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 이시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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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10.29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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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 이시향

매사 정확했던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구남매 우리 가족은 집을 잃고 흩어졌다.

얼마 전 디카시집 《피다》를 출간한 이시향 시인의 디카시집에 수록된 《집》을 감상합니다.

시인은 부서진 주판을 보고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렸고 흩어진 가족을 상기했습니다. 주판은 주산이라고도 하는데 셈을 하는 계산 도구로 상업활동을 하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합니다.

주판은 잘만 이용하면 계산기보다 빠르다고 합니다.

저도 한때 계산능력이 좋아진다고 하고 두뇌 회전이 빨라진다고 해서 배운 적이 있는데 주판 알을 한알 한알 올렸다 내렸다를 빠르고 정확하게 하지 않으면 어김없이 따라붙던 말이 있었습니다. “오답이요”라고 하면 자신감이 떨어져 내일부터는 학원에 오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매사에 식구들을 위하여 많은 생각을 했을 아버지들은 이 주판 한알을 올렸다 내렸다하는 것도 바위를 옮기듯 했을 것입니다.

정답이오. 이 한마디를 듣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생각들을 주판알 개수 만큼이나 했을까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디카시집 《피다》 해설 중에서 이어산 교수는 디카시 《집》을 부서진 옛날 주판과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 닥친 고난을 너무 잘보여주고 강렬한 이미지를 살려내었다고 해 놓았습니다. 공감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섬세하고 탄탄한 주판같은 아버지에 대한 시인의 애틋함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아버지에게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부서진 주판에서 무너진 아버지의 모습이 우리들의 아버지가 될 수 있어 한참 동안 사진을 들여다봅니다. 글=박해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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