교하고 있다. 이게 왜 의미가 있냐면 직류를 옹호했던 에디슨은 정작 ‘교류의 삶’을 살았고, 교류를 옹호했던 테슬라는 ‘직류의 삶’을 살았기 때문. 이 아이러니를 통해 감독은 앞서 내가 장황하게 늘어놓았던 전류와 인생의 닮은 구석에 접근해 간다.

사실 에디슨은 한쪽 방향으로만 흘러가는 직류주의자였지만 삶은 교류였다. 그는 두 번의 결혼을 했고, 테슬라와의 전류전쟁에서 패한 뒤 전기에서 손을 떼고 금광채굴 사업을 벌이기도 했다. 한 마디로 그의 삶은 왔다 갔다 했다. 반면 교류주의자였던 테슬라의 삶은 오로지 연구밖에 없었다.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았지만 결혼도 하지 않은 채 연구에만 매진해 결국 무선전파시스템을 만들게 된다. 오늘날 우리가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건 모두 그의 덕분이다. 하지만 그럼 뭐하나. 생전 매드 사이언티스트(미치광이 과학자) 취급을 받았고, 말년에는 가난에 시달리다 86세의 나이로 호텔에서 홀로 쓸쓸하게 생을 마감하고 말았는데. 그러니까 누가 봐도 에디슨이 더 행복한 삶을 살았던 것. 해서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올라올 때 괜히 이런 생각이 들더라. “인생은 역시 교류야. 적어도 직류보단 덜 지루하잖아.”

2020년 10월29일 개봉. 러닝타임 102분.

이상길 취재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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