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숲, 굳이 간벌해야 하나?
대숲, 굳이 간벌해야 하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11.01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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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성 울산환경교육센터 팀장이 지난달 27일 한 지역신문에 기고한 글(‘대나무 공예를 시작할 시간’)을 꼼꼼히 읽고 또 읽었다. 그 이유는 기고문에서 사실과 다른 관점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십리대숲 대나무 활용 주변 정비·기념품 생산/방문자 체험 다양화·활용과정 SNS 공유 통해/주민 일자리·수익 창출되면 더할 나위 없을 것” 등 기고문의 요점 정리에는 공감이 간다. 하지만 ‘십리대숲 대나무 활용 주변 정비’의 명분으로 내세운 ‘활용’에는 적극 찬성하지만 ‘주변 정비’는 사족(蛇足)일 뿐더러 대나무의 생태환경을 염려하는 독자에게는 설득력이 떨어져 공분을 살지도 모른다고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해하기 쉽도록 팀장의 기고문을 길게 인용하는 점, 양해를 바란다.

“태화강국가정원과 십리대숲은 관광자원으로서도 훌륭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는 곳이니 대나무를 활용해 주변 인프라를 정비하고, 기념품을 만든다면 방문자의 체험을 다양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대나무를 활용해야 하는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바로 기후변화 때문이다. 인간은 산업혁명 이래로 석탄과 석유의 형태로 땅 속에 저장되어 있던 화석연료를 태워 열과 에너지를 얻었다. 또한 숲을 베어버리고, 초원을 갈아엎고, 습지를 매립해 도시를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지표 위, 아래에 저장되어있던 탄소들은 이산화탄소(CO2)의 형태로 대기중에 떠다니게 되었으며, 이 온실가스들이 지구 전체의 기후를 교란함으로써 현재와 같은 기후위기를 초래하게 되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고 숲을 가꿔야 한다. 식물이 자라면서 대기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대나무는 아주 빠르게 자라는 종이다. 그 말은 대기중의 이산화탄소를 아주 빠르게 고정할 수 있는 종이라는 뜻이다. 철새공원처럼 대나무 숲을 서식지 보전의 목적으로 관리하는 지역이 아니라면, 대나무 숲은 지속적인 솎아베기를 필요로 한다. 솎아베기를 통해 숲의 밀도를 조절하고, 숲 바닥의 생물들이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솎아베기를 통해 숲이 정체되지 않고 계속해서 어린 대나무가 자라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래된 대나무는 베어내어 벤치나 탁자 등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물품을 만듦으로써 대나무 안에 고정된 탄소들이 다시 대기 중으로 돌아가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지역에서 생산된 대나무로 만든 물건을 이용하게 되면 해외에서 물품을 수입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들을 배출하지 않아도 된다.”(‘대나무 공예를 시작할 시간’ 중 일부)

대나무의 생태환경에 대한 울산환경교육센터 팀장의 그릇된 인식을 다음과 같은 이유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기고의 취지는 ‘꺾이고 쓰러진 대나무의 활용’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지론을 펼치는 과정의 주관적 사고는 이해하기 어렵고 문제가 있어 보인다.

첫째, 대나무는 ‘지속적 솎아베기’ 대상 식물이 아니다. 다만 묵은 대나무의 필요에 따른 선택적 재활용은 이해가 간다. 둘째, 대나무는 삼나무·편백나무처럼 생태밀도가 높은 환경을 좋아하는 식물이다. ‘빽빽한 대숲은 흘러가는 물을 방해하지 않는다(竹林不妨流水過)’는 말은 대나무의 생태를 정확히 표현한 말이다.

셋째, 대숲은 정체되고 축축한 환경을 원한다. 항상 축축한 환경은 미생물의 번식과 활동을 도와 댓잎 파라핀의 분해와 썩음을 재촉해 영양분을 공급한다. 반면 대숲을 간벌하면 이곳을 통과하는 바람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바닥이 건조해져 죽순의 성장에 해를 끼칠 가능성이 높다. 넷째, 밀식된 대숲은 꿩·고라니·너구리와 같은 동물의 안전한 서식처다. 포식자의 공격을 받는 피식자는 살기 위해 밀도가 높은 대숲으로 몸을 숨기기 때문이다.

지난 9월 7일, 제10호 태풍 ‘하이선’은 강수량 118.4mm를 기록하고 울산을 빠져나갔다. 당시 태화강국가정원 내 간벌한 대숲은 간벌하지 않은 삼호대숲에 비해 꺾이고 쓰러진 대나무가 너무도 많았다. 그 후 처치된 대나무는 한동안 현장 구석에 쌓이기를 반복했다. 이곳을 매일 산책하는 울산시민들이 목격자이자 증언자들이다.

환경교육센터 팀장은 태풍 때 간벌한 대숲의 대나무가 유난히 많이 꺾이고 쓰러진 원인을 파악하는 일은 안중에도 없는 사람으로 비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선가귀감(禪家龜鑑)에서 “어지럽게 가리키고 말을 해도 결코 팔이 밖으로 굽지 않는다(胡亂指注臂不外曲)”고 했듯이 대나무는 결코 간벌 대상 식물이 아니다. 다만 필요에 따라 가려서 베어 쓸 뿐임을 다시 한 번 더 강조한다. 울산의 환경을 말할 때는 ‘헛것을 보지 말고, 헛것을 말하지 말며, 헛것을 듣지 말고, 헛걸음을 하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울산환경교육센터가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이다. 환경교육센터는 기후변화가 자연의 훼손에서 온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고 교육하길 바란다.

김성수 철새홍보관 관장·조류생태학 박사·울산학춤보존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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