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장병원 근절, 특사경 도입이 답이다
사무장병원 근절, 특사경 도입이 답이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0.10.26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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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권 침해와 건강보험재정 누수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사무장병원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에 특별사법경찰(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일이 절실하다.

지난 2018년 화재로 156명의 사상자를 낸 경남 밀양 세종병원은 환자의 생명을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한 대표적인 사무장병원이었다. 진료비 부당·허위청구, 자재납품단가 부풀리기, 허위직원 등재를 통한 급여 빼돌리기 등 사무장병원의 불법행위는 아주 다양하다.

이러한 폐해를 막기 위해 2018년 12월 민주당 송기헌 의원이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면대약국)에 대한 사법경찰권을 건보공단에 부여하는 내용의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 이후 이 법안은 2019년 3월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되었으나 지난 5월, 20대 국회 마지막 임시회에서 끝내 빛을 보지 못하고 말았다.

‘사무장병원’과 ‘면대약국’은 ‘의료법·약사법’에 따른 의료기관·약국 개설주체가 아닌데도 그 명의만 빌려 개설·운영하는 불법개설기관이다. 이러한 사무장병원은 의료인력 부족과 잦은 이직, 과밀병상 운영으로 적정 의료서비스의 질을 기대할 수 없고, 감염병 관리에도 매우 취약하다. 문제는 정부와 공단의 지속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사무장병원이 해마다 늘어난다는 점이다. 2020년 6월 기준, 그로 인한 건강보험재정 누수 규모는 3조 4천억원에 달한다.

국민이 낸 보험료를 ‘눈먼 돈’으로 보는 사무장병원의 불법진료비 환수율은 5.2%에 불과하다. 이는 수사기관의 보건의료 전문수사인력 부족과 수사 장기화에 기인한다. 수사결과가 확보될 때까지 걸리는 기간이 평균 11개월이라면 알만할 것이다.

건보공단에서도 단속에 최선을 다하고는 있지만, 수사권이 없다 보니 늘 한계에 부딪힌다. 불법개설기관의 판단기준인 ‘운영성과의 귀속여부’를 자금흐름을 통해 밝히려 해도 수사권이 없어서 불가능하다. 자금추적도 그렇고, 관련자(방조자·참고인 등) 직접조사도 그렇다. 고도의 전문성이 사장되고 마는 것이다.

건보공단에는 사무장병원 등의 조사에 필요한 인적·물적 자원은 물론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도 있다. 불법개설기관의 특성을 이해하는 의료·수사·법률 전문인력이 현재 119명(본부 72명, 지역본부 47명)이나 되고, 빅데이터를 활용한 ‘불법개설 의심기관 분석시스템’도 갖추고 있어 수사에 필요한 정보 파악과 활용에는 전혀 어려움이 없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지는 건보공단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럴 경우, 수사기간이 11개월에서 3개월 이내로 줄어 연간 2천억원의 재정 누수를 차단할 수 있다. 또한 사무장병원 등의 근절로 절감되는 재정은 수가 인상과 급여 확대로 의료계 수익 증대와 보장성 확대에 도움이 되고, 불법개설기관의 신규진입 억제와 자진퇴출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의료계에서는 건보공단의 특사경 도입에 대해 ‘과도한 권한 부여’라며 우려를 나타낸다. 하지만 법률안은 공단 특사경의 수사범위를 ‘사무장병원과 면대약국’으로 제한하고, 공단 특사경 추천권도 복지부장관이 행사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검찰은 수사인력을 수사권이 승인된 직원에 한해 매우 제한적으로 운영할 예정이어서 수사권 오·남용 걱정은 기우일 뿐이다. 따라서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특사경법이 반드시 통과되길 바란다. 사무장병원의 폐해로부터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고 국민이 부담한 소중한 건강보험재정이 새나가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안경옥 국민건강보험공단 울주지사 행정지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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