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의 쌍두마차, 이산화탄소와 수소
화학의 쌍두마차, 이산화탄소와 수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10.29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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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울산 화학의 날’ 릴레이 특별기고 ④

우리나라를 삼천리금수강산이라고 한다. 남에서 북까지의 거리가 삼천리 정도이고 아름답기가 비단에 수를 놓은 듯한 땅이라는 말이다. 70년대만 하더라도 가을이면 높고 높아서 파랗다 못해 시린 느낌의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여름방학이 끝날 무렵이 밤이면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의 시처럼 마당의 멍석에 드러누워 하늘을 바라보며 별자리 먼저 찾기 놀이를 하면서 별의 등급으로 시력을 비교하기도 했다. 아련한 추억이지만 지금보다는 맑은 하늘이었음은 틀림없다.

지금의 천문학은 예전에 별을 밤늦도록 볼 수 있는 위도에서 살고 있는 민족들의 점성술에서 시작되었다. 대략 북위 10~30도 지역에서 점성술과 정치, 경제, 문화가 발달된 이유이기도 하다. 하늘에서 별과 유성이 한꺼번에 쏟아질 듯한 아찔한 밤에 우주의 기원에 대한 질문과 나는 그 속에서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하여 답 없는 졸음으로 하루를 마무리한 어릴 적의 기억은 가을의 투명한 기억 속에 아직도 남아 있다.

왜 이제는 그런 하늘을 볼 수 없을까? 크게 두 가지 원인에 대한 설명이 가능하다. 첫째는 빛 공해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는 별보다 더 밝은 밤의 조명이 너무도 많다. 인공위성에서 한반도의 야경을 사진으로 찍은 모습은 인구가 많고 산업이 발달한 도시일수록 밤에도 밝게 빛나지만 도심에서는 밤하늘을 보아도 아무것도 볼 수 없을 때가 많다. 둘째는 공기가 예전보다 탁해졌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태풍으로 잠시 하늘이 혼탁해져도 바람이 지나고 나면 깨끗한 하늘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즈음은 산업화의 후유증이라 할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 등의 화학물질로 인해 하늘이 흐려져 있을 때가 많다.

석탄을 대규모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영국에서 시작한 산업혁명과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석유화학산업의 발달은 가히 화석연료의 혁명이라 할 수 있다. 화석연료를 원료로 수많은 화학제품이 만들어졌고, 내연기관이 발전했다. 그러나 공기 중 이산화탄소의 과다한 분포로 지구의 대기가 온실 역할을 하면서 지구온난화현상이 나타났고 그로 인해 기후변화, 생태계변화가 꼬리를 물었다. ‘인류의 재앙’이란 말이 그래서 나온 것이다.

세계는 지금 코로나 전쟁을 치르고 있지만, 인류는 궁극적으로 지구온난화를 멈출 수 있는 탄소 배출의 저감 또는 금지를 위한 대접전을 앞두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극복은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아야, 즉 연소반응을 하지 말아야 가능하고 이것이 바로 탈탄소화(脫炭素化) 정책이다. 그렇다면 화석연료에서 얻던 에너지를 어디서 어떻게 새로 얻을지가 핵심 과제이며, 그 숙제를 풀어야 한다. 그 답은 바로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고, 태초에 존재했던 수소에너지가 그 답이다.

지구 생성 초기에는 수소가 주성분이고 지금도 우주의 75%가 수소이며, 태양도 대부분 수소인데 수소에너지는 수소핵융합반응으로 생산하고 있다. 지구상에서 수소가 단순히 연소반응만 하면 에너지와 물이 생성되고 이 에너지가 바로 완벽한 청정에너지다. 또한 전기를 얻기 위해 특별한 촉매반응으로 전기화학반응을 일으키면 전기와 열을 얻을 수 있고, 이때 부산물로 물만 나오기에 ‘궁극의 에너지’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면 처음부터 왜 수소에너지를 사용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수소는 자연상에서 존재하지 않고 물과 화석연료 등에 화합물로 존재하기에 이를 분리하고 저장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있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인류의 생존과 생태계에 대한 큰 문제에 봉착했을 때 기술의 진보는 경제성을 뛰어넘는 해답을 제시해 준다. 그래서 어려울수록 기본에 충실하고 처음으로 돌아가라는 말이 지혜롭게 들린다. 화학반응으로 생긴 문제는 화학반응으로 풀어야 한다. 물리적 대응은 임시방편일 뿐이다. 화학의 날을 맞아 화학산업은 단순히 편리한 화학물질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있는 화학물질의 처리와 친환경에너지의 생성에도 화학적 변화가 중요함을 인식하자. 수소에너지의 활용은 화학의 꽃 중의 꽃이다. 수소는 새로운 산업을 만들 수 있고 울산은 세계적인 선도도시로 나갈 수 있는 청정 에너지원이다. ‘울산 화학의 날’을 축하드린다.

우항수 울산테크노파크 에너지기술지원단장·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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